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포커스
<개구리 중사 케로로>가 우리를 사로잡는 세 가지 이유
이다혜 2005-11-26

일본 열도를 개구리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개구리 중사 케로로>를 아십니까. 현재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 중인 이 애니메이션은 지구를 침략한 외계 개구리 종족들의 좌충우돌 지구 생활기를 그린 것.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건담> 시리즈와 <에스카플로네> <카우보이 비밥> <이누야사>를 제작한 선라이즈가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요시자키 미네의 원작만화를 사토 준이치 감독(<세일러문> <꼬마마법사 레미>)이 만들어, 2004년 4월 부터 현재까지 <TV도쿄>를 통해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으며,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까지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어떤 점이 일본 열도를 넘어 지구 인간들을 포로로 만들고 있는지, 그 폭소의 비결을 들여다보았다.

“케로케로케로케로∼.” “도로도로도로도로∼.” 무의미하게 들리는 저 공명에 ‘푸훗’ 웃음을 터뜨린다면, 어쩌면 당신도 케론인들의 ‘웃음으로 지구 정복하기’에 물들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투니버스에서 방영 중인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지구 침략을 목표로 지구에 온 케론성(星) 개구리들 이야기를 그린다. 케론성의 지구 침략군 소속 선발부대인 케로로 중사의 부대는 임무에 실패하고 소대원들마저 모두 뿔뿔이 흩어진다. 케로로는 우주네 집에, 타마마는 나라네 집에, 쿠루루는 사빈이네 집에 살게 되고, 최종병기인 케론볼은 고장난 채 우주에게 압수된다. 케로로는 침략부대원에서 앞치마를 두른 가사의 전사로 추락, 청소와 설거지에 전념하며 건담 프라모델 조립을 취미로 삼고 살게 된다. 소대원들의 소재를 하나하나 파악하면서 케로로는 지구 침략을 위한 작전 수립에도 열을 쏟는다.

웬만해선 막을 수 없는 개구리들과 인간들의 시트콤

특색이 분명한 개구리들과 인간들의 시트콤이라고 할 수 있는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캐릭터 각각의 개성과 서로의 관계가 치밀하게 짜여 있다. 주인공 케로로 중사는 지구 침략을 담당하는 총대장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우주네 집 가정부가 되어 살림에 매진하며 호시탐탐 지구 침략을 노리는 인물. 지구를 경제적으로 침략한다며 집안일을 열심히 해 받은 용돈을 건담 프라모델을 사는 데 탕진한다(지름신의 마수는 외계에도 뻗쳐 있다). 케로로의 공명인 ‘케로케로케로케로∼’는 일본어로 ‘개굴개굴개굴개굴∼’에 해당하는 의성어. 케로로는 “지구가 멸망하면 앞으로 건담 프라모델은 구할 수 없어!”라며 지구 침략의 임무와 건담 프라모델을 향한 사랑 사이에서 늘 갈등한다. 만년 신병인 타마마 이등병은 엄청난 부자인 나라네 집에 살게 되어 호강하고 있다. 개구리가 덜 되어, 아직도 몸 뒤에 올챙이 꼬리가 살짝 달려 있다.

타마마는 케로로를 사모하고 있어, 케로로를 내놓고 따르며 좋아하는 미소녀 외계인 모아와 연적 관계다. 걸어다니는 화약고 기로로 하사는 전형적인 군인이다. 늘 무기를 손질하며 우주네 집 뒤뜰에 서식(?)한다. 우주의 누나이자 전투력이 뛰어난 한별에게 반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한별의 행복을 위해 그늘에서 힘쓰는 사나이. 쿠루루 상사는 음침, 음험, 음습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케로로 소대 비인기 캐릭터 No.1’. 조금 맛 간 발명가로 동료들을 돕는 것만큼이나 괴롭히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케로로에게 왕따당한 트라우마를 지닌 닌자 도로로 병장은 본명이 제로로. 늘 무시당하면서도 자연을 벗삼아 잘 살고 있다. 이 개구리들이 모이면 공명을 하는데, ‘케로케로케로∼’, ‘타마타마타마∼’, ‘도로도로도로∼’ 하며 일제히 우는 것. 왜 이러는지 궁금하다면 장마철 논두렁에서 시끄럽게 일제히 울어대는 개구리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고로, 별 이유 없음). 등장 캐릭터들이 서로 물리고 물리는 관계라서, 타마마와 모아는 케로로를 좋아해 어쩔 줄 모르고, 케로로는 기로로의 호령에 의기소침해지고, 기로로는 한별을 좋아해서 그 앞에서 수줍어하고, 한별은 사빈만 보면 무릎이 풀린다.

우주에서도 통할 촌철살인의 개그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가장 큰 매력은 (당연하게도) 캐릭터가 귀엽고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가족물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어린이들에게 교육적인 내용이 유머러스하게 등장한다. 충치에 걸린 케로로 에피소드에서는 “충치는 우주전쟁이었다!”며, “매일 식후에 이를 닦는다면 녀석들의 침략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에피소드에 따라 우정이나 인생, 시간에 대한 따뜻한 성찰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다. 농담만 하다가도 “다들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갖지 않으면 인생은 즐거워지지 않습니다”라는 식의 한마디가 꼭 들어간다. 나이를 먹고서야 깨닫는 일상적인 괴로움과 즐거움을 잘 녹여내는 것도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특기. 한별이 운동회에서 엄마와 ‘2인3각’ 경기를 하고 싶어하지만 엄마가 일 때문에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자, 케로로 일행은 ‘한별에게 은혜를 입혀서 고마워하게 한 뒤 지구를 침략’한다는 작전을 세운다. ‘물건 빌려오기’ 게임에서 케로로 일행은 도저히 빌려올 수 없는 것을 적은 쪽지를 끼워넣는데, 그 내용은 ‘주택자금 4억8천만원’, ‘신작 비디오 7박8일 빌리기’. 살림을 하거나 건담 프라모델 조립만 하는 케로로를 본 부하대원들이 음성변조를 하고 눈을 가린 채 상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에피소드는 시사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것으로 둘이 웃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지경이다.

곤경에 빠진 케로로를 보며 “컵라면 물 버리다 면까지 쏟은 얼굴”이라고 하거나, 지구 침략을 못하는 이유로 예산 부족을 대는 케로로에게 “죽은 개구리 같은 눈”이라고 묘사하는 대목은 촌철살인의 유머감각이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커다란 자막이 수시 등장해 마치 오락 프로그램을 보는 듯 속도 빠른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한국 방영본에서는 오프닝 주제곡 가사가 귀엽게 처리되었지만, 일본판 오프닝 주제곡은 만담식이랄까, 허무개그식이랄까. 어쩐지 보면 들으면 들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지는 웃음폭탄. 멜로디와 박자는 군가를 연상시키지만 가사는 다음과 같다. “전진해라∼ 지구를 침략하자/ 우산 들고 외출하면 해가 언제나 쨍쨍/ 카레는 있는데 밥을 안 했네/ 닫히는 문에 새끼발가락이 끼고/ 잽싸게 버스에 타면 방향이 틀려/ (중략) 아, 사먹는 편이 싸다네. 저녁반찬!/ (중략) 힘차게 전화를 받았더니 팩시밀리/ (중략) 아, 역에서 5분이란 건 사실 15분!”

패러디의 모듬회, 마음껏 즐기시라

뿐만 아니라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는 재패니메이션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압축되어 있다. 성인 팬들이 많은 이유는 바로 재패니메이션의 패러디 보고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오타쿠 문화가 긍정적으로 그려진 편으로, 주인공인 케로로가 건담 프라모델광인 점을 시작으로 <기동전사 건담>과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팬이라면 그냥 놓칠 수 없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걸작들이 매 순간 대사에, 그림에 녹아 있다. <헐크> 개구리와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의 전기톱 살인마 가면을 쓴 개구리까지 등장하니, 수시로 폭주하는 패러디를 즐길 수 있다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안정된 작화와 성격이 분명한 등장인물들로 매번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시트콤 식의 뛰어난 연출력 역시 큰 장점이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개구리 하사 케로로>(요시자키 미네 지음/ 서울문화사 펴냄)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으며, 2006년에는 <개구리 중사 케로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일본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케로로 버전 패러디의 은밀한 매력

Q: 다음은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 등장하는 패러디신. 어느 원작을 패러디한 것일까 알아맞혀보시라.

1

3

2

4

6

5

10

9

A: 1. <시끌별 녀석들> 2. <유리가면> 3.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 4. <지구방위대후레시맨> 5. <달세계 여행> 6. <슬램덩크> 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8. <마징가Z> 9. <내일의 조> 10. <몬스터>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