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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Happy Birthday>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가는 홍준원 감독
오정연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5-08-04

“하도 바빠서 베니스로 언제 가는지도 모른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초청된 <Happy Birthday>는 홍준원 감독이 처음으로 완성한 필름 극영화다. 아들의 키를 키워주기 위해 머리 당기는 기계를 발명한 척추장애인 아빠, 세상에서 단절된 채 바깥을 꿈꾸는 아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비극을 판타지 화법으로 풀어냈다. 홍익대학교 영상영화과 졸업작품으로 홍준원 감독이 완성한 이 영화는 그간 미쟝센, 레알판타 등에서 외면당했고, 덕분에 감독은 앞으로 진짜 드라마로 승부해야겠다 결심까지 할 정도였다고. 배급사인 인디스토리로부터 베니스 진출 소식을 들었을 땐, 착오가 생긴 줄 알고 영화진흥위원회에까지 확인해봤다는 그는, 현재 <Happy Birthday>의 막판 후반작업에 여념이 없다.

-키와 관련한 어떤 기억이 있나.

=고2 때 한해 동안 키가 20cm가 컸는데, 당시는 뭘 먹든지 키로만 가던 때였다. 그런 기억들이 남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옛날부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영화를 찍는 동안 든 가장 큰 고민은.

=아들의 심정을 드라마로 풀 것인지, 판타지를 살릴 것인지. 결국 그걸 해결하지 못하고 촬영에 들어갔더니 영화가 좀 어중간하다. 원래는 무언극에 가까운 영화를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너무 실험적인 것 같다고 말리더라. 다시 찍는다면 러닝타임도 늘리고 아들의 이야기를 첨가해서 드라마를 강조하고 싶다.

-실제 척추장애인이 출연하는 등 캐스팅이 까다로웠을 텐데.

=시놉시스까지만 써놓고 아빠 역 캐스팅에 들어갔다. 배우가 나타나지 않으면 접을 생각이었는데, 쉽게 풀렸다. 자란 아들의 경우는… 미술 스탭으로 도와줬던 후배를 캐스팅했다. 영화보다 훨씬 잘생긴 친구인데 눈썹을 거의 밀어버리고 이상한 가발을 씌워놓으니 정말 이상해 보이더라. (웃음)

-아빠가 아들의 머리에 헬멧을 씌워서 위로 끌어당기는 장면은 아역배우가 연기하기엔 너무 엽기적인데.

=와이어를 연결해서 몸도 같이 들어올려서 촬영했다. 진짜 그럴 순 없지. 게다가 그 친구는 늘 현장에 할머니와 함께 오는데. (웃음)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영화라면 세트를 비롯해서 미술에 욕심을 부렸을 법한데, 실제로는 비교적 수수한 편이다.

=한만우 조감독이 미술감독까지 겸해서, 학교 앞 설렁탕집 아저씨에게 뻥튀기 기계(아들을 끌어올릴 때 아버지가 사용하는 장치로 활용됐음)를 구해오는 등 많은 도움이 됐다. 가구도 집에서 가져오고, 굉장히 알뜰하게 찍었다. <델리카트슨 사람들>의 미술을 많이 참고했다.

-아직도 후반작업 중인가.

=네거편집까지는 35mm치고는 굉장히 싸게 찍었는데, 후반작업이 문제다. 아들의 목이 늘어나는 장면의 CG나 최종편집을 손봐야 하고, 믹싱도 해야 하는데, DI(디지털 색보정)까지 욕심내는 중이어서 돈이 많이 필요하다. 요즘은 여기저기 공짜로 촬영할 수 있는 곳이 없나 돌아다니느라 바빠서 베니스로 언제 떠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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