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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 - 프리미어리그 구단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부터 포츠머스까지 프리미어리그의 구단들

꼬리에 꼬리를 무는 EPL

맨체스토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

박지성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엄청난 수의 열성팬과 안티팬을 동시에 거느린 명문팀이다. 60년대 발생한 비행기 사고는 맨유를 전국적 인기구단으로 만든 결정적 사건이다. 이 사고로 주전 선수를 여럿 잃었지만 생존자들의 회복 과정이 연일 흑백TV를 타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했다. 맨유에서 올 시즌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젊은 골잡이 웨인 루니. 사창가에서 만난 팬과 사이좋게 찍은 사진이 문제가 되자 ‘2년 만에 처음 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이 스무살 순수(?)청년은 이 해프닝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향팀 에버튼과 마찰을 일으킨 뒤 맨유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깜짝 4위’를 차지했던 에버튼은 하위리그 강등을 가장 오래 겪지 않은 팀이자 등번호 시스템을 축구계에 처음 도입한 ‘뼈대’있는 구단이다. 아시아 마케팅에도 관심이 많은 에버튼은 3년 전 중국의 리티에를 영입해 경기장 안팎에서 적지 않은 효과를 봤다. 그러나 이제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준 아시아 선수는 같은 나라에서 온 순지하이다. 그의 팀 맨체스터 시티는 적어도 연고지인 맨체스터 안에서만큼은 맨유 못지않게 큰 인기를 누리는 팀이다. 그러나 최근 적자가 엄청나게 누적되면서 파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자금난으로 곤란에 빠졌던 팀은 또 있다. 2부리그 플레이오프를 거쳐 이번에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런던을 연고로 하는 13개 프로팀 중 하나인 이 팀은 3년 전에 닥친 재정난을 타개하지 못하고 주전급 선수들을 죄다 팔아넘겼지만 결국 2부리그로 추락했었다.

런던 동부에 자리잡은 웨스트햄이 도시 변두리 노동자 계층을 대변하는 이미지라면 런던 서부의 첼시는 국제도시 런던의 화려한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팀이다. 런던 부촌에 자리잡은 첼시는 2년 전 러시아의 갑부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팀을 인수한 뒤 매년 2천억원 이상의 돈을 퍼부어 스타 선수 사재기에 나섰고 지난 시즌 50년 만에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런던 최고’의 명패는 런던 북동부에 자리한 아스날의 몫이다. 런던팀 최고의 성적(리그 우승 13회)을 자랑하는 아스날은 90년대 중반 아슨 벵거 감독의 부임과 ‘날지 못하는 네덜란드인’ 데니스 베르캄프의 영입을 통해 ‘지루한 팀’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아스날의 진정한 적수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홈구장을 둔 토튼햄 핫스퍼다. 템스강 아래에 살던 아스날이 토튼햄 근처로 이주해 오면서 시작된 둘간의 숙적 관계는 3년 전에는 토튼햄의 주장인 수비수 솔 캠벨이 아스날로 전격 이적한 뒤 더욱 악화됐다.

찰튼 애슬레틱의 앨런 버키실리 감독

이외에도 런던에 연고를 둔 프리미어리그 팀으로는 풀햄과 찰튼이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4부리그에 머물던 풀햄은 이집트 출신의 부호 알 파예드가 팀을 매입한 이후 빠른 속도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입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알 파예드의 아들은 몇해 전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함께 교통사고로 숨졌다. 지난 몇년간 꾸준히 중위권에 머문 찰튼 애슬레틱의 감독은 91년에 이 팀에 부임한 앨런 커비쉴리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86년)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한 팀의 감독직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차세대 대표팀 감독으로 거론되는 젊은 명장이다.

잉글랜드 감독 중 지난 시즌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인물은 볼튼 원더러스의 샘 앨러다이스다. 주로 2부리그에 머물던 볼튼은 앨러다이스의 부임과 함께 상승곡선을 그렸고 지난해 리그 6위의 성과를 냈다. 볼튼은 올 여름 일본 최고의 스타 나카타 히데토시를 이탈리아 피오렌티나에서 임대해왔다. 잉글랜드 리그가 첫 경험인 나카타에 비해 웨스트 브롬위치에서 활약 중인 또 다른 일본인 이나모토 주니치는 여유가 있다. 지난 5년간 아스날, 풀햄, 카디프 등을 전전하며 경험을 쌓은 덕이다. 그러나 그의 팀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합류한 위건, 선더랜드 등과 함께 유력한 2부리그 강등 후보로 꼽힌다. 팀 사상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에 합류한 위건 애슬레틱은 최근 영국 내 스포츠용품 판매 대형 체인회사의 지원을 받아 마이클 오언(레알 마드리드) 영입에 1천만파운드를 베팅해 화제를 모았다. 20세기 초에 좋은 성과를 냈던 선더랜드는 당시 한국의 고려대학교가 이 팀의 빨간 세로 줄무늬 유니폼을 모방했을 정도로 대단한 위세를 과시했지만 이후 지역 경제의 몰락과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선더랜드의 지역 라이벌은 미들스부르와 뉴캐슬이다. 미들스브루는 볼튼처럼 지난 시즌 팀 사상 최고의 성적(리그 7위)을 거뒀다. 맨유 퍼거슨 감독의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쌓은 매클라렌 감독의 지도력이 돋보이는 팀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리 보이어

반면, 이 지역 최고 명문으로 불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지난 시즌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 도중 미드필더인 리 보이어가 팀 동료 키에른 다이어와 주먹다툼을 벌인 덕에 ‘해외토픽’난에 등장했다. 이날 두 선수의 싸움을 말리느라 본의 아니게 여기저기 얼굴을 드러낸 가레스 배리는 아스톤 빌라가 자랑하는 왼쪽 미드필더다. 10대 시절 ‘왼발 신동’이란 평을 받으며 창창한 앞길을 보장받았다가 이후 별다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배리 경력의 궤적은 90년대 후반 상위권에 머문 이후 최근 다시 중위권으로 내려앉은 소속팀의 신세와 닮은꼴이다. 반면, 아스톤 빌라의 지역 라이벌인 버밍험 시티는 매번 아스톤 빌라에 비해 현격히 낮은 성적을 거두다가 지난 시즌 두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 뿌듯하게 시즌을 마쳤다. 도시 규모로 따지면 두 팀이 속한 버밍엄이 영국에서 두 번째지만 축구만 따졌을 때 두 번째 도시는 리버풀이다. 에버튼과 함께 이 도시를 연고로 하는 리버풀은 역대 1부리그 우승 18회에 빛나는 최고의 명문 구단. 지난 시즌에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 승부차기 끝에 AC밀란을 꺾고 유럽 챔피언에 올랐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가 발족한 92년 이후에는 리그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는데 그 점에서 지난 1995년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다시 2년 만에 2부리그로 추락한 ‘도깨비팀’ 블랙번 로버스가 부러울 수도 있겠다. 블랙번처럼 급격한 성적 변화를 겪는 팀이 있는가 하면 영국 남부 해안도시 포츠머스를 연고로 하는 동명의 팀처럼 큰 굴곡이 없는 팀도 있다. 포츠머스는 클럽 사상 첫 골키퍼가 ‘셜록 홈스’ 시리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고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 <리플리> 등의 감독인 앤서니 밍겔라가 지역 라디오의 해설자로 활약할 만큼 열성팬이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사진제공 R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