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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조지 마이클의 다큐멘터리 개봉, 세간의 반응은 ‘글쎄요…’

오빠가, 소박하게, 돌아왔다

<조지 마이클: 다른 이야기>

조지 마이클, 오빠가 돌아왔다. 자의 반 타의 반 긴 칩거를 마치고, 동성 커플간의 합법적 혼례를 허하는 시기에 맞추어 자신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손에 들고서 말이다. 그가 제작을 맡고 서던 모리스가 감독한 <조지 마이클: 다른 이야기>는 80년대 그룹(WHAM)으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90년대의 좌충우돌, 그리고 정치적 깃발을 들어올린 현재에 이르기까지 조지 마이클의 이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러나 잘나가던 왕년의 위상과는 큰 대비를 이루며 12월12일 런던 모처에서 단발 상영하는 것으로 그쳐야 했다. 올 가을을 한껏 들었다 놨던 밥 딜런 다큐멘터리의 부흥대성회와는 전혀 딴판이었고, 혹은 지난 여름날 Live 8에서 성령강림 아이콘으로 등극했던 마돈나의 예전작 <마돈나: 진실 혹은 대담>에도 비견되지 못하는 지극히 소박한 귀환인 셈이다.

세간의 평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엘튼 존, 스팅, 사이먼 코웰 등을 작품 속에 내세웠을 뿐 대부분은 무관심으로 지나쳤고 몇 안되는 언급 또한 그의 재림을 선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고작 그와 파트너 사이의 알콩달콩 애정 비디오라느니, 어설프게 음반산업에 맞장뜨려다가 제 무덤만 판 실패담의 자전적 서술이라느니, 새롭거나 재발견된 영상은 한구석도 찾아볼 수 없기에 음악채널의 스타 영상물보다도 못 미쳤다는 식의 비아냥거림 일색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간지 <가디언>은 12월9일자 영화·음악 섹션의 두면에 그의 인터뷰 기사를 할애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소니라는 거대 음반자본과의 송사, <개를 쏴라>라는 곡을 통한 부시와 블레어의 짝짜꿍에 대한 조롱, 게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받아야 했던 사실에 대한 항변 등. 스타로서의 허상을 허물고 깨어나갈수록 자신을 에워싸는 적의 수는 늘어만 갔단다. 모두 대동단결하여 그를 탕아로 만들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회개와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를 바라거나 미디어에서 용납할 수 있는 동성애자의 전형으로 적절히 길들여지기를 원했다 한다. 자신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이처럼 성인열전(hagiography)으로 흘러가버리고 말 지경에 이르자, 그는 제작 중인 작품의 판권을 사들여 더 나은 혹은 또 다른 이야기로 완성했다. 인터뷰에서 영욕으로 점철된 자신의 과거를 신으로부터의 ‘저주’로 여겨왔다던 그는 이제야 비로소 저주가 아닌 ‘은총’을 받았다고 간증한다. 물론 그는 스스로를 성스러운 동정녀가 아닌 여성 파트너로서 ‘poof’(남자 동성애의 여성 역할)라고 주저없이 일컫는다. 환호작약하던 신도들도 떠난 지 오래, 무신앙 속에서도 신비의 이적이 벌어지기를 내심 기대하곤 하던 구경꾼들조차 모이지 않은 썰렁한 집회이었을지언정, 이제 그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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