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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 영화계 지원자금 40% 삭감 발표, 영화계 반발 거세
박혜명 2005-10-26

그냥 문 닫으라는 겁니까

로베르토 베니니

이탈리아 영화계가 심각한 자금 위기를 맞게 됐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현 총리 체제하의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내년도 문화계 지원 자금을 1억6천만유로 가까이 삭감하기로 결정하고, 이중에서 영화계 지원금을 3400만유로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이탈리아 정부의 영화계 지원자금은 8400만유로. 따라서 삭감률은 40%에 이른다. 알베르토 프란체스코니 문화계 관계자는 “지원금을 40%나 삭감한다는 건 엔터테인먼트 업계 문을 닫으란 뜻이다. 트레비 분수대(로마 시대 유적) 갖고는 돈을 못 버니까 허물고 그 자리에 패스트푸드점이나 짓자는 논리”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정부 지원금 삭감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쪽은 베니스영화제다. 베니스영화제 조직위원장 다비드 크로프는 “삭감이 확정되고 정부의 다른 지원이 없으면 영화제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며 “우리도 능력껏 대처하겠지만 이 정도로 큰 액수를 메울 수는 없다”는 절박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영화배우 겸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도 “육성해야 할 뛰어난 재능이 그토록 많은데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재능이 발휘되지 못하는 건 슬픈 일”이라고 일간지 <라 레퍼블리카>를 통해 정부 정책에 유감을 표시했다. 지난 10월14일에는 이탈리아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로마에 모여 집회를 갖고 14일 하루 동안 전국의 모든 극장과 공연장, 오페라하우스의 파업을 결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현장에서 로베르토 베니니는 취재를 나온 8시 뉴스 캐스터 뒤로 공중점프를 하며 “베를루스코니는 사임했다!”고 외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현 총리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적자 재정과 불경기 타개에 실패했다는 의회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문화부 장관 로코 부티글리오네는 “지원금 삭감은 추후 재논의될 것”이라며 “이 박물관을 닫을까 저 극장을 닫을까 하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예술은 국가 정체성의 근간이다”라고 모호하게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한편 지난 9월 이탈리아 정부는 다리 한쪽이 잘려나간 다비드상 등을 인쇄광고 이미지로 제작, “당신의 도움이 없으면 이탈리아는 중요한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카피로 이탈리아 국민들의 문화재 보존을 위한 개인 기부 호소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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