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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Duelist>의 하지원, 강동원 [2] - 하지원

<형사 Duelist>의 남순, 하지원

“예쁘다는 말보다 멋있다는 말이 더 좋다”

저녁 8시 반쯤 시작된 사진 촬영과 인터뷰는 그날 하지원의 세 번째 스케줄이었다. 두건의 인터뷰와 사진 촬영에 지친 기색이 처음엔 짙었지만, 곧 특유의 밝은 기조를 되찾고 까르르 웃음소리를 섞어 인터뷰에 응하기 시작했다. 실제 성격은 그리 전투적이지 못한 하지원이 처절하고 땀내 물씬 나는 액션연기에 두 차례(<다모> <형사 Duelist>)나 몸을 던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착실함이 뒷받침되어서일 것이다. 강동원은 “필요없을 것 같아서” 중도에 포기했다는 선무도를 “호랑이권법, 학권법, 원숭이권법”까지 참을성 있게 배웠고, “배운 걸 까먹지 않으려고” 열심히 연습하다 꿈에서까지 탱고를 춰 침대에서 굴러떨어지기도 했다. “한신, 한신이 고비였기 때문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는 그녀의 정감어린 목소리엔 촬영현장을 그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감독님이 테이크를 많이 간 편인가.

=리허설을 많이 하셨다. 근데 그것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안 하시는 거라고 그러더라.

-감독의 스타일이 변한 건가, 두 배우의 스타일에 맞춰 현장이 돌아간 건가.

=감독님이 예전에는 아, 이거다 싶으면 밀고 나가셨는데 지금은 마음을 많이 여셨다더라. 그래서 배우나 스탭들의 아이디어도 많이 듣고, 서로 얘기도 많이 하신다고. 현장에서도 많이 바뀌는 편이었다.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그대로 찍는 게 어떻게 영화냐고 말씀하셨다. 레디 액션, 하기 직전까지 생각을 하신다. 배우들에게도 그런 걸 요구하시고. 테이크를 가도 전체 오케이 사인이 날 때까지 꽉꽉 채우신다. 여기서 이렇게 했는데, 다음 테이크에는 이걸 조금만 더, 그 다음 테이크에는 여기에도 조금만 더. 그러니까 쉴새없이 계속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 작업이 정신적으로 고되다 싶은 적은 없었나.

=고되다기보다도 감독님이 항상 배우는 땀을 흘려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땀을 흘리고 열심히 해서 찍어야지, 그냥 거저먹으려고 하면 화면에 다 나온다(웃음) 그러셔서 정말 열심히 한 거 같다. 나뿐 아니라 얼굴이 안 보이는 엑스트라들까지 연습을 끊임없이 했다. 안병기 감독님 같은 경우도 굉장히 디테일하셔서 그때도 와, 이렇게 디테일할 수 있나 했는데, (이명세 감독님은) 정말 왕디테일, 왕디테일. (웃음)

-촬영 들어가기 전에 무용, 탱고, 선무도까지 배우면서 육체적인 워밍업을 힘들게 했는데, 정작 촬영에 들어가서 본인을 힘들게 한 건 육체적인 부분인가, 캐릭터의 감정 표현에 관한 부분인가.

=두 가지 다. 일단 감독님이 날 여자로 안 봐주시고, 나도 내가 여자라는 걸 잊어버렸다. (웃음) 현장에서 나 혼자 여자다. 근데 무술감독님도 내가 여자라는 걸 까먹곤 하셨다. 그렇다는 걸 언제 알았냐면, 내가 다른 촬영이 있어서 오전에 그 일을 마치고 메이크업을 한 채로 현장에 갔는데 다들 이상하다고 빨리 지우고 오라 그러시더라. (웃음) 힘든 것 못 시키겠다고. 감독님도, 지원이 니가 여자였구나, 이러시더라.

-힘든 게 뭔가.

=여자 체형에 힘든 동작들. 뭐, 슬라이딩. 여자는 일단 가슴이 있는데, 해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아대를 좀 넣어보려고…. (웃음) 뚱뚱하게 보이고 그런 건 상관없다. 일단 몸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내 옷은 또 되게 무겁다. 동원이 옷은 하늘하늘하고 가벼운데. 동원이는 칼도 긴데 나는 칼도 짧고. 그런 악조건 속에서…. (웃음) 동원이 칼에 하도 맞아 손가락도 다 망가졌다. (휘어지고 망가진 손가락들 보여주며) 다 포기했다, 손 예쁜 것도 포기하고.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관련해 특별히 어려웠던 신을 꼽으라면.

=남순의 동료들이 슬픈눈에게 다 죽어서, 남순이 열받아서 슬픈눈 찾으러가는 장면. 그때는 남순이 완전히 돌아버린다. 근데 막상 슬픈눈의 얼굴을 보니까 주먹이 안 나가는 거다. 사랑의 감정과 죽여야 하는 심정이 섞여서 대사치고 연기해야 하는데,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도 아, 이게 고비겠구나, 가장 힘들겠구나 생각은 했다. 근데 촬영하면서도 가장 힘들었다.

-그 장면 찍고 감독님이 뭐라시던가.

=모니터를 안 보여주셨다. 배우들은, 화면에 잘 나오고 싶어하는 게 있지 않나. 난 어차피 그걸 버리긴 했지만, 돌아버린 연기를 하는데 그게 예쁠 리는 없으니까 혹시라도 그걸 보고 내가 놀랄까봐… 그래도 나중에 보여줬다. (웃음)

-예뻐 보이는 걸 포기했다면, 여배우에게 중요한 것인 동시에 스스로를 가둬둘 수 있는 틀을 깨야 했다는 뜻인가.

=물론 사진 찍을 때 예뻐야 하면 예쁜 척하고 그런 건 한다. 근데 나는, 음, (정확한 표현을 고민하는 듯), 그러니까, 뭔가 하는 모습이 예뻐야지 치장해서 예쁜 모습을 나한테서 기대해본 적은 없다. 허름한 모습으로 빨래하는 모습이라도 예뻐 보일 때가 있지 않나. 그 역할에 정말 몰입해 있을 때. 그런 게 예쁜 거지, 화장해서 (예쁜 시늉하며) 빨래하고 그런 게 예쁜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배우의 모습도 그런 것 같다. 예쁘다는 말보다 멋있다는 말이 더 좋다. (단어를 음미하려는 듯) 멋있다….

-이명세 감독과 작업하면서 본인에게 배우로서 남은 재산이 있나.

=그동안 내가 너무 몰랐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름대로 굉장히 노력하고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더 많이 알고 해야 할 것도 많구나, 하는 걸 알았다. 그동안 너무 거저먹었다는 생각도 들고. (웃음. 이때 강동원, 언제부터 옆에 와 앉아 있었는지 이 대목을 듣고 고개를 아주 크게 끄덕끄덕하자) 그렇지, 너도 그런 생각 들지? 너도 거저먹었지? (둘 다 웃음)

-연기가 내 업이다, 라는 확신을 갖고 있나.

=음… 너무 심오하네. (강동원, “그냥 난 단순하게 네, 그랬는데…”)

-왜 그게 심오하다고 생각하나. 본인은 아직 그런 대답을 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가.

=(여전히 대답 못하고 고민하는데 다시 강동원, “난 그냥 네, 그랬는데…”, 이 말을 듣고) 네.

-이 일이 좋나.

=좋다.

-어떤 게 좋나.

=많이 아프거나 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일하러 나오면 까먹는다. 숨도 잘 쉬어지고. 현장에 나오면, 다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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