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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배우시죠?
2001-07-20

지난해 어느날, 고객 한분이 <플란더스의 개> 비디오를 하나 사겠다고 주문을 했다. 대박영화일 경우 한달 정도 지나 회전율이 저조해지면 고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지만 출시된 당시는 대여율이 높지 않더라도 이후 소장가치가 높은 영화는 중고로 구하기가 무척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면 <천국의 아이들> <어둠 속의 댄서> 등의 영화는 출시 때 가격보다 시일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점점 높아진다. <플란더스의 개>도 그런 경우이다.

우리 대여점에는 두장뿐이어서 그 고객께 다른 대여점이나 중고시장을 통해 알아보고 있으니 좀더 기다려보라고 했다. 며칠 뒤 그가 다시 와서 꼭 구해달라고 당부에 당부를 거듭했다. 나와 그 고객이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 순간, 저쪽에서 멍하니 비디오를 보고 있던 나의 언니가 이쪽으로 고개를 확 돌리더니 다가오면서 하는 말, “배우시죠?” 그 고객은 순간 당황해하며, “아, 아니예요…. 왜 이러세요?” 하면서 성급히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언니, 왜 손님을 쫓아내고 그래?” 하고 핀잔을 주었지만 나 역시 번뜩이는 뭔가가 있어 <플란더스의 개>가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 재킷 뒤의 크레디트를 보니, 고객 이름 ‘김호정’이 거기 있었다. 이성재의 부인 역할 말이다. 우리는 마주 보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 자매는 사명감을 갖고 그에게 <플란더스의 개>를 구해주었다.

그 이후 신분이 드러난(?) 김호정씨는 우리 대여점에 허물없이 들르며 좋은 영화들을 골라 본다. 최근 그가 출연한 <나비>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무척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