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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Duelist> 제작현장 [3] - 이명세 인터뷰

이명세 감독 인터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리듬이다”

-데뷔 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사극 장르를 드디어 일곱 번째 영화로 만들었다. 그 기분이 궁금하다.

=담담하다? 이런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고. 시작했고, 찍었고. 그렇게 끝나가는 것 같다. 그냥 일상 같다.

-아쉬움 같은 건 없나.

=오랜만에 현장에 왔기 때문에 스탭들도 많이 바뀌었고,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시간에 맞춰야 하고, 제작 측면에서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전에는 늦어지면 기다렸고, 또 기다리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시대가 바뀐 거다. 조금 안달복달했다고 할까? 그런 것들은 조금 아쉽다. 하지만, 한마디로 말하긴 힘들다. 이제는 확실히 영화란 무엇인가보다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옮겨온 것 같다.

-프로모션용 클립을 보고 스탭과 배우들이 좋아했다고 하던데.

=자신들이 작업한 것이 이런 그림으로 이렇게 완성되는구나, 하는 걸 보고 좋아했던 것 같다.

-<형사>는 미국 체류시에 했던 여러 가지 구상 중 일부가 확장돼서 만들어진 건데, 그때의 경험들이 이번 영화의 연출 작업에 어떤 변화나 도움을 줬다고 판단되나.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해온 작업과는 뭔가 좀 다를 것 같긴 하다. 편집도 그렇고. 예전에는 단순하게 이어서 붙이고 다듬고 하는 거였는데, 이번에는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이 있다. 다시 한번 편집과 씨름하는 게 남은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리듬이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그 리듬을 잡는 데 어떤 컨셉이 있는가.

=리듬이란 건 맥박과 같은 거라서 뭐라 얘기하긴 힘들다. 액션영화인 걸 감안하면 이 영화 자체의 맥박이 있을 거다. 방식이 달라진 건 있는데, 좀 열어놨다는 거다. 예전에는 책상 속에서 정리한 걸 밀어붙이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책상에서 정리된 건 뒤로 밀어놓는 방식이다. 연기자들에게 물어도 보고, 시켜도 보면서 그때마다 정리하는 스타일로 진행했다. 지금까지 한번도 해보지 않은 방식이다. 내가 경험이 좀 쌓여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판단도 빨라진 것 같다.

-좀전에 보니까 테스트를 두번 정도 하던데, 첫 번째 테스트 한 걸 보고, 두 번째에 디테일을 다시 잡았다.

=예전에는 완전하게 디테일을 다 만들어놓고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방 말한 그런 방식도 좀 한다. 하지만 아까의 경우는 끝날 때가 다 돼서 그런 것도 있다. 모든 스탭들이 감을 잡고 있으니까, 커뮤니케이션이 빨라진 거다.

-프로모션용 클립을 보니까 부감이라든지 트래킹이 많던데.

=이동을 적극적으로 많이 쓰려고 생각했었다. 스테디캠을 쓰긴 했지만 많지 않고, 또 핸드헬드도 기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딱 정해진 숏이 좋다. 그 점에서 보면 내가 이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동으로 리듬을 만들어나가고, 거기에서 연기자의 움직임과 카메라의 움직임을 즐기는 편이다.

-특별히 촬영 중에 선호했던 촬영기법이 있는지.

=기본적으로 컷을 선호하지만, 이번에는 장면전환에서 와이프를 이동숏처럼 써보겠다는 생각이 있다.

-조금 전에 보니 인간 와이퍼도 있던데.

=(웃음) 그렇다. 인물이 밀고 나가기도 하고, 기둥이라든지 물건들도 많이 쓰였다.

-촬영 전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액션을 ‘감정의 액션’이라고 정의했었는데, 여기서 보니 영화적 액션이 아니라 영화적 안무에 가깝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액션영화가 아니라 ‘영화액션’이라고 무술팀장에게 주문했었다. 어디서 등퇴장하고, 언제 들어가고, 어느 속도로 사라지고, 언제 뛰어가고 하는 그런 것들이 내게는 중요한 거다. 무술팀이야 나하고 한번 해봤으니까 쉬웠겠지만, 강동원이나 하지원은 좀 힘들었을 거다. 배우들에게는 일단 기본기만 마스터해달라고 했다.

-그 기본기란 어떤 것들이었나.

=스트레칭, 구르기. 이런 것들이 기본기라면 기본기였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아야 하니까.

-영화액션이라고 표현했는데, 액션장르 영화 안의 액션에 인물들의 감정을 어떻게 집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물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였다면, <형사>에서는 인물들이 서로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액션으로, 몸으로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아닌가 싶다. 배우들에게 탱고를 배워오라고 한 것도 몸으로 말할 수 있는 준비를 해오라는 말이었던 것 같고. 특별히 영화 속에서 그런 느낌들을 마주할 수 있는 장면들, 또는 그렇게 연출한 장면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라스트 장면이 대표적이다. 또 지원이와 동원이가 부딪치는 장면들이 다 그런 것들이다. 단순한 칼싸움이 아니라 호흡과 리듬, 그때 생기는 감정들로 이루어진다. 두 배우들뿐 아니라 관계와 관계가 있을 때는 다 성립된다. 안성기와 송영창의 장면에서도 그렇고.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람들은 액션영화라는 기대치가 있겠지만, 처음 생각대로 밀고 나갔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프로모션 등을 본 사람들도 뭔가 그 점에서 다르다고 느끼는 것 같다.

-어제 본 동영상 클립은 액션이 아니라 현대무용 같았다. 무술감독보다는 무용가나 안무가의 도움을 받은 게 아닐까도 생각했다

=그런 것도 있다. 기본 움직임은 무용적인 것으로 훈련을 시켰으니까.

-그럼 무용 스탭이 따로 있었나.

-스탭은 아니지만, 거의 스탭처럼 도와준 사람이 있다.

-감정을 액션화한다고 할 경우에 두 주인공 슬픈 눈과 남순 사이의 액션이 상당히 궁금하다. 그 액션을 어떻게 시키느냐가 곧 그 두 인물의 감정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 두 인물의 액션연출이 궁금하다.

=우리가 잘 쓰는 말이 있다. 자∼알. (웃음) <인정사정…> 때하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때그때 감정에 충실하는 거다. 나눠진 챕터 속에서 감정이 성장하는 거니까. 지금 그냥 표현을 하자면, 지금 싸운다고 생각하지 말고 밥먹는다고 생각해라. 밥을 빨리 먹는다고 생각해라. 칼은 들고 있지만 달빛 좋은 날 데이트하는 거라고 생각해라. 그렇게 말한다. 그런 감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얘기해주는 거다.

-<인정사정…> 때 시도하지 않았던 것 중 이번에 시도하는 것이 있나.

=사실 전체 군무신을 하나 만들어보려는 욕심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려면 준비도 많이 필요하고 돈도 많이 들 것 같아서 그만뒀다. 대신 전체적으로 좀더 리드미컬하게 몸을 많이 쓰는 것으로 갔다.

-색감이 화려하다.

=말하자면, 저비용 고효율이다. 색감의 움직임을 인물의 움직임과 매치시키려고 했다.

-감정을 액션화하자면 음악이나 음향도 큰 역할을 해야 할 텐데.

=그것도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다. 조성우 음악감독도, 믹싱하는 친구도 나하고 한번씩 다 해봤으니까 큰 걱정은 없다. 예전에 <지독한 사랑> 때는 물끓는 소리를 바람소리로 대신했었다. 그런 음향과 음악의 조화가 이번에도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클라이맥스에서 비가 아니라 눈이 내린다고 들었다.

=클라이맥스뿐 아니다. 눈 많이 내리는 것 같다.

-비오는 장면은 없나.

=비는 일부러 뺐다. 추워서. (웃음)

-한편으로 <형사>는 러브스토리다. 액션이 감정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연정의 이야기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세식 영화에서 눈이 내리는 순간은 애틋한 감정이 솟아날 때다. 그런 점에서 혹시 비의 비장함보다는 눈의 애틋함이 이번 영화에는 더 필요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해석하면 그럴듯도 하다. (웃음) 눈이나, 비나, 김이나, 먼지나, 연기나, 내가 쓰는 건 모두 움직임이다. 움직임의 일부다. 내가 좋아하는 그런 것들이 다 나오는 거다.

-고증에 얽매이지 말고 상상의 힘으로 하자고 제안했다는 말을 들었다.

=꼭 그 말은 아니고, 고증이라는 강박관념을 들고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말을 하긴 했다. 그 시대의 눈으로 보지 말고 지금 이 시대의 눈으로 보자는 것이 내가 <황진이> 조감독할 때 했던 생각이다. 지금 시대 사람의 눈으로 보자는 거다. 그건 요즘 유행하는 퓨전하고는 상관없다.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는 거다. 영화라는 건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사료에 얽매여 보여줄 필요가 없다. 마치 사람들이 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고정관념일 뿐이지 아무것도 아니다. 그건 리얼리즘도 아니다. 리얼리즘에 관한 허구일 뿐이다.

-현장편집을 하는 건 처음인데 어떤 효과가 있나.

=이리저리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다. 나중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머릿속으로 한번 생각해보는 방식으로는 좋은 것 같다.

-100% 디지털 후반작업을 하다보면 변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 작업의 장점을 살리긴 하되, 그것에 많이 기대려고 하지는 않는다. 일단 현장에 충실하려고 한다. CG가 없어도 되는 각도로도 찍어놓는다.

-<인정사정…>이 추적편이라면, <형사>는 대결편이라고 했었다. 그 ‘대결’이라는 모티브가 플롯이나 미장센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대결이라는 건 일종의 이 영화의 목적이다. 막연하지만 내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대결로 보겠다고 설정해놓는 것과 같다. 얼마 전 박중훈이 <인정사정…>을 다시 봤는데, 찍을 당시에는 최지우하고 골목길 가는 장면이 왜 있어야 되나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보니 그 장면이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하더라. 그런 것처럼 뒤늦게라도 이 영화에서 ‘대결’이 발견될 수 있다면 좋은 거다. 사랑도 대결이고, 인생도 대결이고, 내가 영화를 만드는 것도 대결이라면 대결이다. 많은 관객이 그렇게 볼 수만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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