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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싸대기’와 ‘명바기’
김소희(시민) 2005-10-14

3김 시대가 끝나면서 애명을 갖는 정치인이 거의 없지만, 홍사덕 전 한나라당 총무와 이명박 서울시장은 드물게 독특하게 불린다. ‘싸대기’와 ‘명바기’다. 전자는 그의 화술을 질투하는 남자들이 붙여줬다는 설이 있고 후자는 서울 을지로 지하철역 화장실의 낙서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두분 다 요즘 뜬다. 10월26일 재보궐 선거 때 경기 광주지역에 출마하려고 한나라당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심사에서조차 배제된 사덕님은, 무소속으로 나가 이긴 다음 복당하겠다며, 그렇게 되면 당이 자신을 안 받아주는 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는 한” 없을 것이라고 했다. 탄핵에 대해서도 “안 그랬으면 국민에게 당이 응징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유의 자신감과 소신(을 피력하는 말발)은 그만의 스타일이다. 그는 2년 전 이라크 파병을 하냐마냐 논란이 일 때 “내가 직접 가서 한달 동안 사병으로 복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굉장히 비장하게 이 말을 해서 모르는 사람이 드문데, 약속을 2년째 지키지 않고도 태연하게 “당시 국방장관이 갑자기 경질돼서”라고 둘러대는 ‘싸대기’스러움을 보였다. 덕분에 홍사덕 이라크파병운동본부가 다시 결성될 조짐이다.

명박님은 청계천 개통 직전 한 조사에서 박근혜 대표를 제치고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1위로 떠올랐다. 정치영역보다는 행정영역에서 두각을 보인 그에 대해서는 정치적 거부감이 덜한데, 여러 분석이 있다. 과거 드라마에서 그의 역을 맡은 유인촌 덕분이라는 주장에서 서울을 봉헌받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추정도 있다. 어쨌든 그를 보는 사람들의 심리는 꽤 복잡하다. 친근함과 거부감, 애와 증이 뒤섞여 있다. 이를 알아서인지 그는 전두환씨 일행이 청계천에 놀러오자 전씨와 같은 카메라 앵글에 담길 수 없는 거리를 끝까지 유지하며 안내하는 ‘명바기’스러움을 보였다. 이름의 운율을 살린 애칭은 성격이 어떻든 ‘상당한 대중성’을 가진 이들만이 가질 수 있다. 이 대중성이 어느 쪽으로 튈까. ‘한괴뢰21’ 기자로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