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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왕의 남자 그리고 그의 정부, 연극 <이>(爾)
이다혜 2006-01-13

1월2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1544-5955

연극 <이>(爾)와 영화 <왕의 남자>는 같은 부모를 두어 비슷한 생김을 했으나 다르게 성장한 형제다. 먼저 태어난 <이> 덕에 <왕의 남자>가 가능했던 건 분명하지만, 이야기의 크고 작은 부분에서 많은 차이점이 눈에 띈다. 그것은 두 이야기를 낳은 소재가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들에 근거하기 때문에 가능한 풍성함에서 비롯된다.

‘이’는 조선조 때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던 호칭으로, 임금 연산에게서 ‘이’라는 호칭으로 불린 공길이라는 궁중 광대는 실존 인물. <이>는 녹수가 아이를 낳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무대 뒤쪽으로 녹수가 진통을 겪는 모습이 비치는 동시에 무대 위에는 연산과 공길의 모습이 보인다. “전 마마를 느낍니다. 마마, 이놈의 영광입니다. 더 세게 치세요”라고 부르짖는 공길의 모습을 통해, 영화에서 뜸을 들이는 연산과 공길의 관계를 연극은 확실히 하고 시작한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소학지희’를 통해 <이>는 궁중에서 생활했던 광대들의 시대 풍자를 보여준다. 우인들의 풍자는 연산과 공길에 대해서도 매서운 태도를 감추지 않아, 자못 비장하게 맞고 때리던 둘의 상황을 희극적으로 바꿔버린다. 연산과 장녹수, 연산과 공길, 연산조의 사회상과 힘겨웠던 서민의 삶 등이 이 ‘소학지희’를 통해 드러난다. 왕, 왕의 남자, 그리고 그의 정부를 조여오는 파국은 그렇게 웃음 속에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마침내 연산이 “탕진과 소진만이 나였으니 나를 어서. 한때 깜빡였던 불길이로. 바람 앞에 촛불이로. 다 탄 불길이로.”라며 오열하듯 탄식하는 마지막을 향해 줄달음친다.

연극 <이>에서 장생을 연기한 이승훈은 <왕의 남자>에서 팔복이를 연기했으니, 두 작품을 모두 감상할 사람이라면 눈여겨보시길. 무엇보다 <왕의 남자> 티켓을 제시하면 <이>를 30% 할인된 가격에 관람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으니, 두 작품을 비교 감상하고 싶은 분들은 잊지 말고 티켓을 챙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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