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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온달은 결혼해서 행복했을까? <사랑한다 웬수야>

하희라 주연, 성준기 PD 연출의 새 드라마 <사랑한다 웬수야>

<사랑한다 웬수야>는 SBS가 지난해 10월 시작한 ‘SBS 금요드라마’ 블록의 네 번째 이야기다. ‘다양한 소재를 좀더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신설된 이 블록은 <아내의 반란>과 <사랑공감>이 연이어 호평을 받으며 금요일 밤의 터줏대감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밀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방송된 <꽃보다 여자>가 참패해 금요일 밤의 영광은 다시 <부부클리닉…>에 돌아갔다. ‘SBS 금요드라마’ 블록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부담과 걱정 속에 <사랑한다 웬수야>가 지난 7월15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사랑한다 웬수야>는 똑똑한 신부를 만나 팔자에도 없던 왕자까지 된 고전 <바보 온달> 속 온달이 과연 행복했을까를 되묻는 프로그램이다. 돈·학벌·외모 모든 것이 완벽한 해강(하희라)이 부담스러운 오종세(김영호)가 이혼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담길 예정이기 때문. 면접보러 갔던 회사의 회장 딸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성공한 오종세. <사랑한다 웬수야>는 본인도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내 해강의 카리스마에 눌려 기를 못 펴던 오종세가 ‘이혼만이 살길’임을 외치는 투쟁기이자, 이제야 자아 찾기를 하는 한 남자의 ‘성장통’이기도 하다. 자신의 타고난 당당함이 남편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내 해강은 남편의 고약한 음모를 알아차리고 충격에 빠지는 인물이다. 여기에 동거녀 하조란(지수원)과의 결혼에 목을 맨 남자 권달평(권해효) 커플과 사별한 남편을 잊지 못하는 순정파 양순지(김여진)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곁들여질 예정이다. 조연급의 감초 연기가 얼마나 뒷받침해주느냐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달라지겠지만, <사랑한다 웬수야>는 영화 <마누라 죽이기>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성준기 PD는 “남편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혼하고 싶은’(혹은 죽이고 싶은) 아내의 모습은 조금 닮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갈등 형성을 위한 초기 작업일 뿐이다. <사랑한다 웬수야>가 정말로 하려는 이야기는 아내 ‘잘 만나’ 성공한 남자가 뒤늦게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성 PD의 확신에 찬 대답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 웬수야> 앞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가신 것은 아니다. <옥이이모>와 <은실이> <애정만세> 등을 통해 시대극에 재능이 있음을 알려온 성 PD가 “더운 날씨를 이겨낼 수 있을 즐겁고 경쾌한 드라마를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것도 사실 못 미더운 점 중 하나다. 자칫 지루하게만 흘러갈 수 있을 시대극 곳곳에 코믹함을 살린 조연들을 배치해 극의 재미를 살린 그이지만, 코믹함을 전면으로 내세웠을 때 어떤 그림을 만들어낼지는 아직 검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직 이혼을 위해 아내에게 새로운 남자를 접근시킨다는 현실성 없는 설정도 <사랑한다 웬수야>가 넘어야 할 산이다. 재벌과의 뻔한 로맨스를 그리더라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야’ 똑똑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작품들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성 PD는 “코믹함을 강조했다고 해서 시트콤 수준의 웃음 폭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한다 웬수야>의 기반은 어디까지나 현실”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오히려 “19세 이상 시청가에 걸맞은 선정성을 살려야 하는 것이 부담”이라고 했다. “‘금요드라마’가 19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라 침실 이야기를 좀더 깊이 해주길 바라는 것이 편성 방향이다. 하지만 거기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TV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19세 이상 시청가라고 해서 표현의 자유가 100% 보장받는 것은 아닌 우리 현실이 더 큰 문제”라는 것.

이런저런 우려 속에서도 시청자들은 <사랑한다 웬수야>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는 얼마 전 SBS 특집극 <내 사랑 토람이>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줬던 하희라의 공이 크다. 그가 2년 만의 안방 극장에 복귀하는 작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였던 것. 드라마 게시판에는 방송 전부터 하희라를 응원하는 수십건의 메시지가 올라와 그에 대한 기대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하희라는 “해강은 어려서부터 몸에 밴 상류사회의 당당함이 남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줄 모르는 역할”이라며 “남편을 위축시키면서도 그를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을 함께 표현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역경을 이겨내는 여인이나 연인에게 버림받는 미혼모 등 주로 차분하고 조용한 역할을 맡아왔기에 그가 자기주장이 강하고 때론 이기적인 해강이 되는 일은 어려운 일일지도. 이에 대해 성 PD는 “하희라만큼 해강에 어울리는 배우는 없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하희라에게 초반에는 ‘싸가지’없어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조금만 잘못해도 100% 안하무인의 캐릭터가 될 수 있었는데 하희라는 스스로 그 중간선을 찾아냈다”며 그는 “코믹배우로 분한 김영호의 변신도 만족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 밖에 현대극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내레이션 기법을 동원한 신선한 시도도 <사랑한다 웬수야>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내레이션은 <제5공화국>에서 장태완 장군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줬던 배우 겸 성우 김기현이 맡았다. 김기현은 한회에 적어도 2∼3회가량에 걸쳐 종세의 다른 자아가 돼 그의 속마음을 때론 중후하게 때론 코믹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김기현은 “스스로를 꾸짖거나 빈정거리는 남자의 내면의 소리를 대변해주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며 “작은 부분이지만 시청자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디 ‘코믹함’과 ‘안정된 연기력’, ‘새로운 시도’ 삼박자가 어우러진 <사랑한다 웬수야>가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얻길. ‘SBS 금요드라마’ 블록은 시청률에 밀려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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