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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레슨’을 받다 [2]

파블로 베론 인터뷰

“계속 춤추고 연습해야 한다”

파블로 베론(오른쪽)과 노엘 스트라사

-<탱고 레슨>은 국내의 많은 탱고 마니아들이 탱고를 배우게 만든 계기가 됐다. 탱고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었나.

=탱고의 가장 진실된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샐리 포터 감독도 마스터한 상태가 아니고 배우고 있는 과정이었는데 실제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추고 있는 탱고를 보여주고 싶었다. TV나 쇼를 통해 보는 탱고는 사실 약간 과장된 면이나 거짓된 게 있다. 그러기 때문에 더욱더 오늘날의 탱고와 예전의 탱고, 그리고 발전한 탱고를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아르헨티나 밀롱가의 서민적인 밤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과 샐리 포터가 실명으로 등장한 이유는.

=현실과의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영화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나 영화에 몰입하기 위해서도. 이 영화는 이미 정해진 결론을 따라 펼쳐지는 일반적 드라마가 아니었고 그런 영화는 싫었다. 탱고라는 예술의 진실성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쓸 필요가 없었다.

-영화에도 중요한 갈등 요인으로 나오지만 탱고는 남자의 리드와 여자의 팔로우라는 역할 구분이 엄격하다.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지금도 찾고 있고 시도하고 있다. 각자 서로 변하는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역할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와 국민의 사이가 리드와 팔로우의 문제인 것과 비슷하다. 정부가 법률을 개정하고 공포하는 건 국민들이 그 법을 따라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데, 그걸 뭉개고 안 지키면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것처럼. 서로 이해하고 따르는 게 중요하다.

-<탱고 레슨>에서 “내가 탱고를 선택한 게 아니라 탱고가 나를 선택했다”고 하는 대사가 있다. 무슨 뜻인가?

=탱고가 나를 춤추도록 이끌었다. 아르헨티나에는 십대 중반 이전부터 탱고를 배우기 시작하고 또 배우고 싶어한다. 나 역시 탱고음악을 들었고 나도 모르게 이끌려갔기 때문에 내가 탱고를 선택한 게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정확히 언제부터 춤을 배웠고, 섭렵한 춤의 종류는?

=17살이던 1988년 1월2일에 탱고를 시작했다. 여러 춤을 배웠지만 그 중에서 탱고와 탭댄스가 좀 특별하다. 지금도 쿠바댄스 같은 라틴댄스와 힙합을 연구하고 익힌다.

-<탱고 레슨>에서 샐리 포터와 당신을 포함한 세명의 남자가 함께 탱고를 추는 장면은 어떤 의미의 안무로 이해하면 좋을까?

=영화 속 인물들이 같은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건 춤추는 것이다. 그 상황은 춤 연습할 곳을 찾아헤매다 마침내 폭발하는 장면이다. 이제까지 없었던 특이한 안무를 해보려고 넣었다. 지난달 8일 몬트리올에서도 노엘과 또 다른 땅게라와 3명이 비슷한 컨셉의 공연을 했다.

-카를로스 사우라의 영화 <탱고>에는 초기 유럽 이민자들의 정착과 군부독재 시절의 슬픈 비극 등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고단한 역사까지 담겨 있다. 탱고에 담긴 이런 정서는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아 더욱 깊은 매력을 준다.

=탱고가 꼭 정치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겪었던 고통과 관련이 있는 건 분명하다. 그 고통의 감정을 탱고로 표출한 것이니까. 예전에는 학교에서 탱고를 가르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탱고를 정식으로 가르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탱고에 빠져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몹시 침체돼 있는데 거기서 빠져나오려는 희망과 소망을 탱고에서 많이 찾고 있다.

-초기 탱고와 지금의 탱고가 똑같진 않을 것이다. 탱고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나.

=음악과 댄스는 한 세기 동안 굉장히 달라졌다. 탱고는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해진 길을 가지 않는다. 현실에서 추세가 된 일렉트로니카 같은 음악도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사용하고 있다. 옛날에는 여기까지가 전통적인 탱고이고 그 다음은 안 돼, 이랬는데 지금은 전통을 고수하기보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나 역시 이런 입장이다. 내가 굉장히 매혹적이라고 느끼는 건 사람들이 창조적인 행위를 할 때, 새로운 걸 시도할 때다.

-이곳에서 워크숍과 공연을 진행하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특별히 조언해줄 것은.

=배우는 이들이 탱고의 몸짓 하나하나를 잘 받아들이고 따라한다. 몹시 놀랐던 건, 공연 때다. 동작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리액션을 보여 너무 놀랐다. 노엘에게도 말했는데, 몸짓 하나하나에 탄성을 내고 반응을 보이는 건 여기뿐이었다. 조언이라면 계속 춤추고 연습해야 한다는 거다. 가능하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직접 방문해 춤문화를 겪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진정한 탱고를 느낄 수 있을 거다. 탱고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다. 탱고는 창조적인 것이라 진정한 탱고와 가짜 탱고를 구분하기 힘든 순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두고 바라보고 노력해야 한다.

-연속 회전을 몇번이나 할 수 있나.

=탱고 한곡 끝날 때까지 할 수 있다. 근데 그건 왜 묻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지젤>에서 보여준 실력은 당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말을 들었다.

=하하하!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탱고 입문기를 마무리할 때가 됐다. 6개월 안에 다크호스가 되겠다는 터무니없는 야심을 접은 지는 꽤 오래됐다. 밀롱가 견학을 갔을 때, 처음 인사한 선배 땅게로가 다른 말 없이 “부디 살아남으세요”라고 했던 아리송한 말을 이해했을 때다. 베론이 당부한 ‘부단한 노력’을 첫 레슨 이후 줄곧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하여 가슴 졸이며 밀롱가에 데뷔하긴 했으나 아스라한 ‘3분간의 연애’는 여전히 아스라한 미래로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평생을 함께할 만한 친구를 얻은 건 분명해 보인다. 눈과 귀만으로라도 탱고를 즐길 수 있는 애정이 생겼으니 말이다.

통역 구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