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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비아니 형제의 80년대 대표작 2편, <타비아니 형제 컬렉션>
ibuti 2005-08-12

D. W. 그리피스는 <인톨러런스>를 만들면서 ‘원하면 짓는다’는 원칙을 따랐다. 이탈리아영화 <카비리아>(1914)에 경도된 그리피스는 (비록 <카비리아>를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선셋 대로변에 거대한 바빌론 성벽을 짓기에 이른다. <굿모닝 바빌론>은 일자리를 구하고자 미국에 온 이탈리아 형제가 <인톨러런스>의 제작에 참여하기까지의 고생담과 그들의 비극적 운명을 다룬다. <굿모닝 바빌론>은 <인톨러런스>의 웅장한 코끼리 석상이 이탈리아의 유구한 기술력과 상상력의 산물임을 주장하는 데 이어, 죽어가는 서로의 모습을 담는 형제의 행위를 기록에 대한 원초적 갈망으로 표현한다. 이탈리아 문화의 자존심과 영화정신이 초기 영화산업의 낭만적 기억에 녹아든 작품이다.

‘나는 카오스의 아들이다’라는 루이지 피란델로의 선언으로 시작하는 <카오스>는 혼란스러운 세상에 면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피란델로의 단편을 엮은 <카오스>는 네개의 에피소드- ‘또 하나의 아들’ ‘보름달의 병’ ‘진혼곡’ ‘에필로그’- 로 이루어져 있는데, 타비아니 형제는 원죄, 복수, 용서, 저주, 사랑, 배타, 욕심, 권력, 유령, 회귀, 고향과 같은 이야기의 원형을 남부 이탈리아의 서정적인 영상 속에 펼치는 준수한 작업을 시도했다. 타비아니 형제는 1980년대의 대표작 <카오스>와 <굿모닝 바빌론>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이탈리아영화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후 관심권에서 서서히 벗어났으며, 이젠 난니 모레티나 마르코 벨로키오는 물론 푸피 아바티에게도 밀리는 감독이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의 현재 모습은 1960년대 이후 세계 영화계와 떨어져 과거의 화려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탈리아영화를 상징하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형제가 과거에 말하던 혁명과 이상이 아닌 낭만적인 세계관에 빠진 <카오스>는 1980년대 중반 이후 노스탤지어를 줄곧 그려온 여타 이탈리아영화와 다름없으며, <굿모닝 바빌론>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채 호기롭게 살던 사람이 마침내 내뱉는 신음처럼 들린다. 어떤 영화에 대한 느낌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바뀐다. <타비아니 형제 컬렉션> DVD를 보며 그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사뭇 감동적이던 두 작품이 이젠 씁쓸한 느낌을 안겨준다. <카오스>는 두 가지 버전으로 배급되면서 원래 세 번째 에피소드로 찍힌 <항아리>가 종종 빠진 채 상영되곤 했다. 짧은 버전을 담은 <카오스> DVD는 그래서 <항아리> 에피소드를 부록으로 수록해놓았고, <인톨러런스>가 별도 디스크로 선보인다. 본편보다 거대한 부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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