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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프로들, 웃기는 무한경쟁 시스템
강명석 2005-06-02

개그맨 몰아세우는 방송사와 기획사, 당신들부터 바꿔라!

<웃음을 찾는 사람들>

당신은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1. 다시는 개그 프로그램 안 본다. 2. ‘그’ 개그맨들 퇴출될 때까지 안 본다. 3. 개그는 개그일 뿐. 계속 본다. 하지만 당신이 무슨 선택을 해도 결과는 하나다. 나이 많은 후배 패던 개그맨이건, 소속사 사장과 대립한 개그맨들이건, 2년 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KBS <개그콘서트>에서 볼 가능성이 있는 개그맨은 거의 없다는 것. 그들의 최종 도착지는 오락 프로그램의 게스트나 드라마의 코믹한 조연이 될 것이다. 그건 현재의 개그 프로그램들의 ‘생산체제’가 ‘캐릭터’와 ‘유행어’는 만들어내도 개그맨을 ‘스타’로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단 하나의 개그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코너당 평균 3명 이상의 개그맨들은 단 5분 내외의 시간을 쪼개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단번에 눈에 띄는 캐릭터와 개인기를 들고 나오고, 덕분에 금방 반응은 얻어도 코너 안에 새로운 내용을 녹이기는 힘들어진다. 그것이 질릴 때가 되면, 소속된 기획사는 ‘경쟁논리’를 내세우며 ‘대학로에서 죽도록 연습’했다는 또 다른 신인을 띄우고, ‘경쟁’에서 밀려난 개그맨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한때 ‘어록’이 나돌던 <개그콘서트> ‘우격다짐’의 이정수가 연기를 하기 위해 연극 무대에 서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덕분에 개그맨들은 매일매일을 아이디어 회의와 행사에 시달리다가 어느 순간 ‘경쟁논리’에 따라 밀려난다.

그들이 다른 분야의 톱스타처럼 진짜 큰돈을 벌 기회는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문제는 효율을 위해 수요(개그 프로그램)는 줄이고, 공급(기획사의 개그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는 데 있지만, 원인 제공자들은 문제 해결에 대한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방송사는 뒷짐지고 ‘원만한 해결’을 요구할 뿐이고, 기획사는 현실적인 대안 대신 ‘배은망덕’과 ‘조건없이 놔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회사에 얼마를 기여했건 TV에 나오게 해줬으니 배은망덕이고, 독점적인 공급권을 쥐었으니 놔준다는 말은 할 수 있다. 대신 처우개선은 인색하다. 기획사 스스로가 방송사에 ‘개그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출연료의 현실적인 인상이나, 방송사에 공급을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개그 프로그램의 제작 같은 것은 절대로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탤런트들은 그나마 시트콤부터 미니시리즈까지 먹고살 방법이 있지만, 개그맨들은 ‘3년 대학로’와 ‘6개월 TV’ 딱 둘로 승부를 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런 것이다. “지금은 가난하니 성공부터 하자.” “겨우 먹고살 만해졌다.” “무능한 선배가 후배의 앞길을 막으면 안 된다.” “배가 부르더니 딴 생각을 한다.” “배후세력이 있다.” 희한하네. 이거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얘기야! 정말, 장난하냐, 장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