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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 만난 사랑, <로망스> 촬영현장
2005-08-29

조재현·김지수 주연의 멜로드라마 <로망스> 촬영현장

지난 8월14일 밤 8시께 시작된 촬영이 자정을 훌쩍 넘겼다. 정성껏 되풀이되고 있는 대사. “좋은 음식은 살로 안 가고 마음으로 가거든요.” 윤희(김지수)가 형준(조재현)에게 건네는 이 진심은 이날 촬영뿐 아니라 <로망스> 전체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강력반 형사 형준과 권세가의 며느리 윤희는 벼랑 끝까지 밀려난 터였다. 협잡과 폭력에 허덕이며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버거울 때, 이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그리고 윤희는 허름한 삶의 더께가 덕지덕지 묻은 식당에서 사랑이란 희망을 향해 비로소 말문을 연다. 그런데 사랑의 밀어는 농밀하면 할수록 타인들에겐 거북살스럽다. 문승욱 감독은 그래서 더욱 두 배우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일상이 들어오기 전, 세상이 사랑하는 두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 짧은 순간의 이야기다. 연인이 현실적인 것을 깨닫기 전에 파국을 맞는. 꿈을 꾸는 듯한 판타지 느낌이고, 관객에게 몽환적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여기에 두 배우의 연륜이 작용해 이야기가 스스로 가듯 가고 있다.” <이방인> <나비> 등 전형적인 상업영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던 문 감독은 “30% 촬영했는데 현장편집본을 보면 마치 애니메이션 같다”며 은근히 흐뭇해한다.

김지수는 뒤늦게 영화를 시작해 신비스런 ‘카리스마’를 발하고 있는 참이다. <여자, 정혜>의 성공적인 데뷔에 이어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단 몇컷의 등장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싹 바꿔놓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디테일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감정이 점점 상승되는 이야기도 아니라는 게 연기의 난점”이라면서도 액션을 부르면 차분하게 예의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여기에 ‘센 남자’ 조재현이 톤을 좀 낮춰 호응한다. 눌려 있는 살기가 그를 만나 따뜻하게 변한다. 새벽 4시께 자신의 촬영분을 끝낸 김지수가 “몇 시간 동안 맡은 고기 굽는 냄새를 씻어내러 맥주라도 한잔 해야겠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짓는다. 곧 건너편 고깃집에서 소주를 곁들이며 준비 중이던 기주봉, 장현성 등 형사 동료들이 울분에 찬 술자리 촬영을 위해 조재현과 합류한다. 운좋게도, 실내 촬영이 시작될 때를 맞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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