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포커스
메디컬 드라마 [2] - <닙턱> <하우스>
이다혜 2005-12-03

너희가 성형을 믿느냐, <닙턱>

<닙턱>은…

조물주보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을 믿어라. 돈의 힘을, 성형의의 힘을.

의사들을 소개합니다

‘아름다움은 피부 한 꺼풀’이라던 선조들의 말은 옳았다. 피부 한 꺼풀만 들어올리면 당신은 황신혜의 코를, 김혜수의 눈을, 안젤리나 졸리의 입술을 가질 수 있다. 40대라 해도 20대의 팽팽한 이마를 가질수 있고, 볼록한 아랫배를 쏙 집어넣을 수 있다. 유전과 시간을 모두 거부하는 현대사회의 총아인 성형수술 전문의들의 이야기를 그린 <닙턱>은 성형수술의 화려함과 그 이면을 보여준다. 2005 골든글로브 최우수 TV드라마상을 받았다.

‘닙턱’(nip/tuck)은 성형수술을 지칭하는 표현. 크리스찬 트로이와 션 맥나마라는 함께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들이다. 션은 답답할 정도로 착실하고 모범적이고, 크리스찬은 보기 불안할 정도로 대담하고 자유롭다. 죽음의 경계에서 신음하는 응급실 환자들과도 이름 모를 병에 걸려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들과도 거리가 먼 이들이 환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 드라마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신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정신과 의사라면 당신을 사랑하도록 가르치겠지만, <닙턱>의 의사들은 당신의 결점을 찾아 보완하라고 이른다. 문제는 이 두 의사의 삶 역시 뜯어고쳐야 할 것투성이라는 점. 션의 아내와 크리스찬 사이에는 기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션은 일에서는 성실하지만 아내와의 불화를 겪고 있고 아들과의 사이 역시 악화일로를 걷는다. 크리스찬은 환자들을 꼬셔서 침대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병원에 불리한 기사를 쓸 여기자를 섹스로 매수(?)하는 일 역시 서슴지 않는다.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 역시 크리스찬이 해결해야 할 문제.

크리스찬의 분방한 이성관계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섹스신, 그리고 잔인할 정도로 적나라한 수술장면은 <닙턱>을 감동이 주된 감성인 다른 메디컬 드라마들과 구분짓는다. 허영의 산업이 되어버린 성형수술과 그들을 둘러싼 호화롭고 스타일리시한 삶, 그리고 메스를 댈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가는 서로의 관계들. 결국 션과 크리스찬은 점점 더 큰 혼란을 자초할 뿐이다. 수술을 통해 더 아름다워질 수도, 더 멋지게 만들어줄 수도 있지만, 더 행복하게 살기는 힘들다는 것을 <닙턱>은 보여준다.

왜 <닙턱>인가?

사람들이 어떤 때 성형외과를 찾아간다고 생각하는가? 션과 크리스찬이 묻는 것처럼, 당신 자신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을 때 성형의를 찾을 것이다. 코를 높이고 미간의 주름을 없애고 가슴을 멜론만한 크기로 만들고 싶을 때. 잡지에 나오는 모델에 좀더 가까워지고 싶을 때. 하지만 성형외과 시술은 본디 불의의 사고로 신체의 일부가 변형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유방암을 앓은 뒤 한쪽 유방을 도려낸 환자에게 가슴을 만들어주고, 기형적인 얼굴의 일부분을 교정해주는 것. <닙턱>을 보면서 알게 되는 또 하나의 사실은 성형수술이 각종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이다. 고환에 작은 반점 같은 게 있다며, 신혼여행 때까지 없애달라는 남자 환자가 성형수술을 받았다. 날짜에 맞춰 반점을 완전히 사라지게 해준 크리스찬은 그러나, 뉴스에서 그 환자를 보게 된다. 그 남자는 신부로, 소년 10명을 강간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으나, 결정적 증거였던 고환의 반점이 없다는 걸 증명해 보임으로써 혐의를 벗었다. 크리스찬이 해준 수술은 범죄자의 범죄 사실을 없애준 역할을 한 것이다. 그래서 <닙턱>은 때로 스릴러의 짜릿함을 맛보게 해준다. 주인공들은 괴로울지 모르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건방진 메디컬 추리 드라마, <하우스>

<하우스>는…

의사가 무례한들 어떠하리, 독선적인들 어떠하리, 병만 마법처럼 고쳐낸다면.

의사들을 소개합니다

일반적으로 메디컬 드라마에 등장하는 의사들은 따뜻하고 여리며 책임감이 강하다. <하우스>의 닥터 하우스는 그런 환상을 단박에 부수어버린다. 하우스는 무례하고 오만하며, 환자들을 돌보는 데 별 관심도 없다. 그의 관심을 끌어 환자가 되기 위해서는 밝히기 힘든 병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 <하우스>는 메디컬 드라마라기보다 탐정물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우스가 진단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부터가 그렇다.

응급실과 같은 다른 부서에서 치료를 해보았지만 병명을 제대로 밝히지 못해 상태가 위중해지는 환자들이 닥터 하우스에게 온다. 문제는 하우스가 환자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것. 환자가 죽어가도 퇴근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모습은 눈 뜨고 보기 힘든 뻔뻔함을 자랑한다. 의사가 된 뒤 앓은 병으로 한쪽 다리를 절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걷는 그는, 그 자신이 고통에 중독된 환자다. 마치 사탕을 먹듯 진통제를 휴대하며 수시로 입 안에 털어넣는 그는 자신의 고통뿐 아니라 남의 고통에도 대범하게 군다. 중요한 것은 그가 고통의 종류에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굴이 오렌지색이 되어 찾아온 환자에게 “그런 얼굴이 되도록 당신 부인이 아무 말도 안 하다니, 집에 가서 잘 살펴보시오. 당신의 아내는 분명 바람을 피우고 있소”라고 해서 염장을 지르는 일은 일상다반사.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일정량의 담배를 처방한 그는 담배가 위험하지 않으냐는 환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내가 처방하는 다른 모든 약물도 중독성이고 위험하죠.”

파란 눈, 턱선을 강조하는 수염, 풀어헤친 셔츠 깃을 한 닥터 하우스를 연기하는 배우는 휴 로리. 영국 출신인 휴 로리는 이튼스쿨을 거쳐 케임브리지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수재. 천재이지만 재수없는 하우스의 캐릭터와 영국 억양이 희미하게 묻은 말투는 잘 어울린다.

왜 <하우스>인가?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밝혀야 하지만 알아낼 방법이 없다.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궁리를 거듭한다. 이게 문제인가? 아니면 저게 문제인가? 수습하려 할수록 상황은 악화되는데, 그 순간, 펑! 극적 해결책이 나타나고 사건은 종료된다. 범인은 바로….

이런 구성은 탐정물에서 애용되는 것이다. 메디컬 드라마에서 이런 구성을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명하다. 병의 원인을 어서 밝히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하우스>에서는 사람의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마치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으려는 과학수사대 대원들처럼, <하우스>의 의사들은 환자의 집에 찾아가 선반과 화장실을 뒤지고, 환자의 거짓말을 가려서 병력을 찾아낸다. 문제의 해결, 즉 정확한 병명을 밝히는 데 드라마의 핵심이 있기 때문에 <하우스>에서는 다른 메디컬 드라마에서 그렇듯 많은 사람이 죽지 않는다. 병명을 밝히기 전까지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환자는 치료되고 건강하게 퇴원한다. “박사님의 독선적인 성격, 정말 매력적이에요.” 실제로 그렇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환자를 고쳐내기 때문이지만, 물론.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