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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는 이제 그만
2001-08-02

비디오업계에는 수많은 ‘업계 용어’가 있다. 유통마진을 뺀 채 싸게 유통되는 물건을 ‘나까마’ 또는 ‘나르는 물건’이라 하고, 많이 팔기 위한 방편들은 ‘끼워주기’, ‘밀어주기’ 등으로 불리고, 이른바 비디오 케이스는 ‘껍데기’, 비디오테이프는 ‘알티’ 또는 ‘알맹이’, 공테이프는 ‘공티’, 불법 테이프는 ‘삐짜’ 등으로 불린다. 엄연히 정상적인 용어가 존재하는데도 ‘업계의 선수들’처럼 보이기 위해 많은 업계 사람들은 물론 나 역시 이 용어들을 쓴다.

감히 언어순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재미있는 업계 용어 중 ‘까대기’란 것이 있는데, 그 폐해의 실상을 좀 말하고자 한다. 메이저에서 출시되는 비디오테이프들은 테이프의 외양은 물론 화질이 좋은 편이지만, 중소 프로덕션에서 출시한 영화들은 대개가 화질이 안 좋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까대기’를 너무 해서 그런 것이다. 즉, ‘까대기’란 이미 출시된 테이프를 재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번 비디오를 출시한 뒤 전국의 대여점에 유통이 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나 반품을 하면, 그 테이프는 그날 소각되는 것이 아니라 그 테이프 위에 다른 영화를 덧씌워 다시 출시하는 것이다. 중소 프로덕션에서 출시하는 영화들의 대개가 많이 팔리는 영화들이 아닌 까닭에 반품량이 꽤 많다. 이 물량이 만만찮아 새 공테이프를 쓰지 않고, 계속 ‘까대기’용 테이프를 반복해서 쓰는 것이다. 게다가 테이프 자체를 그다지 질이 높은 제품을 쓰지 않아 ‘까대기’를 몇번만 하면, 영화감상용으로 보기에 적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이런 테이프에 담겨진 영화들은 대여업자들에게 전혀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소비자 역시 <너스 베티> <협녀> 등의 영화들을 ‘떡진’(화질이 안 좋다는 업계 용어) 화면으로 감상하고 싶겠는가? 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