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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뮤지션의 진짜 초상, 밥 딜런
박혜명 2005-11-04

지난 9월19일 뉴욕에서, 마틴 스코시즈가 만든 밥 딜런의 다큐멘터리 <노 디렉션 홈>이 조용하게 시사를 치렀다. 전설적인 포크록 뮤지션 밥 딜런은, 잘 알려진 대로 겸손한 적 없는 나르시시스트였고 방탕한 청년이었다. 그리고 밥 딜런의 음악은 미국 대중음악사를 새로 썼다. 기념비적인 음반 <Freewheeling of Bob Dylan>을 비롯해 60, 70년대에 그가 남긴 음악들은 중얼거리는 듯한 독특한 창법과 저항정신이 담긴 가사로 당대 대중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시대와 호흡한 뮤지션이자 화려한 삶을 산 스타의 족적을 수많은 주변인들의 인터뷰 그리고 공연클립으로 엮은 225분짜리 다큐의 평을 쓰며, 로저 에버트는 딜런의 음악이 “내 대학 시절의 사운드트랙”이라고 고백했다.

혼란스러웠던 미국의 60, 70년대를 딜런의 음악과 호흡하며 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밥 딜런의 스튜디오 음반들이 로저 에버트에게와 같은 감흥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노 디렉션 홈>의 사운드트랙으로 발매된 이번 앨범은 그 감흥을 조금은 찾을 수 있다는 데서 각별하다. 음반사의 상술에 따라 많은 뮤지션들의 음악이 이런저런 짜깁기 음반으로 수십번 발매돼 나오고 밥 딜런의 음악도 예외가 아니지만, <노 디렉션 홈: 더 사운드트랙>은 28개 트랙 중 26개에 이제껏 공개된 적 없는 음원을 담았다. 어쿠스틱 트랙과 일렉트릭 트랙이 두개 CD에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 CD의 1번 트랙 <When I Got Trouble>은 밥 딜런이 고교 시절 녹음한, 그의 최초 레코딩 음원이다! 그외에 홈레코딩, 데모, 라이브와 스튜디오 트랙들에서 번져나오는 딜런의 숨소리는 섭씨 36.5도만큼 따뜻하다. 자료로서의 보관가치도 훌륭하지만, 위대한 뮤지션의 날것의 흔적은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는 드라마틱한 감동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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