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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난 프랑스 영화인 [2] - 도미니크 몰 감독

“인간의 이성과 통제력은 얼마나 허약한가”

<레밍>의 도미니크 몰 감독

<레밍>

두 번째 만남. 오종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도미니크 몰은 프랑스영화가 기대를 걸고 있는 새 이름이다. 그의 이번 영화 <레밍>은 2005년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몰은 현실과 환상이 경계없이 넘나드는 영화를 추구하는데, <레밍>에서도 평온했던 한 가정이 어떻게 기이한 환상에 휘말리는지를 목격할 수 있다. 전자기업체 직원인 주인공의 집에 사장 부부가 저녁 식사를 하러 오고, 그 사장 내외는 갑자기 그곳에서 부부 싸움을 하고 돌아간다. 그 뒤 사장의 부인은 이곳을 다시 찾아와 자살을 해버린다. 그 즈음 집에는 레밍이라는 종류의 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러나 레밍은 스칸디나비아에서만 서식하는 종류이다. 이 생물이 여기서 발견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때부터 영화는 주인공 부부와 사장 부부를 서로 기묘한 관계로 엮어내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환상극으로 끌고 간다.

도미니크 몰을 만난 것은 같은 호텔의 로비였다. 다소 시끄러운 곳이었지만 그는 귀를 세우고 질문을 놓치지 않으면서 열심히 듣고 말했다. 시종일관 눈웃음을 잃지 않는 오종과 달리 몰은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레밍>이 한국에서 개봉하는 그의 첫 영화라는 말에 “재미있게 봐 줬으면 좋겠다”고 운을 떼며 인터뷰는 시작됐다. 그는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 통제력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말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많은 부분에서 거듭 말했다.

-<레밍>은 어디까지 사실이고 진실인지 알기 힘들게 되어 있다 =시작은 현실적이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징후들이 나타나고, 레밍이 파이프 속에 나타나면서 점점 현실에서 멀어지는 징후가 된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죽은 인물이 다시 등장하는 식의 유령 영화가 되어간다.

-구체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바가 무엇이었나. =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주인공 알랭은 스스로의 감정조차 통제하려는 사람인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모든 것이 그의 통제를 벗어난다. 누구나 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하지만, 비이성적인 것들은 그 인간을 통제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그게 바로 인간 본성의 일부다.

-영화를 시작한 동기가 스칸디나비아에 서식한다는 쥐의 종류 레밍이었나. =이 생물을 발견하면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결정하게 됐다. 스칸디나비아에 서식하는 동물을 프랑스의 한 가정에서 발견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출발하게 된 거다.

-갑작스런 무언가의 침입이라는 점에서 전작 <내 친구 해리>와 비슷한 면이 있다. =시작을 할 때는 정상에서 시작했지만, 두번 다 뭔가의 침입에 의해서 상황이 변하는 것에 관심이 끌리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번 침입자는 레밍이 아니다. 레밍은 전령에 불과하다. 진짜 침입자 역할을 하는 것은 사장의 부인 앨리스다. 그녀가 자살하면서 시작된다.

-주인공 로랑 뤼카의 어떤 점을 보고 캐스팅했나. =기본적으로는 중립적이지만 뭔가 불안하고 변태적인 모습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는 뭔가 위엄이 있다. 그래서 위험에 처해도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는다. 나는 주인공이 동정받기를 원하지 않았는데,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몰의 말을 듣고 나면 프랑스영화의 지금 젊은 감독들이 추구하거나 매혹을 느끼는 어떤 길이 보이는데, 그 길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에 자리잡고 있다. <레밍>은 한편으로는 초현실주의에 끈을 대고, 또 한편으로는 부조리극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몰이 어쩌면 오종의 뒤를 밟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거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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