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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무릇 타산지석이라 했느니, <트랜스포터 엑스트림>

투덜군, <트랜스포터 엑스트림>을 보고 두 가지 교훈을 깨닫다

1. 과거 침술원, 지압원, 체내림과 함께 언더그라운드 의료계를 지탱해오던 큰 축이었던 ‘접골원’. 세월의 격랑 속에 완전히 망각될 위험에 놓여 있던 이 접골원의 각종 비술들을 전부 숙지한 뒤 그것을 모조리 역순으로 암기, 이를 인체 내 각종 고관절 꺾기에 응용, 마침내 ‘골절권’이라는 신개념의 무예를 탄생시킴으로써 주먹무비계를 새로이 쟁패한 자 있으니, 그의 성명 다름 아닌 토니 쟈다.

허나, 마치 이삿짐센터 아저씨 사다리 접듯 그 자리에서 108명의 나쁜놈들의 고관절들을 거침없이 차례로 접어나가던 그의 궁극의 골절권은 안타깝게도 ‘무에타이’의 일개 분파로만 알려졌고, 이는 결국 권법의 완성에 큰 기여를 했던 108명의 골절자들의 존재를 깨끗이 지워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으니, 과연 이 아니 슬플쏜가….

허나, 이러한 엄혹한 현실도 골절권 관람시 필자의 머리에 항시 떠오르는 생각마저 지우지는 못한다.

‘패는 넘보다 맞는 넘들이 더 대단하네.’

2. 어디 ‘골절권’뿐이겠는가. 액션 관련 영화의 주연급(또는 착한 놈)을 진정 멋지게 만드는 것은 사실, 걔네의 밥이 되는 나쁜 놈들이라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야말로 <트랜스포터 엑스트림>이 쒯덩어리의 나락으로 빠진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당 영화의 나쁜 놈측 부대표인 여성 킬러 하나만 봐도 그렇다. 그녀는 왕년 ‘키메라’ 누님풍(또는 현재 엄정화풍)의 다크서클을 온 눈에 그려넣고, 시뻘건 속옷 바람으로 쌍기관총을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 갈기고 돌아댕기며 제발 나 좀 잡아가세요를 사방에 읍소하고 다니길 일삼는다. 게다가, 나름대로 초전문 용병이라던 나쁜 놈 진영 요원들은 어린애 하나도 제대로 납치 못해서, 목표 아동을 작전 지점까지 유인을 해놓고도 눈앞에서 놓치고 있다.

물론 그렇다. 웬만큼 드높은 기량을 갖춘 나쁜 놈이 아니라면, 영화가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자신을 옥죄어 오는 권선징악형 엔딩의 압박으로 인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패착을 두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하지만 <트랜스포터…>의 경우, 이 모든 일들은 영화 시작 뒤 30분도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던 것이다. 이런 찐따 같은 나쁜 놈 측과 싸우기 위해 전심전력 온 목숨 내다거는 주인공이, 도대체 어찌 멋있을 수 있겠는가.

3. 하여, 당 영화를 통틀어 가장 불쌍하게 된 건 아우디사다. 주인공에게 굴러도 굴러도, 박아도 박아도, 맞아도 맞아도 흠집 하나 안 가는, 대포만 안 달았지 완전 탱크인 초강력 세단을 전용차로 제공하며 자사 제품의 마케팅에 열을 올린 아우디사….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함량 미달의 나쁜 놈들에 의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이에 우리는 이 영양가 희박한 영화에서마저도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액션무비 협찬시 착한 놈 못지않게 나쁜 놈들의 완성도 또한 눈여겨보아야 한다는, 마케팅적 교훈 말이다. 대체 삼라만상에 나의 스승 아닌 것이 없구나. 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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