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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vs DVD] 진정한 이야기꾼 파웰, 프레스버거, 루비치
ibuti 2005-07-22

<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 vs <천국은 기다려준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는 한없이 즐겁고,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는 잊혀지지 않는다. 그녀가 바그너를 불렀을 리 없고, 셰익스피어를 알았을 리 만무하다. 중요한 건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이었다. 노래와 이야기 속에서 시인이자 건축가였던 그들은 때론 난봉꾼이 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속사포 같은 대사가 사라진 자리를 낭만적인 순간의 정적으로 채색하곤 했다. 마이클 파웰에머릭 프레스버거 그리고 에른스트 루비치는 그런 이야기하기의 방법을 알았던 사람들이다. 비극 속에 삶의 기쁨을 숨겨놓았던 그들은 희극 속에서도 잔잔한 슬픔을 잊지 않았다. 진 티어니와 데보라 카를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보여준 반면 작은 인물에 대한 이해 또한 모자람이 없었던 그들이다. 그들의 영화엔 진실과 품위가 있다.

<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의 미국판 DVD엔 파웰이 생전에 남긴 음성해설이 들어 있다. 노감독은 주제곡의 선율을 들으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며 허밍으로 따라 부른다. 전력을 다한 자의 감흥이 그런 것일까. <블림프…>는 처칠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우려한 영국 정부가 제작을 막은 작품이었으나 파웰은 뚝심으로 밀고 나갔다고 전해지며, 루비치 또한 나치를 피해 건너간 미국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와중에도 자기 영화의 매력을 결코 잃지 않았다. 가능한 모든 걸 영화에 쏟아부은 그들의 영화에 아쉬움을 느낄 여지가 없는 건 당연하다.

같은 해에 발표된 <천국은 기다려준다>와 <블림프…>는 두 작품 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엽까지를 살았던 남자의 삶을 회상 구조로 전개한다. 하지만 두 캐릭터는 상이하다. 보어전쟁, 1·2차 세계대전 등 매 시대의 전쟁상황에 뛰어들어 과도한 의욕을 부리는 <블림프…>의 캔디와 달리 <천국은…>의 헨리는 시대의 흐름과 떨어져 개인적인 안락과 여자들과의 애정을 추구하는 인물로 나온다. <블림프…>가 전형적인 파웰과 프레스버거표 영화라면 <천국은…>은 ‘루비치 터치’로 보통 기억되는 루비치가 만년에 남긴 색다른 코미디다. 기본적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산뜻한 코미디라고 해도 그 속에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과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두 작품의 감동은 남다르다. 노인 연기를 소화해내며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친 로저 리브시와 돈 아메치, 초창기였음에도 완벽하게 구사된 테크니컬러, 앨프리드 융게와 앨프리드 뉴먼 등 장인들이 창조한 미술과 음악 그리고 이 모든 것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여인에 대한 순진한 판타지의 결합은 황홀 그 자체다. 신사도와 고전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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