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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로 다시 보는 크리스마스 영화들

또 다시 크리스마스다. 매년 이맘때면 우리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은 것처럼 늘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 많은 눈이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되길 바라면서 저물어 가는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가족과 함께 또는 연인과, 그도 아니면 쓸쓸히 혼자 크리스마스를 축복하며 행복감에 젖어들고, 또 고독에 몸부림을 치면서 눈물을 뿌린다.

올해도 TV에선 어김없이...

그럼 크리스마스에 늘 반복적으로 겪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을 하고, 거리를 걸으며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는 것은 어김없이 그 날이 되면 겪는 일들이다. 그리고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몇 해 전에도 했고, 또 작년에도, 올해도 변함없이 그 레퍼토리가 바뀌지 않는 크리스마스 영화들이다.

반복적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라면 그리 달갑지 않는 일이지만 이들 영화들은 조금 다른 성격이다. 달력을 보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그날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나 다름없고, 그렇게 봤던 영화들을 또 보게 되지만,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의 마법 덕분인지 늘 재미있는 경험이 되고 있다.

올해는 조금 변화를 주어서 이 뻔한 영화들을 적극적으로 먼저 찾아서 보는 건 어떨까? 몇 편의 영화들은 분명 DVD 타이틀로 볼 때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들 목록 가운데는 분명 올해 크리스마스에 TV를 통해서 볼 수 없는 영화들도 포함이 되어 있다. 아래는 국내 DVD로 발매가 되어 있는 '뻔하디 뻔한 크리스마스 영화'들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는데 더 없이 좋은 영화들이다.

폴라 익스프레스

주인공 소년은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철이 금방 들어 버린 아이다. 소년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밤, 갑자기 나타난 열차 ‘폴라 익스프레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게 되는데….

극중 폴라 익스프레스와 함께 하는 소년의 여정은 ‘믿음’이라는 가치를 얻게 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각박해져서일까, 아니면 조숙해서일까, 벌써부터 ‘산타클로스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였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영화 속 소년도 아마 그런 경우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의 종착점에서 상상의 산물이라고 여겼던 산타클로스를 눈앞에서 본 소년은 순수한 믿음 그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아니 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조금쯤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쩌면 크리스마스라는 것은, 이미 다 자라버린 우리에게 가끔은 순수한 믿음과 동심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 속에서는 산타 클로스가 어떻게 그 많은 선물을 다 준비하고, 어떻게 그것을 배달하게 되는 지를 영상으로 재현한다. 어렸을 때 우리가 가졌던 바로 그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일견의 가치가 있다. (워너브라더스 출시)

엘프

어린 시절 실수로 산타의 선물 주머니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산타 마을의 주민 엘프로 자라게 된 주인공. 하지만 ‘정상적인’ 엘프에 비해 키도 쑥쑥 크고 손재주도 없는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국 아빠를 찾아 뉴욕까지 오게 되지만 엘프의 눈에 비친 인간 세상은 너무 각박하기만 하다.

윌 페럴의 능청맞은 엘프 연기가 압권인 크리스마스 코미디. 너무도 순진한 그에게 쩔쩔매는 친아빠 역은 악역 캐릭터로 잔뼈가 굵은 제임스 칸이 맡았다. 요절복통한 상황들과 가슴 따뜻한 해피엔딩까지, 앞으로 두고두고 볼만한 크리스마스 영화임에 틀림없다.

존 파브로 감독의 음성해설에는 영화에 삽입된 각종 패러디들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으며, 아날로그 방식의 특수효과 구현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이 볼만하다. (스펙트럼DVD 출시)

그린치

크리스마스하면 자연스럽게 연상이 되는 것은 닥터 수스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두 편의 작품. 하나는 1966년 척 존스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을까?>는 애니메이션이며, 또 하나는 론 하워드 감독의 실사 영화 <그린치>. 두 작품 모두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돌아본다는 주제를 가졌다.

척 존스의 애니메이션은 영화보다 더 재미있고 더 유명한 작품이다. 동화책의 평면에 머물러있던 그린치와 그의 애견 맥스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지며 걷고 뛰며, 온갖 해프닝을 만들어 낸다. 특히 눈 덮인 산을 힘겹게 올라가는 모습은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항상 떠오르는 명장면. 반면 론 하워드의 <그린치>는 릭 베이커의 뛰어난 특수 분장과 환상적인 세트 디자인이 압권. 작품의 완성도나 재미는 애니메이션에 떨어지지만, 실사 영화의 장점을 살린 매혹적인 비주얼과 짐 캐리가 연기한 녹색 괴물 그린치의 다양한 표정이 볼거리.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들. 애니메이션은 호러 명배우 보리스 칼로프가 실사 영화는 역시 대배우인 안소니 홉킨스가 맡았다. 두 편 모두 크리스마스에 놓칠 수 없는 작품. 다만 척 존스의 애니메이션은 아직 국내 미발매. (소니픽쳐스 출시)

마다가스카

열대의 섬 마다가스카와 크리스마스가 무슨 관계냐고? 물론 본편과 크리스마스는 아무 상관없지만 DVD에 추가된 단편 애니메이션 <펭귄들의 크리스마스 작전>은 눈 내리는 12월에 감상하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에 소속된 동물들이 제각기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는 가운데 펭귄 부대의 막내가 걱정에 잠긴다. 외로이 한숨만 내쉬는 북극곰을 가엽게 여겨서인데, 그를 위해 선물을 사려는 과정에서 그만 성질 고약한 할머니에게 납치당하고 만다(바로 사자 알렉스를 복날 개 패듯이 패던 그 할머니다). 이윽고 다른 펭귄 팀원들에 의한 기상천외한 구출작전이 벌어지고 결국엔 모두에게 행복한 크리스마스로 결말을 맺는다.

본편을 재밌게 봤다면 놓치지 말아야할 경쾌한 애니메이션 작품. 우리말 더빙도 지원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CJ엔터테인먼트 출시)

오! 나의 여신님

5부작 OVA로 제작된 이 재패니메이션에서 마지막편의 배경은 크리스마스. 여신 베르단디는 천계로 강제 소환되는 운명을 맞이하고 케이이치는 그녀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한다. 남자의 성의를 그저 지켜보며 눈물 흘릴 수밖에 없는 베르단디는 더 이상 여신이 아닌 연약한 여자로만 느껴진다.

우여곡절 끝에 베르단디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케이이치. 그런 그에게 키스를 하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는 그녀. 이보다 더 좋은 결말이 어디 있을까.

90년대 해적판 비디오를 통해 소년들의 환상에 불을 지핀 작품으로 이제는 손쉽게 DVD로 구해볼 수 있다. 언제 봐도 여신 세 자매는 아름답고 그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케이이치는 부러울 따름이다. (DVD애니 출시)

다이 하드 1, 2

“맙소사, 믿을 수가 없어. 또 지하실에, 또 엘리베이터야. 어떻게 똑같은 사람한테 똑같은 일이 두 번씩 생길 수 있는 거지?”

올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와는 담을 쌓은 그대에게, <다이 하드 2>의 이 대사야말로 폐부를 찌르는 것이 아닐까. <다이 하드> 시리즈는 폭염이 내리쬐는 도시를 무대로 한 3편을 제외하면 1, 2편 모두 1년 간격을 두고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다.

1편에서는 독일계 테러리스트들에게 점령당한 하이테크 빌딩에 고립된 주인공 존 맥클레인 형사가 그의 아내를 포함한 인질들을 구출하는 과정이, 2편에서는 남미의 독재자를 빼돌리려는 용병들의 손에 들어간 공항에서 맥클레인이 승객들(역시 아내 포함)을 구하는 활약이 묘사된다.

맥클레인의 ‘똑같은 사람한테 똑같은 일’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아내와 함께 오붓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는 그의 계획은 매번 테러리스트들의 방해로 엉망이 되고 만다. 실로 운이 나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힘으로 악당도 처치하고 아내도 멋지게 구해내는 맥클레인을 보면 올 크리스마스에 아무 것도 못 하는 자괴감이 더 들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20세기폭스 출시)

그렘린

발명가 아버지가 아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온 신기한 동물 모그와이. 빛과 물에 닿지 않게 할 것, 자정이 지나면 먹을 것을 주지 말 것. 이 세 가지 규칙만 잘 지킨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그러나 규칙은 깨지라고(?) 있게 마련. 모그와이는 무수히 많은 괴물 그렘린으로 번식하는데, 이 그렘린들은 모그와이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말썽꾸러기 악당들이다. 곧이어 마을에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은 크리스마스를 하나의 거대한 재난으로 만들고 만다.

하지만 날뛰는 그렘린들보다 무서운 것은 중반부에 나오는 피비 케이츠의 독백. 그가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싫어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잠시나마 모골이 송연해질 것이다. (워너브라더스 출시)

크리스마스의 악몽

추운 거리를 팔짱 끼고 돌아다닐 연인들만 생각하면 속에서 열불이 나는 싱글들. 어디서 잭 스켈링톤 같은 이가 나타나 크리스마스를 악몽으로 바꿔줬으면 하는 생각도 날 것이다. 할로윈 괴물들에 의한 난장판을 그리고 있으나 크리스마스에 보기에도 안성맞춤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인간의 손으로 빚어낸 정겨운 느낌의 영상과 함께 크리스마스에 대한 팀 버튼의 전복적인 시각은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정교함과 세심함을 요구하는 제작과정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스토리보드 비교, 삭제장면 등이 부록으로 담겨있는데, 특히 팀 버튼의 귀중한 초기 단편 작품 <빈센트>와 <프랑켄위니>도 한글자막과 함께 제공되어 반갑다. (브에나비스타 출시)

세렌디피티

크리스마스에 떠오르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어떤게 있을까? 얼마 전 모 라디오 방송 청취자들이 꼽은 영화는 운명적 사랑을 달콤하게 그린 <세렌디피티>였다. 사람들은 늘 우연한 만남이 반복이 되면서, 그것이 운명적 사랑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비록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드물지만, 영화는 가능하다.

케이트 베킨세일의 매력이 유난히 눈부신 <세렌디피티>는 '뜻밖의 행운'이란 사전적 의미처럼, 솔로로 고독한 삶을 보내던 두 남녀가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나 몇 년의 세월동안 운명적 사랑을 키워 가는 얘기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두 남녀가 만남을 계속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각자 자기 생활을 살면서, 우연한 만남이 지속이 되면서 운명적인 사랑은 있을 거라고 믿고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다.

<세렌디피티>는 크리스마스에 더 없이 좋은 영화다. 우연한 만남이 운명으로 바뀌며, 서로를 애타게 찾아가는 과정은 아기자기한 재미로 충만하다. 여기에 그 어느 영화보다 눈부신 배우들의 매력이 있고, 감미로운 음악이 감동을 더 한다. 특히 영화의 라스트를 장식하는 눈이 내리는 스케이트장의 로맨틱한 분위기는 모든 연인들이 꿈꾸는 가장 사랑스러운 순간이다. (스펙트럼 출시)

배트맨 2

<배트맨 2>는 아마도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가운데 가장 슬픈 영화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태어났지만 그 흉측한 외모 때문에 얼마 되지 않아 하수구에 버려져야 했던 펭귄. 그리고 상사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는 이유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비서. 그리고 그들 사이에 존재했던 음울한 과거를 가진 다크 히어로.

이들 세 명의 캐릭터가 빚어내는 비극적인 로맨스와 처절한 복수담은 크리스마스라는 명절 분위기와 어우러져 더욱 비감어린 정서를 이끌어 낸다. 팀 버튼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배트맨> 시리즈 두 편을 통해 주류가 아닌 소외된 인물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 왔는데, 특히 <배트맨 2>는 그러한 감독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브루스 웨인의 우울한 ‘메리 크리스마스’는 명절을 즐길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워너브라더스 출시)

스노우맨

영국 동화 작가인 레이몬드 브릭스의 대표작으로 1984년 시카고아동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 미술상 후보에 오른 명작 애니메이션. 파스텔 톤의 색연필로 그려진 이 작품은 실사를 방불케 하는 첨단 3D 애니메이션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순수한 아날로그 정취로 가득하다.

온 세상이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날, 한 소년이 자신이 만든 눈사람과 함께 한 밤중에 떠나는 북극으로의 여행을(그들은 북극에서 산타를 만나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그리고 있다. 3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여행에 불과하지만, 다음날 아침 머플러만 남긴 채 녹아버린 눈사람을 바라보는 소년의 뒷모습은 영원토록 관객의 가슴에 간직된다. 특히 <스노우맨>의 주제가는 감동을 더욱 배가시킨다. 눈사람과 소년이 북극으로 향하는 비행 장면에 삽입된 하워드 브레이크가 작곡한 테마송 ‘Walking in the Air’가 흐르는 장면은 놀라운 수준의 시청각적 체험이 이루어진다.

후속편 <파더 크리스마스>도 크리스마스 필수 애니메이션이지만, 현재 국내 DVD 발매는 <스노우맨>만 나와 있다. (인피니스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