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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인디영화의 새로운 활로될까

극장·케이블TV·DVD로 동시에 소개된 스티븐 소더버그의 디지털 장편 <버블>

<버블>

160만달러의 저예산에 알려진 스타 하나 없고, 작은 마을의 인형공장을 배경으로 별다른 액션도 없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영화가, 수백만달러의 홍보비용을 투자한 할리우드영화들과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 <타임매거진>,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 등으로부터 호평받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디지털 장편 <버블>(Bubble)은 많은 인디영화가 직면한 문제를 새로운 방안으로 대처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지난 1월27일 미 전국 32개 극장과 케이블TV, DVD(1월31일)를 통해 동시 소개됐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버블>은 1월29일 현재까지 7만여달러의 극장수익을 올리는 데 그쳐 이번 시도를 비난했던 미국 극장인협회로부터 “버블이 보기좋게 터졌다”고 비웃음을 샀다. 반면 일각으로부턴 “저예산 독립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었다”는 찬사도 받았다.

<버블>은 소더버그 감독이 제작과 배급을 담당한 ‘HD넷 필름스’의 마크 큐밴, 토드 와그너 등과 준비하고 있는 총 6편의 디지털 장편영화 중 첫 작품. 큐밴과 와그너는 최근 매입한 극장 체인 ‘랜드마크’에서 이 작품들을 독점 개봉하며, 케이블TV의 유료 시청방식을 도입한 On-Demand와 DVD 출시 방식으로 미국 내 배급체계를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이들은 <버블>의 DVD 판매를 약 500만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나머지 영화 역시 같은 배급망과 방식으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이같은 배급 방식은 극장 개봉 뒤 DVD 출시까지의 기간을 없애는 것으로, 극장 관계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할리우드 스튜디오들 역시 6개월에서 이르면 4개월까지 기간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버블>의 시도는 이런 추세에 한발 앞서 나간 것이라는 것이 HD넷 필름스의 설명이다. 소더버그 감독은 <버블>의 DVD 코멘터리에서 “솔직히 어느 영화든 개봉 당일날 차이나타운에 가면 불법 DVD로 살수 있지 않은가. 이미 발달된 테크놀로지를 뒤로 돌려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적응하며 새로운 방법을 구상하는 길뿐”이라고 밝혔다.

평론가들은 이에 대해 “독립영화 시장이야말로 이같은 실험정신이 시도되고 도입돼야 하는 곳”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독립영화는 일부 지역에서만 한정 개봉되기 때문에 동시 개봉 방법으로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시카고 선타임스>의 로저 에버트는 “관객이 수백만달러의 선전캠페인으로 극장에 떠밀려가는 시대에 큰 아이디어를 가진 작은 영화가 있다”며 자신의 영화평을 읽고도 극장에 가서 볼 만큼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다면, 적어도 케이블TV나 DVD로 관람할 사람들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트는 “바로 그것이 이런 영화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18일 만에 촬영과 편집을 마쳤다는 <버블>은 더스틴 제임스 애슐리, 데비 도버라이너, 미스티 돈 윌킨스 등 연기경력이 전무한 일반인들이 주연을 맡았지만, 저마다 진실하고, 다부진 연기를 선보인다. 소더버그 감독은 약간 빗나간 각도로 본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버블>은 새로운 시각으로 미국을 들여다보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금전적으로 실패를 한다 해도, ‘동시 발표’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영화계에 소개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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