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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노동자의 영화선언, 제9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
김수경 2005-11-14

11월15일부터 5일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노동영화, 자본에 경고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아홉 번째 서울국제노동영화제가 열린다. 노동자뉴스제작단이 주최하는 이번 영화제는 11월15일부터 20일까지 9개국에서 만든 23편의 영화를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선보인다. 11편이 출품된 국내 섹션에는 울산시 동구에 밀집된 현대그룹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뉴단의 신작들인 <우리들의 장밋빛 인생> <유언-박일수 열사가 남긴 56일간의 이야기> <더 넓게, 더 강하게 더 높게, 공공산별, 또다른 미래의 시작>이 포함됐다. 아버지를 통해 일용 건축노동자의 일상과 고충에 접근하는 <노가다>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린 경찰서의 최하위직 공무원의 울분을 다룬 <경찰청고용직노조, 1년의 투쟁>(가제)도 상영된다. 해외 섹션에는 미국의 최저임금층이 겪는 질곡을 다룬 <노동의 빈곤화>와 멕시코 교사, 농민, 학생이 연합하여 벌인 투쟁을 그려낸 <교실에서 거리로: 멕시코 교원 민주노조>가 포진됐다. 1912년에 만들어진 무성영화 <아이들의 외침>은 <배신자들>과 함께 노동영화의 회고작으로 관객을 만난다. 해외 섹션에서 선별한 네편의 추천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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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상영작

<엔론: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 Enron: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 감독 알렉스 기브니/ 109분/ 미국

<엔론…>은 2002년 초 미국을 강타한 엔론 게이트에 대한 경쾌한 보고서이다. 현재 악랄한 분식회계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이 사건을 다룬 <엔론…>은 <포천> 기자인 베사리 맥린과 피터 엔카인드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엔론…>은 신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부시 대통령 부자가 20년 가까이 관련된 정치스캔들의 이면을 파고든다. HD로 촬영된 말끔한 화면, 달콤한 재즈 선율 사이로 중요한 대목마다 삽입된 재현드라마는 딱딱한 소재에 리듬을 더한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HD프로젝트를 추진하는 2929프로덕션에서 제작했다.

<배신자들> Traitors/ 감독 레이문도 글레이저/ 105분/ 아르헨티나

영화가 시작되면 표제와 함께 어둠 속에서 카메라로 주먹이 날아든다. 열악한 보존상태로 화면이 어둡고 불안정하지만 1976년 군부에 살해당한 대표적인 영화운동가 레이문도 글레이저 감독이 십수년을 저항하며 만든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노조 선거를 배경으로 끝없는 회유와 설득이 오가고 린치와 납치가 자행되고 노동운동가였던 주인공은 프락치로 전락한다. 핸드헬드 촬영과 다큐멘터리 사용의 영향도 있겠지만 영화 속 거리풍경들은 네오리얼리즘의 세례를 받은 듯하다.

<계약> El Contrato/ 감독 이민숙/ 52분/ 캐나다

<계약>은 한시적인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을 따라잡는다. 온타리오 호수에 있는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는 멕시코인들은 8개월간 돈을 벌기 위해 캐나다를 찾아온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처우는 불법이민자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자율 감시라는 이름으로 농장주에게 부여된 법적 지위는 사실상 그들을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 노동자 아벨이 밤길을 걸어가 친구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공중전화 박스에서 함께 노래하고 기타 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화면이 전환되지만 그들의 노래는 이어지고 그들의 팍팍한 일상도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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