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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장의사>의 두 주연배우 김창완·임창정

제목에 축제 분위기의 새해 첫날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있다고 개봉이 1주일 밀리긴 했지만, <행복한 장의사>는 웃음과 희망이 있는 영화다. 사는 게 별로 즐겁지 않은 세 사람이 노 장의사로부터 죽음을 경건하게 맞는 법을 배우면서 삶의 온기를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연기와 음악을 오가며 양쪽에서 다 든든한 자리를 마련한 김창완임창정이 주연이라는 점이 또다른 관심거리. 까마득한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자살하려다 마음 고쳐먹고 장의사 일을 시작한 판철구, 장의사 자리에 오락실을 차리려는 철없는 청년 장재현 역을 각각 맡아, 새 천년 벽두의 관객을 찾았다.

노래 부를까, 영화할까

김창완

“록하기엔 너무 늙어버렸지”

“맞아. 이게 처음 주연 맡은 영화야. 소감? 누군가 ‘60, 70년대라면 당신 같은 사람은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그러더군. 맞는 말이지 뭐. 난 영화 하는 거 자체가 좋아. 주연이라고 해봤자 멋있는 영웅도 아니고 그냥 허둥대는 초보장의사에 불과하잖아. 연기하는 건 점점 어려워. 그냥 내가 느낀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체계적으로 배운 것 없이 하는 연기의 한계가 느껴져.

그래도 <행복한 장의사>의 판철구는 나하고 비슷해서 처음부터 마음이 통했어. 일단 이 친구는 죽음의 방관자야. 자살하려고도 했으니, 죽음이 뭐 엄청난 사건이 아닌 거야. 그래서 장의사 일도 자진해서 시작한거고. 단순해보이지만 나처럼 이중적이고 어정쩡한 면도 있어. 그런데도 낙천적이지. 죽음과 어떤 식으로든 정면 대결해본 사람이 가지는 여유 같은 거지. 누구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차라리 친근한 것으로 만들어서 그 무게에서 벗어나보자, <행복한 장의사>는 뭐 그런 얘기 아닌가.

요즘 음악은 거의 못하고 있어.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방향을 모르겠어. 음악적 방황기라고 할까. 거 왜 <록 하기엔 너무 늙고 죽기엔 너무 젊어>(Too Old to Rock’n Roll Too Young to Die)란 노래 있잖아. 요즘 그런 심정이야. 젊은 음악 하기도 어색하고 나이든 음악 하기엔 너무 젊은 것 같고. 13집 때만 해도 나이든 음악은 절대 안 하겠다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젊어지려고 무리수 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지난번에 메탈리카가 샌프란시스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거 보니까 멋있더라. 그런 쪽도 괜찮은 것 같고, 에릭 클랩튼처럼 늙는 것도 좋아보여. 좌우지간 지금은 고민중이야. 영화 스케줄 잡혀 있는 건 없는데, <행복한 장의사> 끝내면서 장문일 감독, 나, 정은표는 다음 영화 같이 하기로 했어. 계약금도 받았어. 100원이지만.”

“영화공부 열심히 해야지”

임창정

“행복하세요? 그렇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아니라고 하겠죠? 일상의 기쁨이 행복이란 걸 알면 얼마나 세상이 살 만할까. 하지만 대부분은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뿐이라고들 생각하잖아요. 촬영 중반쯤 염하고 관 속에 들어가봤거든요. 한 1분쯤? 정확히 뭘 느꼈는지 모르지만 짜릿하고, 많은 생각이 스쳤어요. 일상에서 왜 행복을 찾지 못하냐고 하지만, 사실 저도 허무하고 우울한 게 있죠. 하지만 살아 있기 때문에 제약받는 게 많은데, 그렇지 않아도, 그러니까 허락된 게 많아도 재미없겠다 싶었어요. 결국 사람은 행복을 좇아가듯 사는 거 아닐까. 그렇게 사는 과정이 행복일지도 모르구요. <행복한 장의사>도 그런 얘기 같아. 삶과 죽음 운운하지만 일상, 사람 사는 얘기. 꿈같기도, 현실 같기도 한, 삶과 죽음에 대한 어렴풋한 느낌 같은 건데, 그걸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특별히 연구 안 해도 시나리오부터 재현이란 인물은 적응하기 쉽다 했다가 막상 촬영장에 가보니 잘 안 되는 거야. <비트>할 땐 대사 톤, 눈빛 다 경험에서 만들었는데, <행복한 장의사>는 느낌 좋다, 와 닿는다 하면서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몰라서 애 좀 태웠죠. 현장에서 스탭들이 다 기다리는데 잠깐만요, 하고 몇분 동안 멍하니 있기도 하고. 재현인 주인공이지만 드러나는 인물이 아니라 묻혀서 가거든. 배우 입장에선 어느 정도 표현은 해야 된다고, 눈으로, 눈물로 내 감정이 어떻다고 관객에게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영화 전체 맥락에서 이해될 거라며 표현을 많이 제한했어요. 그래서 의견 충돌도 있었구. 재현이한테는 포기했죠. 지금까지 갖고 있던 영화적인 인물 연기에 대해서. 감독님이 날 연필삼아 인물을 만들어가는 거란 마음이었어요. 나중에 영화 보곤 아, 잘 절제했다 싶던데. 떠들썩하지도 않고, 뭔가 ‘느껴지는’ 재현이란 인물을 만나 행복했어요.

<엑스트라>는 사실 제 선택은 아니었죠.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은 로맨틱한 사랑의 주인공이라 재밌었고 연기도 80%쯤 만족스러웠는데, 나중에 보니까 너무 잘하려고만 했구나 싶어요. 이젠 뭘 척하려 하는 게 싫고, 감추고 싶지도 않아요. 요즘은 새 음반 마무리하고 있는데, 1월 3째주쯤 나와요. 전엔 대중이 듣기 좋고 편안한 음악 위주였다면 이번엔 우리나라 발라드와 좀다른 ‘유럽풍 발라드’도 해 봤어요. 음악도 평생 가까이는 하겠지? 하지만 재능의 한계가 분명해서 직접 하는 건 대중의 어느 한 부분, 어느 시간만큼 허락된 음악일 거예요. 본업은, 그리고 인생을 걸고 싶은 건 역시 배우, 영화예요. 당분간은 고갈된 걸 채울 필요도 있고, 영화과 열심히 다니면서 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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