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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의 난리블루스, 김양수의 카툰판타지 <생활의 참견>
이다혜 2005-09-02

꼬물꼬물 지렁이 기어가듯하는 글씨체, 단조로운 배경처리, 어쩐지 당연하게 “내가 그려도 이만큼은 그리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PAPER>의 다른 기사를 다 읽은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꼭지가 바로 <PAPER>의 김양수의 카툰판타지였다. 그 만화들이 모여 한권의 책이 되어 <생활의 참견>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 카툰은 내용에 따라 몇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는데, 각장의 도입부에 있는 작가 김양수의 사진에서부터 그의 유머 공력을 실감할 수 있다. <스타워즈>의 로봇 C3PO의 몸에 자신을 얼굴을 갖다붙이는가 하면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 몸에 얼굴을 콜라주한다(배경의 학생들 얼굴도 모두 김양수 자신이다). <일상의 참견>이라는 제목은 ‘일상이 인생에 태클 걸어올 때’쯤으로 해석하면 될 텐데,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김양수 자신이나 주변 사람의 경험담이다. 학창 시절, 야설을 프린트(씩이나)해서 보던 친구의 어머니가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야설이 프린트된 종이들로 포도를 싸서 친척에게 모두 돌렸다는 이야기, 월드컵 기간 중 미국과 한국 경기에서 당시 지고 있던 경기를 못마땅해하던 동네 중국집 주방장이 손님에게 자장면을 집어던진 ‘분노의 짜장면’ 사건 등 주변에 있을 법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계속 펼쳐진다. 꼼꼼하게 읽으면 ‘소주와 궁합이 잘 맞는 싸구려 안주’들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까지 들어 있으니, 이 책은 과연 생활의 참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소소한 일상의 난리블루스라 아니할 수 없겠다. 읽다 보면 혼자 키득거리며 “아, 이 자식… 하하하” 하게 된다. 친구가 어렸을 때 사고친 이야기를 해주는 양 마냥 즐겁고 유쾌한 기분으로 책 한권을 다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