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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뛰는 백수 나는 건달>
이교동 2005-12-09

직장인들이여 오늘도 피 터지게 싸웁니까

이 세상에서 하기 싫은 일을 순서대로 꼽자면, 첫째가 공부하는 일이요 둘째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일 게다. 그런데 옛 말씀에 공부는 때가 있다고들 하니, 아마도 회사에서 일하는 게 하기도 싫거니와 지겹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선 오히려 하기 싫은 일의 으뜸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재벌집 아들딸이 아니거나 뾰족한 노후 대책이 있지 않은 이상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앞만 보고 일만 하는데다가 그 종착점의 실상마저도 제대로 알기엔 참담하고 암담하기 짝이 없으니, 여염 직장인들에게 회사란 공간은 그야말로 먹고살기 위해 마지못해 끌려온 생계의 장소이자 자아를 압살하는 공간인 게 현실이다(그나마 요즘은 이나마도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나오는 지식경영이다, 구조조정이다, 생산성 향상과 업무효율 증대다 등등의 “현대적” 경영 기법은 그나마 평범해야 할 우리 직장인의 삶마저도 살떨리는 전쟁터로 바꾸고 있다.

애니메이션 <비비스와 버트헤드>로 일약 90년대 대중문화의 기린아가 된 애니메이터 마이크 저지의 실사영화 <뛰는 백수 나는 건달>은 선진 경영기법의 기치 아래 지뢰밭 같은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야 하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생존에 대한 블랙코미디이다. 보고서 내용보단 겉표지에 골몰하는 상사, 재미없는 반복 업무, 왕따, 그리고 심심하면 들이대는 구조조정의 위협 등 현실감 넘치는 현대 기업의 일상과 여기서 탈출하고픈 직원들의 각종 일탈을 영화는 시종일관 조롱하듯 보여준다. 이런 일상의 모습이 많은 공감을 샀는지 <뛰는 백수 나는 건달>은 북미 영화 팬들의 지지와 컬트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맥락에 깔려 있는 문화적 차이로 우리에겐 다소 낯설게 다가오는 점이 없진 않지만 기업 자본주의의 폐부를 찌르는 우스꽝스러운 상황과 신랄한 대사는 같은 직장인의 처지에서 “전 지구적”으로 공감하게 되며, “세계화”의 기치 아래 노동자들의 일상마저도 전세계적으로 규격화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스페셜 피처에는 “사무실 밖에서(Out of the Office)-감독 마이크 저지가 되돌아본 작품”, 8개의 삭제 장면, 예고편, DVD-ROM-스크린 세이버와 오디오 클립이 들어 있다.

이번에 출시된 스페셜 에디션은 기존판을 보강한 버전으로 제작과정에 대한 영상 “사무실 밖에서”가 특기할 만한데, 언더그라운드 애니메이터에서 작가, 감독, 애니메이터, 제작자 등 할리우드의 다재다능한 일급 크리에이터로 성장 중인 마이크 저지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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