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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와 허우샤오시엔의 교감, <카페 뤼미에르>
ibuti 2006-01-20

<카페 뤼미에르>는 오즈 야스지로다. 오즈가 계속해서 다룬 부모와 자식 관계가 새로이 변주되지만 그 살가움은 여전하다. <만춘> <피안화> <꽁치의 맛>이 얼굴을 내미는 가운데, 임신한 여주인공의 꿈과 모리스 센닥의 동화는 가족의 구성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의 알레고리로서 오즈의 설명되지 않은 이면과 고독을 채운다. <카페 뤼미에르>는 오즈와 허우샤오시엔의 교감이다. 오즈와 동시대에 활동한 재일 대만 음악가 지앙원여의 흔적을 찾는 여주인공과 그녀의 대만 애인은 감독이 슬쩍 끼워놓은 인장이다. <카페 뤼미에르>는 영화다. 영어 제목의 ‘뤼미에르’와 공간·시간·빛을 뜻하는 원 제목 자체가 영화와 동격인 바 빛을 담는 필름과 소리를 채취하는 남자와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헤매는 여자와 그 사이로 흐르는 인상파 음악은 순간을 기록한다. <카페 뤼미에르>는 (오즈가 사랑했던) 전철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영화는 한대의 전철로 시작해 네대의 전철이 교차하면서 끝나는데, 그 사이에 끊임없이 오가던 전철이 터널에서 슬며시 나오듯,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흘러나와 끝없이 계속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고 그렇게 관계는 이어진다.

오즈 탄생 100주년 기념 작품인 <카페 뤼미에르>는 정녕 무심한 듯 보이던 이야기 안에 이렇듯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허우는 시시콜콜한 설명 없이도 한 위대한 감독에 대한 정밀한 오마주를 행해놓았다. 오즈 영화의 클립과 감독 인터뷰 등이 맞물리며 진행되는 DVD 부록 <메트로 뤼미에르>(59분, 사진)는 영화의 지침서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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