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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바리 짱> 남기남 감독

“환갑넘어 영화 찍는 감독, 나와 임권택뿐”

남기남 감독

19일 개봉한 남기남(63) 감독의 신작 <바리바리 짱>에는 ‘바리바리 짱’이라는 말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명함을 나누며 남기남 감독에게 그 뜻을 물었다. “전 기자, 영어 몰라, 영어? 매우매우 짱, 진짜 짱, 베리베리 짱이 바리바리 짱이지!” 추임새가 잔뜩 들어간 몸짓에 ‘으∼아’, ‘캬∼아’ 같은 감탄사와 함께 되돌아온 대답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덕분에 ‘자투리 필름도 남기지 않는다’, ‘삽입도중 남성의 성기를 남기지 않는다’라는 중의적인 유머, “그럼 남기남?”이 떠올라 간신히 참고 있던 웃음이 순식간에 터져나왔다. 어차피 웃은 김에 “남기남 유머를 아느냐”고 묻자, “그거 내가 만들었어”라며 또 멋드러지게 뒤통수를 친다.

보다 빨리 찍는다 한은 딱 맞춘다 은 힘 있는 한 찍겠다

9일 만에 영화 한편을 만든 적까지 있는 남기남 감독은 ‘영화 후딱 찍기’로 유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105번째인지 106∼108번째인지 헷갈리는 영화 <바리바리 짱>도 딱 한달, 열네번 촬영을 나가 만들고 1년반 만에 어린이 관객들을 찾았다. 2003년 8월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를 개봉하면서 “적어도 1년에 한편씩 어린이용 실사 영화를 개봉하겠다”고 장담했지만, 2004년 2월 <마법경찰 갈갈이와 옥동자>를 만든 뒤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 순제작비 4억여원을 들여 만든 <바리바리 짱>도 상황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 출산드라 김현숙, 꽃미남 오지헌 등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주역들을 캐스팅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홍보에 차질을 빚었고 개봉 시기도 2주 가량 늦춰졌다. 그 바람에 방학 피크를 놓쳤고, <영구와 땡칠이> 때 비공식 27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감독’의 신작은 남기남 감독이 “말하기 가슴 아플 정도”로 흥행 참패 중이다.

하지만 남기남 감독은 “‘레디 고!’를 외칠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스스로 ‘경로당 영화팀’이라고 부르는 ‘늙은 영화팀’을 이끌고 영화를 계속 찍겠다고 했다. “지금 충무로에서 환갑 넘어 영화 찍는 감독은 나하고 임권택 감독 딱 둘이야. 임 감독이야 이태원이라는 든든한 제작자가 있지만, 나는 소자본 신생 제작사들이 후딱 영화 한편 찍어달라고 찾는 편이지. 대한민국에 나처럼 예산 딱맞춰서 영화 빨리 찍어주는 감독 없다니까!”

끝으로, 제작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남기남 감독이 “아카데미 상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하는 ‘최후의 걸작’을 한겨레가 단독 보도한다. 한 여인의 기구한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부모를 바다에서 잃고 할머니까지 여읜 섬마을 소녀가 서울과 탄광촌 작부 생활을 전전하다 결국 섬까지 팔려가게 되는 사연을 담고 있다. 제목은 <(눈물로) 얼룩진 아싸라비아.>. 그리고 덧붙이는 남기남 감독의 어원 설명. “‘아’는 ‘야’야. ‘싸라’는 일본말 ‘사라’ 알지? 접시 말야. ‘비아’는 ‘비워(비우다)’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야, 접시 비워’라는 뜻이지. 술집 매상 올리려면 접시, 안주를 많이 팔아야 되거든. 술집 아가씨들이 매상 올릴 때 쓰는 말이 ‘아싸라비아’라니까!” 그리고 <얼룩진 아싸라비아>의 제작을 돕고 싶은 관객들에게 남기남 감독의 마지막 말을 전한다. “전 기자, 20억만 땡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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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겨레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