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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엿보기 [5] - 현장 사진첩 ②
2005-07-26

박찬욱 감독님, 누가 CF 모델 아니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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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멋지다. 생각하는 감독 박찬욱. 병원장면을 찍는 도중 감독님의 멋진 순간을 발견해 한컷을 망원으로 찍으려는데, 노출이 안 맞고 이것저것 세팅이 안 된다. 행여 자리를 뜨기라도 할까봐 허둥지둥 서둘러 겨우 몇컷 찍는 데 성공했다. 어, 이상하다. 내딴에는 몰래 찍는다고 했는데 카메라를 치우자마자 감독님은 이쪽을 쓱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건 연출인가, 우연인가. 감독님은 스탭들의 카메라 렌즈가 자신을 향하면 피하지 않고 오히려 포즈를 취해주는 타입이었다. 누가 CF 모델 아니랄까봐.

2. 헤이리 아트벨리에 자리한 감독님 댁으로 구경도 할겸 차도 마실 겸 찾아갔다. 아무리 이사를 앞두고 있다 해도 부모님이 이미 자리를 잡으셨는데도 우리보다도 더 집 내부구조를 낯설어했다. 하긴, 그렇게 낯설어하는 감독님의 표정이 더 낯설어서 한컷.

3. 감독님 댁에 간 날, 한창 만들어지고 있던 붉은색 분위기의 세트 내부에 감독님과 조화성 미술감독이 서 있으니 흡사 <화양연화>의 느낌이 난다. 감독님 보고는 양조위, 조화성에게는 장만옥이라고 불렀더니, 그 이후로 조화성 감독이 박 감독님을 외롭게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4. 청주로 촬영갔을 때 그곳에서 찍을 분량의 콘티를 점검하는 시간, 감독님이 뭔가 더 좋은 의견을 내라고 우리에게 말했다. 우리는 꾸역꾸역 음식을 먹으며 눈만 멀뚱거릴 뿐이다. 그러자 감독님은 저렇게 괴로워했다. 감독님은 이렇게 짜증을 내시고 나서 이게 다 담배를 끊은 뒤 생긴 금단현상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 그게 금단현상이라면 감독님은 담배를 피우는 와중에도 금단현상을 겪고 있었던 거다.

곳곳에서 ‘수면 바이러스’ 스멀스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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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거 희귀본이다. 청주 담배제조창에 차려진 교도소 강당 장면 촬영장, 감독님 주무신다…. 그때를 틈타 현장에 놀러온 <올드보이> 연출팀들(왼쪽의 두 남자)이 <친절한 금자씨>의 현장편집본을 보고 있다. ‘비교 체험 극과 극- 열심히 일하는 스탭 vs 조는 스탭’ 편을 찍겠다고 말하니까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박찬욱 감독님은 이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리 조명 세팅 중이라고 하지만, 너무 포토제닉하게 주무신다. 감독님은 담배를 끊은 뒤로 졸립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다. 촬영을 마친 뒤에도 숙소에서 DVD 한두편을 보고 자는 습성 때문일 거다.

2. 모든 스탭들의 잠이 부족했지만, 녹음팀 은주는 좀 남다른 구석이 있다. 모처럼 푹 잠을 자 모든 스탭들의 눈빛이 살아날 때도 은주의 눈꺼풀만큼은 여전히 무거워 보인다. 오죽하면 붐마이크를 들고 자고 있을까.

3. 일산 빵집 촬영장에서 조명팀 스탭들이 꾸벅꾸벅…. 이 가게는 낮에는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밤촬영을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스탭들의 수면은 부족하기만 하다. 게다가 밤장면을 찍을 때 큰 조명기를 들고 분주히 움직여야 하는 조명팀은 더더욱. 그렇다. 틈만 나면 자야 한다. 그래야 버틴다.

너무나 달라서 잘 맞나요, 두분?

박찬욱 감독님과 박현원 조명감독님. 두분의 인연은 박 감독님이 <비오는 날의 수채화> 연출부원이던 시절, 박 기사님이 잠시 조명기사 대타로 오면서 시작됐다. 사실 두분의 성향은 엄청 달라 보인다. 박 감독님이 외향적이고 말이 많은데, 박 기사님은 내향적이고 말수가 적다. 이 사진을 봐도 박 감독님은 민병대원 같은데, 박 기사님은 그를 쫓는 러시아 군인 같지 않은가.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면 두분의 공통점이 느껴진다. 나이를 따지거나 하지 않고 굉장히 열려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남자배우들한테도 ‘스마일’ 해주세요

감독님은 항상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신다. 특히 어떤 연기를 앞두고는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 시범이 잘된 연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오달수씨와 함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짓고 있는 이 표정은 여자 연기자 옆에선 180도 달라진다. 항상 웃으면서 부드럽게…. 감독님, 남자배우들과 대화할 때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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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정정훈/ <친절한 금자씨> 촬영감독 * 위 기사는 정정훈 촬영감독의 구술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