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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문화에서 ‘한국 팝’으로 내재되기까지, <한국 팝의 고고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최소한 나는 이 책을 한 2년쯤 기다려왔다. 나는 한 3년 전, 아주 약간, 이 책의 일부분을 미리 맛보았거니와 그때부터 이 책이 어느 정도는 결정적인 책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 책을 쓰고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지독한 사람들인지 겪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힘든 노동을 요구하는 책이 언젠가는 완성되리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독하다는 것은, 이 책을 쓴 집단을 이끌어온 신현준의 집요함과 그 모임에 참여해 이 책의 집필이라는 힘든 과정을 함께해온 이용우, 최지선의 가공할 끈기를 말함이다. 그들이 이 책을 준비하며 드림위즈닷컴(지금은 싸이월드로 더 유명한)에 폐쇄적인 모임을 꾸리면서 그 모임에 ‘KDB 노가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이 책의 준비 과정이 꽤나 힘들었을 거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사실 하나를 밝히자면 나도 KDB 노가다의 비공개 회원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노가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모임 참여를 등한시하다가 결국 낙오되었다. 나는 이렇게 남이 되어 이 책의 ‘객관적인’ 리뷰를 쓰는 척하고 있고 드림위즈 주소는 내 즐겨찾기 목록 저 밑에 방치되어 있다. 그것이 오늘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1960년대 이후(서두 부분에서는 약간 거슬러올라가 50년대 이후)의 한국 팝 음악을 역사적으로 다루고 있다. 중언부언 강조하는 꼴이지만, 이 책은 이정표가 되는 ‘오늘의 책’이다. 소문으로만 존재하던 한국 팝은 비로소, 이 책을 통해 비석에 새겨진 사실(史實)이 된다. 통곡하며 떠돌던 후레자식이 어미아비를 찾아 족보에 올리며 또다시 통곡한다. 아이고….

1950년대 이후의 한국 팝 역사의 서러움은 미국이라는 새 아비를 아비라 부르기로 마음먹고 만든, 그러면서 동시에 아비는 절대로 우리를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훤히 알고서 만든, 그 변방성 가득한 음악 자체로부터도 오지만 작곡자가 누구인지, 어디서 녹음되었는지, 하다못해 밴드 멤버가 누구인지 만든 사람들조차 귀찮은 듯 적어놓지 않아 사실을 고증할 수조차 없는 그 전적인 ‘반실증적’ 표기에서도 온다. 근대는 이름을 새겨 거기에 실체를 부여하는 역사다. 그 이름이 권리의 근거가 되고, 돈의 뿌리가 되며 결국은 세력이 되어 권력을 부여받게 되는 문화적 과정의 역사다. 지금 이 책이 나왔다는 것은, 이제야 우리가 우리 근대 팝의 그 과정을 비로소 되새김질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것이 이 책의 제목에 들어 있는 ‘고고학’의 뜻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첫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