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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잡지들이 뽑은 연말 베스트 리스트 [1] - 아이콘·러브송
김도훈 2005-12-17

연말이 오면 전세계 많은 잡지들이 베스트 리스트를 만드느라 분주해진다. 특히 지난 몇년간은 ‘20세기 결산’까지 겹쳐 1부터 100까지의 숫자만으로도 잡지의 지면을 능히 채울 정도였다. 하나 객관적이고 효과적인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얼마만큼 가능한 일일까. 먼저 수천명의 후보들 중에서 추린 수백명의 후보를 다시 추려서 정확하게 50 혹은 100의 숫자에 맞추어야 하고, 머리를 싸매고 그것들의 순위를 조정하며 독자에 대한 책임감과 누락된 후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려야 한다. 이러니 차라리 독자들의 투표에 맡겨 집계와 짧은 코멘트 붙이기로 끝내는 것이 여러모로 손쉬운 일이 될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대담무쌍하게 ‘우리의 독단적인 베스트 리스트 선정’이라는 미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버라이어티>의 ‘세기의 아이콘 100’,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가장 위대한 러브송 50’, <타임>의 ‘올타임 100 소설들’이 그 정신나간 예다. 독자들의 끊임없는 항의메일에 시달린다는 각 잡지 선정위원들의 고뇌를 뒤로하며, 그들의 용감하게 주관적인 베스트 리스트를 뜯어보았다. 비록 선정기준은 다르지만 일본의 <아니멕스> <브루투스> <츠타야 온라인>이 독자 투표를 통해 집계한 ‘아니메 베스트 100’도 함께 덧붙였다. 지면 관계상 ‘가장 위대한 러브송 50’에 맞춰 모든 리스트를 50개로 과감하게 반토막내고 말았으니, 나머지 50이 궁금하신 독자들은 해당 잡지의 사이트를 참고하시도록.

신화가 된 이름 ‘비틀스’

<버라이어티> 선정 _ 20세기 아이콘

비틀스

<버라이어티>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모든 문화예술 분야를 망라한 영원불멸의 아이콘 100명을 선정했다. 여기에 수록한 것은 영화와 음악에 관련된 아이콘만을 따로 추린 50명의 간략 리스트. 일단 10위권의 인물들 중 배우만 따져보자면, (미국의 TV스타) 루실 볼, 험프리 보가트, 말론 브랜도, 찰리 채플린, 제임스 딘, 마릴린 먼로, 미키 마우스가 이름을 새기고 있다. 아이콘 중의 아이콘이 되려면 테스토스테론 넘치는 남성이거나 금발의 여성, 혹은 노출이 과감(미키 마우스와 마릴린 먼로)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법칙이 숨어있는 듯하다. 루돌프 발렌티노, 그레타 가르보, 메리 픽포드, 두명의 헵번, 제임스 스튜어트, 엘리자베스 테일러, 캐리 그랜트 등의 클래식 스타들에 비해 최근 활동 중인 스타들은 잭 니콜슨, 클린트 이스트우드, 우디 앨런이 겨우 눈에 띄는 정도. 음악가들은 기존 체제와 음악계에 저항적이었던 인물들(커트 코베인, 밥 말리, 섹스 피스톨즈,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이 주로 선정되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주디 갤런드의 아이콘 등극은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의 지지에 힘입은 결과가 아닐까. 인간족으로 넘치는 리스트에서도 명견 래시와 컴퓨터 게임 ‘팩맨’의 선전이 매우 돋보인다. 질문 하나. 현재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들도 언젠가는 아이콘으로 등극할 수 있을까. <버라이어티>가 인터뷰한 <뉴욕 포스트>의 마이클 리델의 쓰고 독한 한마디. “요즘 스타들은 다 엇비슷하다. 마르고 신경과민에다 남자배우들은 머리에 젤을 너무 발라서 느끼하기 그지없고. 여배우들은 교환가능한 금발머리 인형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리즈 위더스푼이 캐롤 롬바드의 위치에 등극하는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줄리아 로버츠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주디 갤런드

밥 말리

명견 래시

20세기 아이콘 BEST 50

비틀스 The Beatles 루이 암스트롱 Louis Armstrong 루실 볼 Lucille Ball 험프리 보가트 Humphrey Bogart 말론 브랜도 Marlon Brando 찰리 채플린 Charlie Chaplin 제임스 딘 James Dean 마릴린 먼로 Marilyn Monroe 미키 마우스 Mickey Mouse 엘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y 프레드 아스테어 & 진저 로저스 Fred Astaire & Ginger Rogers 브리지트 바르도 Brigitte Bardot 마리아 칼라스 Maria Callas 커트 코베인 Kurt Cobain 게리 쿠퍼 Gary Cooper 마일즈 데이비스 Miles Davis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 아레사 프랭클린 Aretha Franklin 그레타 가르보 Greta Garbo 주디 갤런드 Judy Garland 캐리 그랜트 Cary Grant 지미 헨드릭스 Jimi Hendrix 캐서린 헵번 Katharine Hepburn 오드리 헵번 Audrey Hepburn 앨프리드 히치콕 Alfred Hitchcock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해리 후디니 Harry Houdini 마이클 잭슨 Michael Jackson 명견 래시 Lassie 브루스 리 Bruce Lee 마돈나 Madonna 밥 말리 Bob Marley 잭 니콜슨 Jack Nicholson 로렌스 올리비에 Laurence Olivier 팩맨 Pac Man 에디트 피아프 Edith Piaf 섹스 피스톨즈 The Sex Pistols 투팍 Tupac Shakur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제임스 스튜어트 Jimmy Stewart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Igor Stravinsky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Barbara Streisand 셜리 템플 Shirley Temple 루돌프 발렌티노 Rudolph Valentino 존 웨인 John Wayne 오슨 웰스 Orson Welles 엘리자베스 테일러 Elizabeth Taylor 오프라 윈프리 Oprah Winfrey D. W. 그리피스 D.W Griffith 메리 픽포드 Mary Pickford 우디 앨런 Woody Allen

너무나도 미국적인 아이콘들이긴 하지만, 지난 100년을 살아온 수천명의 인물들 중 고르고 고른 인물들이라 마땅히 ‘제거’할 수 있을 만한 누군가를 꼽기는 힘들다. 베스트 10에 올라 있는 루실 볼이 도대체 누군지 의아한 사람들도 많겠으나, <왈가닥 루시>를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만한 선택.

로버트 드 니로가 없는 것은 난감. 제임스 딘만으로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리버 피닉스를 대체한 것도 아쉽다. 아직도 성룡이 아이콘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브루스 리의 그늘 때문이라고 하겠으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있는 리스트에서 셰어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또 웬일인가. 조지 루카스와 <스타워즈>의 캐릭터들(혹은 해리슨 포드)이 없는 것 또한 애석한 일이며, 명견 래시 때문에 리스트에서 쫓겨난 벤지를 위해서는 심심한 위로를. 서부 갱스터랩의 전설인 투팍 셰이커의 이름을 리스트에서 발견한 동부 갱스터랩 추종자들이 “노토리어스 BIG의 명예회복”을 부르짖으며 선정위원의 암살을 기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당신없이 내가 어떻게 될지는 신만이 알겠지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선정 _ 가장 위대한 러브송

비치 보이스의

‘가장 위대한 러브송 베스트’라니. 세상에 많고 많은 러브송 중에 50곡을 고르는 것이 어디 가능키나 한 일이겠냐마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기어코 50곡을 선정하고야 말았다. 물론 여기에도 몇 가지 딱딱한 선정기준이 있다. 첫 번째 기준. “당신이 만약에 내것이었다면”이라고 웅얼거리는 패배자의 사랑 타령은 제외. 두 번째 기준. “섹시한 베이베에에”식의 작업송도 제외. 결국 완료된 리스트는 순수한 사랑에 대한 찬가로 꼭꼭 채워져 있다. 일단, 1위를 차지한 비치 보이스의 <God Only Knows>는 이의를 달 수 없는 선택이다. 명반 <Pet Sounds>에 수록된 이 사이키델릭하고 달콤한 명곡은 폴 매카트니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곡”이라고 칭한 적이 있는 불후의 사랑 노래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I may not always love you’라는 가사를 예로 들며 “보통의 러브송들처럼 애매하고 텅 빈 약속을 남발하지 않는 것”이 또 다른 매력이라고 설명. 그외 리스트를 채우는 것은 <Can’t Help Falling In Love> <Unchained Melody> <I Will Always Love You> <Midnight Train to Georgia> 등 익숙한 사랑가들. 큐어의 <Just Like Heaven>이나 스미스의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처럼 기대치 않았던, 그러나 당연히 있어야 할 현명한 선택도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스미스의 노래를 선정한 이유는 역시나 바로 그(!) 가사, “10톤 트럭이 우리를 덮쳐 니 곁에서 죽을 수만 있다면, 그건 나의 특권이자 기쁨일 텐데”의 효력. 어쨌거나 가라오케용 사랑 타령보다는 롤링 스톤스, 밥 딜런, 휘트니 휴스턴, 조니 캐시, 프린스를 아우르는 다양함이 눈에 확 띄는 리스트.

러브송 BEST 50

1. <God Only Knows> 비치 보이스 2. <Can’t Help Falling In Love> 엘비스 프레슬리 3. <Something> 비틀스 4.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아레사 프랭클린 5. <Let’s Stay Together> 알 그린 6. <I Will Always Love You> 휘트니 휴스턴 7. <Wild Horses> 롤링 스톤스 8. <Sweet Child O’ Mine> 건스 앤 로지즈 9. <All I Want Is You> 유투(U2) 10. <In Your Eyes> 피터 가브리엘 11. <Maybe I’m Amazed> 폴 매카트니 12. <Ring of Fire> 조니 캐시 13. <When a Man Loves a Woman> 퍼시 슬레지 14. <At Last> 에타 제임스 15. <You Send Me> 샘 쿡 16. <These Arms of Mine> 오티스 레딩 17. <Unchained Melody> 라이처스 브러더스 18. <Crazy in Love> 비욘세 19.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마빈 게이, 타미 테렐 20. <If Not for You> 밥 딜런 21. <Time After Time> 신디 로퍼 22. <Your Song> 엘튼 존 23. <Purple Rain> 프린스 24. <As> 스티브 원더 25. <Just Like Heaven> 큐어 26. <No Ordinary Love> 샤데이 27. <More Than This> 록시 뮤직 28. <The Look of Love> 더스티 스프링필드 29. <Cherish> 더 어소시에이션 30. <You’re Still the One> 샤니아 트웨인 31. <Maps> 예예예스 32. <Yellow> 콜드플레이 33. <I Melt With You> 모던 잉글리시 34. <You’re All I Need to Get By> 메소드 Feat.메리 J 블라이즈 35. <Midnight Train to Georgia> 글레디스 나이트 & 더 핍스 36. <If I Ain’t Got You> 알리시아 키이스 37. <Rosalita (Come Out Tonight)> 브루스 스프링스틴 38. <Kiss From a Rose> 씰 39.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더 스미스 40. <A Case of You> 조니 미첼 41. <Love Will Keep Us Together> 캡틴 앤 테나일 42. <Upside Down> 다이아나 로스 43. <La La Means I Love You> 더 델포닉스 44. <You Got Me> 더 루츠 feat.에리카 바두 45. <I Want You Around> 레이먼즈 46. <This Must Be the Place (Naive Melody)> 토킹 헤즈 47. <This Will Be Our Year> 더 좀비스 48. <Perfect Day> 루 리드 49. <Fade Into You> 메이지 스타 50. <I Wanna Be Your Dog> 더 스투지스

비욘세의 <Crazy in Love>가 18번째로 위대한 러브송이라고?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필자들이 비욘세의 탄탄한 허벅지에 홀렸음이 분명하다. 거라지 밴드 예예예스의 <Maps>를 “지난 10년간 가장 효과적인(혹은 고통스러운) 러브송”이라고 상찬하며 31위에 올린 것도 도에 지나친 처사. 셀린 디온의 간지러운 사랑 타령을 모조리 무시해준 것에는 감사하지만, 샤니아 트웨인의 닭살스런 컨트리 넘버 <You’re Still the One>도 함께 무시했다면 더욱 감사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루 리드의 <Perfect Day>는 헤로인을 향한 사랑가가 아니었던가?

신디 로퍼의 <Time After Time>에 안주하며 마돈나의 <Craze for You>를 무시한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사랑 타령의 절정기였던 80년대의 곡들(예를 들자면 O.M.D의 <If You Leave>)이 드문 것은 아직 80년대의 팝계가 재평가를 받기에는 이르다는 증거. 영국 잡지의 리스트였다면 오아시스의 <Wonderwall>이나 디바인 코미디의 <Everybody Knows(Except You)> 같은 90년대 모던록계의 러브송들을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더 스투지스 대신 선택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