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돌파, 돌파 전략의 희망을!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오귀환(콘텐츠 큐레이터) 2006-01-13

산을 오른다. 새해 아침, 오랜만에 겨울다워진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산을 오른다. 체감온도 영하 15도…. 털어버리자. 참으로 시끄러운 한해였다. 웬 거짓말은 그리도 많은지, 욕망은 그리도 많은지, 해코지는 그리도 많은지…. 조용히 살려는 서민들 가슴에 참으로 큰 구멍들만 숭숭 뚫리지 않았는가. 진실이라는 것마저 인간의 심장을 헤집고, 인간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멀리 산을 넘어 찾아오는 서늘한 태양 아래 아파트의 도시가 새롭게 깨어난다. 고개를 돌려 도시 변두리를 따라 시원하게 펼쳐진 논과 밭, 유유히 흐르는 한강 큰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멀리 북녘의 산하도 성큼 다가온다. 숨고르기에 맞춰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이 새로운 생명을 노래한다. 벌써부터 자유로를 따라 승용차며 트럭이 남이며 북을 향해 느리지만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다. 좋다! 시원하다!

한껏 새바람을 들이켤 수 있는대로 들이켜는 게 추워도 괜찮다. 그렇다! 우리는 이런 것을 원해왔는지도 모른다. cool하면서도 착한 이들이 이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불경에서 말하듯 ‘모든 것이 불타고 있는’ 이 욕망의 도시에서, 이 탐욕스럽고 추악한 세상에서 그래도 기운을 차리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실체나 가능성을 실제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토록 2002년 월드컵의 신명나는 잔치판이 벌어지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황우석의 신화’에 심취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세상을 생각하고 인생을 생각해본다. 2006년 우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2006년은 도대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전통적인 의미의 순리적 전진이나 발전보다는 단숨에 상황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꿈꾸는 데 더 익숙해진 시대에 돌입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갖가지 정보통신(IT) 관련 지표들… 지난해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열풍 속에서도 정작 가장 큰 결실을 거둔 시장은 한국이었다는 분석… 현대 한국사회를 특징짓는 이런 다양한 동태성은 무엇인가 비밀스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만 같다. 무엇일까? 그건 바로 ‘돌파’(break-through)가 아닐까?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며 조건이 나쁘면 나쁜 만큼 그 반대로 더 잘 헤쳐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세계적인 불경기, 북한 핵 위기, 고유가…. 따라서 어쩌면 이것이 2006년의 화두가 돼야 할지도 모르겠다.

돌파, 돌파전략, 돌파기술.

한 가지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다. 과거를 특징짓는 ‘현실대응형 돌파’와 달리 앞으로 필요한 것은 ‘기획관리형 돌파’라는 것이다. 미래의 전략은 기획되고 현재의 위기는 관리돼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어디를, 무엇을 돌파해야 하는 것일까?

첫 번째는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핵강국이 뺑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변모한 중국이 바로 이웃에서 전세계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때 어떤 사태가 일어나는지 맛보기를 해본 우리가 영리하게 살아남으려면 역시 에너지 영역에서 민족을, 인류를 구원할 새로운 돌파전략과 돌파기술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닐까? 당장에 지금처럼 단위생산당 에너지 소비량이 선진산업국의 거의 두배에 이르는 상황에서는 경제성장은커녕 생존조차 곧 한계에 부닥칠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환경기술을 꼽고 싶다. 우리는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빠른 산업화를 이루면서 갖가지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조건에 맞부닥쳐 왔다. 바로 이것이 기회가 아닐까? 이런 도전을 통해 어쨌든 우리의 환경기술은 발전해왔고, 더더욱 발전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환경기술의 한류가 다시 아시아로 세계로 전파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점 하나, 상황 돌파의 꿈을 서민대중 속에서 찾아낼 때 희망은 몇배로 커진다는 것이다. 정치가나 대기업이 아닌 서민의 아들딸이 그런 일을 해낼 때, 해낼 수 있는 싹을 보여줄 때 한국인과 한국사회는 진짜 신명과 참기운을 내는 게 아닐까?

그래서 이런 말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한국인은 정말 ‘돌파해내는 민족‘이야. 조건이 나쁘면 나쁠수록 더 힘을 내서 상황을 뒤집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