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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블랙코미디 애니메이션 가족 시트콤 <패밀리 가이>

심슨은 가라, 패밀리 가이가 왔다

<패밀리 가이>

“요즘 세상, 영화에는 폭력, TV에는 섹스뿐. 그 옛적 우리가 의지하던 전통적인 가치관은 이제 어디로? 패밀리 가이(가정적인 남자)가 있어 천만다행이야! 우리에게 웃음과 울음을 선사하는, 그는 패밀리 가이!” 이것은 장난감 공장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바보 같은 가장 피터 그리핀, 부잣집 딸이지만 특이한 취향 덕에 피터와 결혼한 로이스, 아빠를 닮은 아들 크리스와 엄마를 닮은 딸 매그,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아기 스튜이와 애견 브라이언으로 구성된 애니메이션 시트콤 <패밀리 가이>의 주제가다. 이 정도면 주제가에서 주장하듯 미국 가족 시트콤의 전통적인 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피터가 눈치 없는 지독한 성차별주의자라면? 엄마는 한때 헤픈 날라리였다면? 아기 스튜이는 세계 정복과 엄마 암살 계획을 짜고 있고, 영국식 영어를 하는 천재 소년이라면? 브라이언은 할리우드 작가 지망생이자 지적인 알코올 중독견이라면? 이것이 가정을 배경으로 한 기존의 시트콤을 모두 비웃으며, <심슨 가족>이 16년 넘게 차지한 애니메이션 시트콤 왕좌를 넘보고 있는 <패밀리 가이>의 설정이다.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피터는 직장에서 잦은 성차별적 발언을 하여 벌로 여성캠프에 보내진다. 돌아온 그는 한결 여성스러워져, 자고 있는 아기에게 자신의 젖을 물린다. 잠결에 열심히 빨던 아기는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눈을 뜨고는 아빠인 것임을 눈치챈다. 입을 떼고는 손을 넣어 입 속에서 털을 빼낸다. 아기는 쇼크를 받아 아빠 얼굴과 가슴을 번갈아가며 본다. 또 다른 에피소드. 신(God)이 술집에서 여자를 꼬시기 위해 담뱃불을 붙여주려 한다. 손에서 번개를 쏘다 실수로 여자를 폭발시키고 불을 낸다. 신은 놀라 “Jesus!”라고 외친다. 예수님이 달려와 “아빠, 무슨 일이야?”라고 묻는다.

공중파에, 그것도 애니메이션으로 이런 엽기적인 내용을 보낼 수가 있단 말인가? 네티즌의 은어와 엽기적인 감각이 반영된 우리의 대중적인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를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갈지 모르겠다. <패밀리 가이>는 1999년 <이십세기 폭스 네트워크>에 처음 방영, 저조한 시청률로 2002년에 하차한 프로지만, DVD로 출시되자 250만장이 팔렸다. 2004년 <패밀리 가이> 시즌1, 2세트가 <프렌즈> 시즌1, <섹스&시티> 시즌1을 능가해 판매율 7, 8위를 나란히 기록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폭스는 마니아층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차리고 급히 프로덕션에 착수하여 2005년 30회 이상 제작하였으며, 올 9월에는 비디오용 영화까지 출시한다. 마니아층이 한 프로를 살린 희귀한 사례. 오로지 지역방송국 판매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달성해야 했던 TV프로가, 이제 DVD 매출에 의지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마련해준 작품이라는 사실이 주목할 만하지만, 마니아층의 구매력만으로도 중단됐던 시트콤을 살려낼 수 있는 미국시장의 규모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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