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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컷] Go, Go! <여고괴담> 시리즈

<여고괴담4: 목소리>

호러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만 되면 한국 공포영화 3, 4편 개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제는 주류 장르가 되었다고 선뜻 말하기는 힘들어도, 공포영화가 자기 자리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대형 스타가 필요하지 않고, 제작비가 많이 들지도 않고, 해외시장도 있는 공포영화는, 영화산업에서 꽤 의미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한국의 공포영화가 계속 발전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작품으로만 따지면 한국 공포영화는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소름>과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고, <여고괴담>과 <장화, 홍련>은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4인용 식탁>은 찬반이 무성했지만 의미있는 시도였고, <아카시아>와 <알포인트>도 독특한 소재로 인정받았다. <여고괴담> 이후 6년간 이룬 성과로는 부족하지 않다.

이번에 개봉한 <여고괴담4: 목소리> 역시 주목할 만하다. <여고괴담4…>는 과감하게 망자를 주인공으로 택하여, 공포를 조금 포기한 대신 정서적 여운을 담았다. 공포가 단지 경악이 아니라 일종의 두려움이기도 하다면, 소멸의 두려움을 담아낸 <여고괴담4…>는 성공했다. 좋다와 나쁘다, 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당연히 좋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여고괴담4…>는 장르적으로 실패한 영화다. 장르의 영역을 넓힌 것이 아니라, 장르를 포기함으로써 얻어낸 성과물인 것이다. 달시 파켓의 ‘분위기를 잘 살린 예술적인 공포영화 감독들은 왜 관객을 무섭게 하는 것을 그리 주저하는지?’라는 질문처럼, <여고괴담4…>는 충분히 가능한 장르적 익숙함을 스스로 외면했다. 공포영화의 팬으로서 말하자면, 그래서 <여고괴담4…>의 후반은 실망스러웠다.

그럼에도 <여고괴담4…>는 수작이고, 반드시 흥행에도 성공했으면 좋겠다. 이유는 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여고괴담> 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흥행에 실패했고, 시리즈를 계속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소름>은 걸작이지만 역시 실패했고, 이후의 한국 공포영화에 어떤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 걸작들은 우연적인 계기이고, 천재적인 돌출일 뿐이다. 공포의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걸작들은 산업적 측면에서의 공포영화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한다. 그런 걸작들은 반드시 의도한다고 나오는 것도, 계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공포영화를 만든 감독들 다수가 ‘공포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는 사실이다. 극단적인 장르인 공포영화가 어떤 의미를 담아내기 좋고, 정교한 테크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끌린다는 것이지 공포영화 그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는 감독들이 만든 한국의 공포영화. 물론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걸작을 만든 감독은 나카타 히데오를 비롯해서 많이 있다. 하지만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카타 히데오가 <링2>에서 자기복제의 함정에 빠진 것과 달리, 공포영화광인 시미즈 다카시는 <마레비토>에서 <주온>과 전혀 다른 공포에 도전했고 성공했다. 공포영화를 단지 테크닉의 도전이나 형식적 틀로서만 생각한다면 공포영화라는 장르는 발전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공포영화가 자기복제를 답습하는 이유 하나는, 감독들 자신이 말하려는 것과 공포영화의 공식 사이에서 방황하기 때문이다. 공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쇼크 효과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여고괴담4…>가 성공하길 바란다. <여고괴담4…>의 성공이 한국 공포영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한국 공포영화의 상징적 브랜드인 <여고괴담> 시리즈가 계속 번성하기를 절실하게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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