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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vs DVD] 미국이 수십년간 꾸어온 악몽의 연대기
ibuti 2005-07-29

<맨츄리안 켄디데이트> vs <맨츄리안 켄디데이트>

가족 다툼에 이웃이 끼어들어 아버지를 내친다면 난감해진다. 게다가 이웃이란 자가 가슴 털이 숭숭 난 야만인이라면 공포가 따로 없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럽 땅을 밟은 뒤 수많은 국가의 분쟁에 발벗고 나섰다. 60년 경력을 자랑하는 미국은 세계 곳곳의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는 기특한 나라였다지만, 아뿔싸, 그들 덕에 죽어나간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사랑의 찬가>에서 장 뤽 고다르는, 미국이 주연합국가 중 자신을 ‘US’로 불러달라고 말하는 유일한 나라이며, 아메리카 대륙의 수많은 국가 가운데서도 유독 자기들만 ‘아메리카’로 불리길 원하는 웃기는 나라라고 비웃었다. 개념없는 나라인 것이다. <맨츄리안 켄디데이트>라는 제목의 소설은 1962년에 한번, 그리고 2004년에 다시 한번 영화화됐다. 두 영화는 한국전과 걸프전에 참전한 군인의 악몽을 각각 다루고 있는데, 영화와 시대의 분위기가 사뭇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흥미롭다. 적과의 구분이 명확한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영화의 색깔이 시종일관 모호한 반면, 나름대로 다원화된 지금 만들어진 영화의 적이 오히려 명확하고 대사 또한 명쾌하다.

하지만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맨츄리안 켄디데이트>는 2차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 미국이 수십년간 꾸어온 악몽의 연대기로 완성된다. 자신이 최선의 의도라고 믿고 있는 것을 무기로 남을 무섭도록 괴롭혔던 자의 잠재의식 속에 악마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당연할 일 아니겠나. 햄릿이 아니어도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 꿈을 꾸는 건지 모를 때가 있다. <맨츄리안 켄디데이트>를 보면 삶과 죽음보다 통제하기 힘든 게 꿈임을 알 수 있다.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은 과거 <내 생애 최고의 해>나 <귀향>과 달리 사회에의 적응보다 현실과 꿈이 교차되는 상황 속에서 존재 자체에 대한 공포를 겪기 시작하는데, 그 공포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벌어진다. 그래서 <맨츄리안 켄디데이트>가 거대한 현혹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는 미국을 은유한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더 나아가 원작자인 리처드 콘든이 혹시 쿠데타를 위한 음모를 꾸민 게 아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안락하고 굳건한 미국사회의 균열을 비집고 나올 요상한 쿠데타 말이다. 두 DVD엔 감독의 음성해설이 들어 있어 영화의 이해를 돕는다. 감독과 배우 인터뷰 외에 2개의 이스터에그가 숨겨져 있는 1962년판 DVD, 인터뷰, 배역과 배우 분석, 삭제 및 아웃테이크 모음, 스크린 테스트 장면, 예술계 인사들의 정치 토론 등으로 구성된 2004년판 DVD 공히 알찬 부록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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