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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 인간의 애욕을 그린 전쟁 비극, <산불>
이승훈( PD) 2005-06-23

<EBS> 6월26일(일) 밤 11시40분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어느새 55년이 되었다. 김수용 감독의 1967년 연출작 <산불>은 한국전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전투장면이나 군인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쟁과 이데올로기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는 작품이다.

전쟁이 터지고 남자들은 모두 전장에 나간 산골마을에 전직 교사 출신의 빨치산 규복(신영균)이 몰래 들어온다. 규복은 과부 점례(주증녀)네 집에 몰래 숨어들어 자신을 숨겨달라고 협박한다. 마을 뒤 대나무밭에 그를 숨겨준 점례는 먹을 것을 날라다주며 차츰 그와 애정이 싹트고 마침내 둘은 몸을 섞는다. 점례의 행동을 눈치챈 다른 과부 사월(도금봉)도 대밭을 드나들며 규복과 관계를 갖는다. 그런데 사월이 임신하면서 모든 것이 알려지게 되고…. 결국 이들의 애정행각은 불행한 결말을 맺게 된다.

이 영화의 원작은 극작가 차범석이 1963년 <현대문학>에 게재한 그의 대표적 희곡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62년 12월에 국립극단이 무대에 올리기도 한 이 작품은 이데올로기와 전쟁으로 상처받고 희생당한 인간들이 주체할 수 없는 본능적 애욕을 충족시키며 결국은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는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전쟁의 비극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다른 어떤 전쟁영화보다도 오히려 전쟁의 비극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매력 때문이었던지 10년이 지난 1977년에 김수용 감독은 이 작품을 신성일, 전계현, 선우용녀를 주인공으로 컬러로 리메이크했고, 토속 에로물이 인기를 모았던 1980년대 후반엔 김기충 감독이 다시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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