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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시티? 아니, 내츄럴 시티!! 홍대 앞을 가다

금요일 저녁 6시부터 토요일 새벽 6시까지, 홍대 클럽 밀착 취재

지난 7월30일 MBC <음악캠프>에서는 대한민국 방송 개국 이래 가장 센세이셔널한 방송사고가 터졌다. ‘성기 노출 사건.’ 이후 언론과 서울시는 ‘청소년 보호’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이번 사고의 배후로 ‘홍대 클럽’ 혹은 ‘홍대 인디’라는 주체를 지목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문화는 개인과 자유를 기반으로 한다. 조직적인 억압이나 관리를 통해 문화가 꽃피웠다는 에피소드는 인류사의 어느 페이지에도 없다. 마찬가지로 술자리도 개인적이다. 누구도 술자리에서 사진 찍히고 인터뷰에 응하는 걸 즐거워할 리 없다. 언제나 주말에는 그러했듯이 홍익대 앞을 찾아갔다. 그리고 술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반나절 내내 질문했다. 밤이 새도록 홍익대 근처에서 보고 들은 현재 ‘홍대’와 ‘클럽’의 24시.

18:00 집중단속에 곳곳 휴업 팻말

소나기가 내리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는 홍익대의 주변 풍경은 여느 주말과 다를 바가 없다. 취재를 위해 섭외했던 두곳의 라이브클럽은 갑자기 거절을 통보했다. 그들의 심경 변화에는 8월4일, 어제 벌어진 구청의 단속이 한몫했다. 구청의 단속으로 피해를 본 곳은 홍익대 주변 인디클럽뿐만이 아니다. 부산국제락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공연의 첫 번째 주자)로 결정된 밴드 파워5000은 홍익대 앞에서 유료 공연을 벌이다가 공연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출국명령을 받는 바람에 정작 페스티벌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외국 밴드들이 참가행사를 제외한 소규모 공연에 특별히 공연비자를 받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구청과 경찰의 강경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8월5일 영등포경찰서의 공식 발표까지 감안하면, 단속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한편으로는 집중포화를 퍼붓는 저널에 대항하기 위해 호의적인 보도를 기대하고 응했던 두어 차례의 취재와 인터뷰가 막상 뚜껑을 열자, 고발 컨셉의 ‘홍대 때리기’로 일관했던 점도 밴드와 라이브클럽쪽이 입을 다물기로 결심한 배경이 되었다. 당일 급하게 부탁한 또 다른 공연기획자에게서 문자가 날아온다. “취재불가, 통화요망.” 통화에서 그는 “원래 공연 내내 밴드와 함께하는 자체 동영상팀도 철수한 상황”이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주말의 라이브클럽들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황이고, 예전처럼 편하게 클럽 근처에서 공연을 기다리며 노닥거리는 팬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10년 넘게 클럽을 운영한 대표 E는 “내가 이 동네에서 10년이 넘도록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장사를 하며, 남의 가게를 놀러다녀도 그런 식의 노출은 TV에서 처음 봤다”며 황당해했다.

20:00 “펑크족 모두를 매도하지 마라”

알고 지내던 DJ 친구의 소개로 랩메탈 밴드의 보컬인 C를 만났다. “아직까지는 특별한 변화는 모르겠다. 업주들은 앞으로 2∼3년 동안 장사는 다했다고 우는 소리를 하지만 두고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노출 사건이 아니더라도 라이브클럽은 이미 고사 직전이다. 사운드홀릭, 롤링홀, DGBD 같은 소수의 공연장을 제외하면 소규모 라이브클럽들은 주말 관객을 중심으로 겨우 운영만 유지하는 상황이다. 밴드들이 같은 출연료라면 공연 환경이 좋은 곳을 선호하기 때문에 소규모 클럽들이 라인업의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대형 공연장도 대관료를 중심으로 겨우 운영되기는 마찬가지다. 공연방식도 몇몇 클럽 중심으로 밴드를 라인업으로 거느리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밴드들이 기획공연에 참여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6년 경력의 C는 “이벤트나 행사로 예전보다 밴드의 수익은 나아졌지만, 상업화되는 경향이 늘어나는 것도 피하기 어렵다”라고 걱정했다. 레이블이나 크루 개념으로 함께 활동한다는 게 점점 희박해져가는 것도 현실이다. C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성공한 인디밴드들이 꾸준히 클럽에서 공연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후발 밴드들한테는 자극이 되고, 본인들에게는 감을 잃지 않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카우치의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펑크를 하는 밴드들이 끈끈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성향은 이번 사건과 상관없이 음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면”이라고 말했다. 이는 펑크 밴드들이 장르의 색깔처럼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라이브클럽의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블랙리스트 발언을 언급하자, C는 웃으며 “‘맘에 안 든다’는 식을 제외하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기준이나 있을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덧붙여 “인터뷰에 응해서 블랙리스트 1번으로 올라가는 것 아니냐?”라며 농담도 건넸다.

22:00 “이번 사건은 해프닝, 100% 우발적인 사고다”

사람들이 거리를 누비기 시작하고, 댄스클럽 근처에는 활기가 돈다. 도로의 한쪽을 점령한 빈 택시에 오르는 취객, 반대편에는 이제야 내려서서 어디로 갈지 상의하는 사람들. 티켓을 판매하는 클럽 아르바이트 D와 새벽 2시는 되어야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는 DJ H가 함께 앉아 있다. 클럽 입구에서 H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H는 밴드 카우치와 몇번 당구도 치고 술도 마시던 사이였다. “이번 사건은 100% 우발적인 사고다. 약물·사전모의 운운하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다. 사진기자와 함께 들어선 댄스클럽 Z는 여전했다. 미러볼이 돌아가고, 터지는 굉음 속에서 사람들은 즐겁게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바에는 단골들이 모여앉아 귓속말로 이야기하며 춤추는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는 모습도 평소와 같다. 친구와 맥주병을 기울이는 공중파 방송의 카메라맨 T의 옆에 앉았다. 그는 경력 12년차의 카메라맨이다. T는 “이번 사건은 말 그대로 해프닝이다. 언론·경찰·서울시가 폭력적으로 특정한 공간이나 문화를 비난하고 나서는 것은 사고에 버금가는 오버다”라며 “해프닝이니까 앞으로도 더한 일도 있을 수 있고, 덜한 일은 이미 방송에서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슈퍼볼 가슴노출 사건을 예로 들며, “중요 방송은 3초나 5초 딜레이시키는 미국의 방법을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24:00 “부비부비를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홀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람들이 가득 차고, 바의 매니저들은 프리 티켓과 칵테일이 담긴 언더록스잔, 혹은 맥주를 바꿔주느라 정신이 없다. 에어컨 앞에서 땀범벅이 된 몸을 식히는 사람, 술에 취해 테이블에서 잠든 사람, 하늘로 팔을 뻗고 뛰어다니는 무리들. 부비부비(남녀가 몸을 아슬아슬하게 맞대고 춤을 추는 동작) 댄스도 간간이 선보인다. “남녀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부비부비를 비난할 권리는 이 세상 누구에게도 없다”는 P. 그는 회사원이다. 회사에서 빈번히 접하는 남성 중심의 향락·접대문화에 치를 떠는 그는 “홍대의 자율적인 부킹과 만남에 대한 기성세대의 비난은 그저 시기와 질투”라고 항변한다. P는 “클럽에 온 나이든 남자들이 가장 당황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익숙한 술집에서처럼 돈으로 쉽게 여자를 살 수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클럽은 나이트클럽이나 유흥주점과는 달리 웨이터가 돈을 많이 쓰는 손님을 챙겨주는 구조도 아니고, 위스키를 시키건 맥주를 마시건 그건 개인의 취향에 따른 문제일 뿐이다. 노출 사건에 대해서도 그는 “당사자를 처벌하는 것은 온당하다. 그러나, 홍대와 인디를 비난하고 관리하겠다는 방식은 연좌제나 반공정책에 가까운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쪽 구석에는 양복을 입고 이어폰을 낀 건장한 남자가 실내를 지켜본다. 클럽에서 일하는 스탭들은 세칭 ‘경호원’이라 부르는 보디가드다. 서울의 다른 유흥가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홍대는 안전문제나 취중난동을 막기 위해 보안업체를 공동으로 고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조폭들이 드나드는 것보다는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

02:00 “무작위 비난이 청년문화의 공간을 죽인다”

가까운 곳의 다른 클럽 G를 향했다. 세팀의 힙합 멤버들이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인디와 메이저 사이쯤인 세팀의 공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입장을 재촉하는 스탭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B팀 공연이 5분 남았습니다.” 망설이던 사람들 중 일부가 클럽 입구로 걸어간다. 원래 펑크를 하던 라이브 경력 10년이 넘는 밴드 B는 지금은 애시드 힙합으로 진로를 바꿨다. 족히 200명은 될 듯한 관객이 앰프와 의자 위까지 빼곡히 채우며 공연을 기다린다. 드디어 공연 시작. 무대 위의 가수도 아래의 관객도 제각기 몸을 움직이며 흥겨워한다. 클럽을 나와 거리에서 만난 독립영화감독 Q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고 이야기한다. Q는 홍대라는 공간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급속도로 유입되는 자본에 의한 상업화와 대형화의 경향”이라고 말했다. 홍대가 문화공간의 성격을 잃어가는 이유는 “1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수용하는 대형 클럽의 등장, 힙합을 중심으로 한 클럽음악의 편중, 이로 인한 라이브클럽의 고전 등이 맞물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노출 사건 이후의 저널들의 보도에 대해서도 그는 “일부 대형화된 클럽의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공간 전체가 그런 것처럼 비난하는 방식이 홍대라는 청년문화의 공간을 질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04:00 퇴폐나 향락, 과장된 얼굴은 없다

밤이 끝나가고 클럽도 마감을 향한다. 아침이 다가올수록 클럽에는 소수의 단골, 스탭, DJ, 그의 친구들이 주로 남아 있다. 이 시간대를 잘 찾아가면 클럽 스탭들끼리 노닥거리며 보여주는 근사한 춤동작을 목격할 수도 있다. 음악은 꺼지고 술을 마시기보다는 아침을 먹자는 약속을 하거나 수다를 떨며 해뜨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거리에서는 일터를 향하는 일상의 주민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취객들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한쪽은 일을 마치고 돌아가고, 한쪽은 술자리를 파하고 귀가한다. 거기에는 각자에게 주어진 ‘일상’의 발걸음만 존재할 뿐, 이 동네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말하는 ‘퇴폐’나 ‘향락’ 같은 과장된 얼굴은 없다. 홍대를 문화공간으로 존속시키는 해결책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오래된 문화정책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클럽데이와 사운드데이

홍대 클럽, 직접 느껴봐 그리고 판단해

홍익대 앞 클럽데이는 원망과 칭찬을 동전의 양면처럼 가진 야누스다. 클럽 단골들과 DJ, 스탭들에게는 “뜨내기를 양산하고, 클럽물을 흐리는 주범”이라고 비난받는다. 한편 상인, 업주, 초심자, 클럽에 자주 들르지 않는 사람들은 “클럽데이는 홍대 상권을 살려냈고, 홍대를 대한민국 클럽의 메카로 인식하게 만든 일등공신”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클럽데이로 인해 클럽의 무게중심이 라이브클럽에서 댄스클럽으로 급격히 이동한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2001년 3월부터 거행된 클럽데이는 오는 8월 말이면 50회를 맞이할 정도로 롱런 중이다.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벌어지는 클럽데이의 성공을 발판으로 둘쨋주 금요일에 사운드데이도 마련되었다. 사운드데이는 공연을 위한 신인 뮤지션 발굴을 위해 매월 첫쨋주 월요일에는 오디션도 개최하고 있다.

홍대 클럽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이라면 클럽데이와 사운드데이는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이때는 평일과는 다른 분위기이며, 매월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클럽데이에는 14개 클럽, 사운드데이에는 9개 클럽을 프리티켓(음료 한잔, 1만5천원) 한장으로 모두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클럽데이는 말 그대로 DJ들이 음악을 트는 댄스클럽이 주무대가 되고, 사운드데이에는 밴드들이 댄스클럽 혹은 라이브클럽의 무대에서 공연을 선사한다. 클럽데이와 사운드데이를 통해 음악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맘에 드는 클럽을 발견한다면 이후에는 평일에 그곳을 방문하는 순서를 밟는 것이 좋다. 자신의 눈으로 이슈가 된 홍대 클럽 문화를 확인하고 싶다면 어느 금요일 밤 직접 홍대 거리로 달려가길 바란다. 단, 주민등록증은 잊지 말고 지갑 속에.

참여클럽▶ 클럽데이: ST.102, DD, NB, M2, MWG, SAAB, HOOPER, SK@, JOKKERRED, OLDROCK, MI, TOOL, Q-VO, CARGO | 사운드데이: BASSROOM, EVANS, ST.102, TOOL, WATWECOCK, FREEBIRD, ALICE, DD, SA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