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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칼럼]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온리유>

왜 그녀들은 사랑도 일처럼 하지 못할까?

일에는 똑 부러지고, 사랑에는 한없이 무딘 은재

“생각 많은 여자는 정말 싫어.”

치킨 집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우연히 옆 테이블 남자의 말을 듣게 됐다. 나는 생각 많은 여자던가? 그 말을 듣는 내 기분이 영 떨떠름했으니 말이다. “걱정 마슈. 생각 많은 여자도 당신 싫어할 테니.” 속으로 이렇게 쏘아 붙이며 우적우적 치킨 다리를 뜯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다. ‘그러는 댁은 생각 많은 남자가 좋수?’ 그가 내게 물었다면, 나 역시 아니라고 대답했을 테니. 생각 많은 남자란, 그저 나 좋다고 헤헤거릴, 그런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연애하기 힘든 상대이니 좋아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허나 문제는 머리로는 싫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은 전혀 다르게 움직이곤 한다는 것. 생각 많은 여자의 마음은 ‘단순한 상황’에 끌리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생각 많은 여자의 딜레마!

또 다른 이야기 하나. 연예인을 해도 될 만큼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끼로 똘똘 뭉쳤다는 표현은 아마도 그런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으리라.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고 솔직한 그녀와 함께 있다 보면 내가 참 소심한 사람이었구나, 새삼스레 가슴을 치게 될 정도다. 그러나 그토록 당찬 모습의 그녀가 남자친구 앞에서는 어린 양처럼 순하고 얌전하다는 사실. 그녀의 순종적인 태도와 귀여운 말투는 터프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 평상시 모습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친구는 자신의 태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날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어. 그래도 내가 혀 짧은 목소리로 어리광을 부리면 그때는 잠깐 귀여워해주셨거든. 내게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나 봐. 남자친구는 나의 터프하고 당당한 모습에 끌렸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의 사랑을 받기 위해 점점 더 어리광을 부리게 되거든.” 참 서글픈 이야기였다.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에 관하여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더 이상의 제목은 없다 싶을 만큼 명쾌한 제목의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강한 여자’란 열심히 일하고 자기 의사를 확실히 밝힐 줄 아는 현대 여성을 뜻한다. 그리고 그런 ‘강한 여자’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 보이는 기현상인, 강한 남자가 자신을 보호해주기를 바라고 그에게 의존하게 되는 현상을 ‘낭만적 딜레마’라 하였다. 자신을 감정적으로 학대하는 못된 남자 앞에서 쩔쩔 매는 여자, 형편 없는 남자인 줄 알면서도 그를 떠나지 못하는 여자, 매번 자신을 힘들게 하는 연애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여자. 평상시에는 멋지고 매력적인 그녀가 왜 사랑하는 남자 앞에만 서면 그토록 바보처럼 변하는 것일까.

나는 드라마 <온리유>에서 바로 그러한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를 본다. 주인공 은재는 부모님의 뜻을 어기고 외국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돌아올 만큼 자기주장이 확실한 여자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결국에는 훌륭한 요리사로 인정 받기까지 그녀의 행보는 분명 강한 여자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은 어떤가. 평소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그녀는 남자 앞에만 서면 이상하리만치 우유부단해진다. 대학에 가라는 부모님의 강요는 이겨냈으면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 결혼하라는 부모님의 강요에는 질질 끌려 다니는 그녀.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강조하다가도, 청혼을 받던 날에는 거절도 수긍도 아닌 애매한 답으로 그를 헷갈리게 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만 믿고 기다리는 남자도 그렇지만 계속 찍게 내버려두는 여자도 문제다.

차은재와 한이준의 관계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난 둘. 엄마 잃은 한 마리 어린 늑대, 한이준을 보듬어주다 그만 차은재 자신이 엄마가 되어 돌아오고 만다. 고마웠다고 인사하며 돌아서는 남자의 뒷통수에 눈물 흘리는 모습이라니. 차은재가 내 친구였다면 정신 차리라고 욕을 퍼부어주고도 남았을 일이다.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일 자체가 능력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내가 보기에 차은재는 참 답답하고 피곤한 연애를 하고 있다. 이 남자도 불쌍하고, 저 남자도 불쌍한, 이 남자도 좋고, 저 남자도 좋은 우유부단함이 그녀를 힘든 연애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드라마야 해피엔딩으로 끝난다지만 현실이라면 어떻겠는가. 처음 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대가로 아이를 낳고,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하라는 부모님의 압력에 끌려 다니며, 직장 상사에게 사랑을 느끼는 차은재의 현실이 당신 친구의 일이라면?

일에는 똑 부러지고, 사랑에는 한없이 무딘 은재의 모습은 강한 이미지로 무장한 현대 여성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그녀들은 사랑도 일처럼 하지 못할까. 착하고 성실한 남자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왜 굳이 하룻밤 자고 미련 없이 떠나버릴 남자에게 도시락을 해다 바치는 것일까. 자기 안의 낭만적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는 그녀들의 힘든 연애가 안타깝다. 하긴 연애라는 것의 속성이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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