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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드라마를 휩쓰는 캔디 스토리의 정체
강명석 2005-07-14

두둥! 캔디는 신데렐라였다

<그 여름의 태풍>

신데렐라와 캔디의 차이점 세 가지. 1. 신데렐라는 원래 귀족이지만 캔디는 아니다(<발리에서 생긴 일>을 보시라). 2. 신데렐라는 왕자님을 만나지만 캔디는 왕자 같은 ‘싸가지’를 만난다. 3. (특히 한국에서는) 신데렐라는 가족을 탈출하여 왕자님과 결혼한다. 그러나 캔디는 일도 성공하고, 멋진 남자도 만난다… 는 기본이고, 그 성공을 통해 가족을 먹여살리거나 가족을 되찾는다. 한국 드라마의 캔디와 그의 어머니는 <스타워즈>의 의수 부자를 능가하는 끈끈한 운명으로 얽혀 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꿋꿋이 자란 딸은 패션디자이너, 배우, 요리사 등 인기 직종을 선택하고, 어김없이 나타나는 멋진 남자들을 통해 승승장구하지만, 바로 그 순간 그들의 어머니가 인생의 발목을 잡는다. 그들은 모정까지 버려가며 자식을 부잣집에 놓고 오거나(<패션 70s>의 준희), 주인공의 아버지를 두고 뺏고 빼앗기는 관계가 되기도 하며(<그 여름의 태풍>), 가난한 살림 때문에 여주인공을 쉴새없이 몰아붙인다(<온리유>). 그래서 이 캔디들이 만나는 남자는 멋진 연애 상대가 되는 테리우스일 뿐만 아니라 직장을 소개해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기도 하며, 여주인공의 불행을 감싸안는 왕자가 되었다가, ‘우연히’ 주인공의 가족과 관계가 있어 결국 ‘드라마는 사랑을 싣고’의 사회자까지 되어준다. 그리하여 이 운명의 여인들은 이 슈퍼 멀티 테리우스, 혹은 왕자님을 만나 사랑을 통해 일과 가족 모두를 획득하고, 그것은 곧 그들이 사실 ‘캔디’가 아닌 ‘신데렐라’였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캔디가 신데렐라가 되는 순간 캔디가 어머니로부터 탈출했던 이유인 일, 혹은 자신의 인생은 다시 ‘남자’와 ‘가족’ 속으로 들어가고, 거기에는 <온리유>처럼 7년 동안 곁에서 한 여자만을 사랑한 남자 대신 미혼모는 아이의 ‘친’아버지와 살아야 한다는 그놈의 ‘핏줄’에 대한 애착이 들어선다. 그들의 엔딩은 ‘세계 최고의 패션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나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었습니다’가 아니라 ‘좋은 남자(혹은 애아빠)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되고, 그들은 완벽한 아내이자 완벽한 딸, 혹은 어머니가 되어 그들이 그토록 외친 일과 사랑은 그들의 완벽한 인생을 보여주는 장식품이 된다. 그리하여, 이 드라마들은 동화가 외양은 바뀌어도 결국 왕자님과 불행한 운명의 공주가 결혼하는 것임을 증명한다.

같은 사각관계를 다뤄도 재벌 2세를 만나기 전 이미 뛰어난 파티셰였고, 딸이 집 때문에 5천만원에 계약연애를 한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집을 팔아서라도 돈을 갚겠다고 나서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 이 땅의 수많은 캔디, 혹은 삼순이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는 그 때문 아닐까. 거기선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방앗간집 셋째딸이나 누구 애인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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