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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애니메이터의 서늘한 충격, 노먼 맥라렌 특별전

노먼 맥라렌 특별전&한국독립애니메이션상영전, 8월1일부터

<발레 아다지오>

어느 분야에서든 극단적으로 돋보이는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고, 이는 애니메이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보는 순간 뒷골을 치는 듯한 충격, ‘상상의 범주’라는 말을 비웃듯이 전하는 신선하고 새로운 이미지. 사람들에게 천재라 불리는 이들의 작품을 볼 때면, 그들이 전하는 날카로움에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다. 노먼 맥라렌(1914∼87) 역시 애니메이션계의 천재로 칭송받으며,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실제 영상(live action) 필름의 프레임을 편집해 표현하는 픽실레이션이나, 필름 위에 직접 채색하거나 스크래치를 만들어 제작하는 다이렉트애니메이션(Drawing on Film, Scratching on Film), 소리와 움직임간의 조화와 연결 등 그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새롭게 도입한 기법과 방향성 등은 지금 우리가 보는 애니메이션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14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인테리어 디자인과 영화를 전공한 그는, 1943년 캐나다국립영화위원회(NFBC)에 애니메이션 분과를 설립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애니메이션은 움직이는 그림의 예술이 아니라 그려진 움직임의 예술”이라며, 각 프레임을 연결해 생기는 영상보다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에 주목했다.

다이렉트애니메이션(직접 필름 위에 작업을 하기 때문에 16mm보다는 35mm 필름으로 제작된 것이 대부분)을 통해 프레임 단위의 제어를 시작한 그는 각 프레임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는 픽실레이션 기법을 개발한다. 프레임을 한칸씩 건너 뺀다든지 다른 프레임을 한칸씩 늘리는 방식으로 각각의 프레임 간격을 편집해 영상의 흐름을 제어하는 픽실레이션 기법은 사람이나 의자, 꽃처럼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들을 소재로 촬영하지만, 이들에게 현실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움직임을 부여한다. 이 기법의 대표작인 <이웃들>(Neighbours, 1952)이나 발레의 아름다운 움직임과 프레임간의 잔상 효과를 극대화한 <발레 아다지오>(Ballet Adagio, 1971)는 픽실레이션 기법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가 선사하는 풍부한 저음에 맞춰 세계적인 무용가인 데이비드와 안나 마리홈스의 발레를 담아냈다. 러시아의 발레 전문가 아사프 메세레가 안무한 움직임이 노먼 맥라렌의 프레임 속에 아름답게 녹아 있다. 1952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이웃들>은 그 독특한 움직임과 타이밍 감각은 얀 슈반크마이에르, 파울 드 누이어 등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에게 강한 영향을 끼쳤다.

애니메이터로서 프레임 단위를 제어하고자 한 그는 움직임뿐만 아니라 각각의 프레임에 해당하는 소리까지 제어하고자 했다. 각 프레임의 사운드트랙에 직접 스크래치를 넣거나, 일정 비트를 찍는(stamp) 방식으로 이미지에 맞춰 소리를 제어한 그의 시도는 <싱크로미>(Synchromy, 1971)에서 잘 드러난다. 피아노의 멜로디와 필름 위에 직접 찍힌 일정한 간격의 비트, 그리고 이와 결합된 이미지의 조화는 작품명처럼 서로간에 완벽하게 싱크된 모습을 보여준다.

<뉴욕 라이트보드 레코드>

<부기 두들>

멜로디를 만드는 음표 사이에 흐르는 침묵의 힘. 멋진 멜로디를 더욱 맛깔스럽게 만드는 침묵, 조용함, 혹은 여백의 맛은 듣는 이를 더욱 그 음악에 몰입하게 한다. “위대한 음악은 음표 자체만큼이나 음표 사이의 여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악”이라는 스팅의 말 이전에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의미를 직접 선보인 맥라렌의 세계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지? 몇 십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자극적이고, 여전히 매력적이다.

노먼 맥라렌 특별전은 8월1일부터 9월1일까지 중앙시네마에서 열리는 ‘애니광 구출! 상영작전’의 프로그램으로 한국독립애니메이션 상영전과 함께 한주씩 번갈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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