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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의 <형사 Duelist> [4] - 포토코멘터리 ②
김도훈 200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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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명세/ 홍등가로 쫓아온 남순과 슬픈눈이 눈쌓인 계단에서 대결하는 장면이다. 영화의 감정을 칼과 칼로 말하는 것이다. 사실 이 장면에서는 입김이 보여야 하는데 스틸에서는 그게 안 보여서 아쉽다. 입김이 합쳐지는 느낌이 아주 영적인 기운을 주거든. 비록 칼을 겨누고 있지만 두 사람의 입김이 하나가 되면서 두 사람도 하나가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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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 이명세/ 포졸들이 병조판서의 집을 급습하는 장면이다. 성기 형과 지원이가 아주 폼나게 나온 장면이라 선정했다. 정말 아무런 배경도 넣지 않고 공간을 구성한 거다. 병조판서는 흰옷을 입히고, 포교들은 모두 검은색으로 입히고, 붉은 천을 거기에 덧대고. 그저 단순한 공간으로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다. 미니멀하다. 미니멀. 미국에서 돌아오기 전에 미니멀 전시회를 보면서, 미니멀이 가장 경제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비용 고비율. 그리고 내리는 눈은 48프레임으로 찍은 거다. 48프레임의 눈이 가장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래서 배우들을 일부러 빨리 움직이게 해서 찍기도 했다. 그리고 포졸들이 쓴 챙을 잘 봐라. 챙이 넓지 않나. 포졸들의 챙은 원래 작아야 하지만 챙 크기로 그런 고정관념을 깬 거다. 성기 형뿐만 아니라 지원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복장일 거다. 원래는 좀더 여성적인 의상으로 준비했는데 좀 아닌 것 같더라. 해서 포졸옷을 입혔더니 멋지게 어울려버렸다. 지원이가 복장 때문에 좀 힘들었을 거다. 동원이는 하늘하늘하고 부드러운 재질의 옷만 입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폼이 나는데, 지원이는 옷 때문에 크게 움직여도 폼이 잘 안 산다. 그래서 이 장면에서 단칼 대신 창을 쓰게 한 것도 액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이형주/ 흰눈이 쌓이면서 점점 ‘지워지는 느낌’이라고 이명세 감독이 주문했다. 눈 만드는 건 최악의 노동 중 하나였다. 특수눈을 이용했지만 스노 카펫이라는 걸 이용해서 지붕, 사람들의 옷과 모자 등등 세부적인 것들에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붙여넣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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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명세/ 장터에서 필름 속에서는 황토의 색감이 나기를 원했는데, 그러면 인물들 피부도 벌겋게 보이는 바람에 포기했다. 좀 아쉽기도 하다. 하여튼 뭔가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면서, 정지화면으로 보면 또 회화 같은 느낌도 있어서 좋다. 어느 기자는 “움직이는 명화” 같다고 그러더라고. 원래는 작은 공간을 다양하게 이용하기 위해 장터 세트 자체를 이동식으로 지으라고 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서 한두개만 이동식으로 하고 거의 붙박이로 만들었다. 돔이라도 만들어 씌워볼까 했지만 돈이 많이 들어서 포기했고, 아쉽기도 하다. 다음 영화에서 해보지 뭐.

이형주/ 컬러풀하고 과감한 색감을 지닌 장터 모습이 낮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생동감이 넘치지 않나. ‘도시사극’이니까 도회적인 다양함을 장터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다. 사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다. 워낙 큰 공간이니까. 게다가 세월의 때를 표현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의외로 쉽게 준비하고 촬영하는 게 가능해지더라. 마지막에 찍은 터라 스탭들 손발이 너무 잘 맞고 빨랐거든. 나도 놀랐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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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명세/ 남순이 슬픈눈을 찾아 홍등가로 가는 장면이다. 감정변화가 많은 장면이어서 지원이가 많이 힘들어했다. 격하게 바뀌는 감정을 일상에서 겪어본 적이 없어서였을 거다. 박중훈도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때 마누라의 첫사랑을 질투하다가 사진을 보고 웃는 장면을 찍으면서 힘들어했다. 사진 속 주인공이 구성주 감독이었거든. (웃음) 막 웃어라. 크게 웃어라. 이렇게 주문했는데 왠지 이상하다 그러는 거야. 근데 결혼하고나서 다시 보니까 그 기분을 알겠다고 그러더라. 원래 정서적인 체험이 없는 상태에서 그런 감정들을 담아내기란 힘들다. 그래서 쉽게 설명을 해준다. “말하자면 남자와 여자가 자는 장면 같은 거야, 그런 분위기를 내” 하고 말이다. 근데 지원이는 싸우는 장면을 찍으면서 정사처럼 하라니까 좀 무서워하더라고. 이 감독이 나보고 지금 이상한 영화 찍으라는 건가 했겠지. (웃음) 그건 농담이고. 자기가 해석한 감정이 있었는데 설명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주니까 약간 퍼즐에 빠진 거겠지.

이형주/ 길게 마주보고 있는 현대의 홍등가 같은 느낌을 준 공간이다. 사실 고증이 문제는 아니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초현실적일 수는 없다. 해서 고민이 참 많았다. 잘못하면 일본색이 지나치게 날 수도 있었고, 고민하다가 덧문을 만들어 붙였다. 지금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구한말 사진자료나 한양풍속도를 보니까 한국 가옥에도 덧문이 있더라. 그렇게 현대적으로 첨가한 것들이 많다. 감독님은 의상에 가죽을 쓰자고도 했고, 안성기씨는 세무 재질의 의상도 입었으니까. 니트 종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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