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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지 않은 사람>의 크지스토프 자누시 감독

“나와 내가 대면한 세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다”

2000년,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방문해 핸드 프린팅을 남겼던 크지스토프 자누시 감독. 그가 <반갑지 않은 사람>이라는 영화로 다시 부산을 찾았다. 개인적인 기억과 공적인 기억의 만남,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며 늙어가는 외로운 인간의 이야기.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반체제 인사와 박해자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날 GV 때, 극장 한 구석에 앉아있던 필자를 또렷이 기억한다고 말하는 이 놀라운 관찰력의 노장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냉철하게 이야기 하다가도, 사진을 위해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는 여유로움을 과시했다. 우렁찬 목소리와 분명한 발음으로 노년의 고민과 종교와 역사를 말하는 이 감독에게서는 자기 삶에 대한 확신이 묻어났다.

<반갑지 않은 사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화 속 인물들 중에서 누구를 지칭하는가? 그건 나 자신의 절박한 고민이기도 하다. 나는 과연 이 세상이 원하는 사람일까.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일까. 여기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순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역시 한 때는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사람이지만, 결국 역사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물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술집 여성을 고향으로 돌려보내주거나 술주정뱅이 거지에게 남은 술을 주는 일 뿐이다. ‘반갑지 않은 사람’은 누군가를 특정하게 지칭하기 보다는 지금 나와 내가 대면한 세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매우 이성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결말에 이르러 감정이 분출되는 느낌이다. 이성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결말에서 나는 주인공이 현실에 굴복하는 대신, 그 현실을 이해하는 순간을 창조하고 싶었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의 능력은 거기까지였다. 그는 결국 과거를 인정하고 애도한다. 내게 중요한 건 이성과 감성의 균형이다. 나는 역사와 현실에 대해 허무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무척 싫어한다.

어제 GV에서나 영화 자체에서도 불교적 세계관이 보인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불교적 세계관에 주목한다. 예컨대 선과 악은 다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김기덕 감독에게 관심이 있다. 내일 <>을 볼 계획이다.

부산영화제 관객들과의 대화는 즐거웠나. 미국 관객들은 줄곧 제작비, 제작 기간 등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런데 여기 관객들은 영화 내적인 면에 관심이 많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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