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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아라키, 영화를 만나다

아라키 노부요시가 직접 선별한 영화 상영회 열려

<아라키멘터리>

사진과 영화의 만남은 그 둘의 태생에서부터 디지털 시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지속되어왔다. 렌즈, 셔터, 필름, 뷰파인더는 포토그래프와 시네마토그래프 사이의 계통발생을 가늠하는 상동기관인 셈이다. 찰나에서 영겁을 포착하는 사진가는 종종 영화를 기웃대며 원천적으로 거세된 지속 시간에 대해 고민하였고, 영화는 셔터 한방을 누르기 위해 고뇌하는 사진가를 거울 속 자아로 여기면서, 이 둘은 서로에 기대어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영화가 아라키 노부요시를 만난 것은 비단 요번만은 아니다. 센티멘털-로맨티스트로 다뤄진 <도쿄 맑음>은 물론이고 기타노 다케시와 비욕, 리처드 컨까지 총동원하여 만든 뉴욕발 팬레터인 트라비스 클로스의 <아라키멘터리>에 이르기까지, 스틸카메라를 든 아라키 노부요시는 영화 카메라를 든 이들에게 늘 관심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아라키가 영화를 만난다. 10월6일부터 이듬해 1월22일까지 바비칸 아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아라키: 자아·삶·죽음’ 전시회에서는 아라키의 문제적 사진뿐만 아니라, 아라키 자신이 직접 선별한 영화들을 상영한다(<아라키멘터리>는 상영회가 아닌 전시회에서 보여진다).

오즈 야스지로의 <도쿄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도시>,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 칼 드레이어의 <잔 다르크의 수난> 등을 거쳐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으로 귀결되는 라인업은 고스란히, 사별한 아내 요코와의 추억/여행을 이입하는 오즈식 바라보기에서 출발하여, 삶이 전투가 되었던 이탈리아의 거리를 거닐다가, 인간의 열정과 준엄한 도덕적/제도적 심판이 갈등하고 다양한 입장 차이가 맞부딪치는 법정으로 매듭짓는다. 이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사진가, 아라키가 영향받은 영화들’이라는 주최쪽의 의도 그대로, 아라키의 선택을 통해 그 자신과 그가 불러일으키는 논쟁점들을 짚어보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라키라는 필터로 이들 영화를 새롭게 발견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따라서, 아라키와 영화가 만나는 지점은 아라키를 둘러싼 논쟁을 강제로 화해시키는 법정이 아니라, 상호 침투를 통해 논쟁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여정이다. 마침 바비칸이라는 도심 속 인공 복합 공간을 절묘히 활용한 전시이기에, 관(람)객은 입체 미로와 같은 바비칸의 동선 구조 속에서 아라키의 다면결정체(낭만적 탐미주의자에서부터 변태 포르노그래퍼까지, 말 그대로 아시안 익스트림 그 자체)를 또 다른 성좌로 재구성할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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