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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 뽀뽀 마흔개를 하고 싶은 이유

“엄마, 사랑은 아무도 못 말린대. 사랑을 어떻게 말려. 사랑은 정신병인데.” 전혀 공부에 미치지 못한 은민이 사랑에 미쳐 말했다. ‘사랑과 야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저 말투처럼 이 드라마, 너무 귀엽다.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는 참으로 MBC답다. 알고 보니 재벌 2세라거나, (돈만 많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싹수가 남몰래 자라고 있었다거나, 알고 보니 암이라거나, 알고 보니 ‘엄마였네?’라거나, 알고 보니 “엄마가 아니었네?”라거나,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바보라거나 하는 “알고 보니”가 없다.

그래서 알고 보니? 어, 재밌다. 특별히 가슴 뛰게 하는 비밀 같은 걸 숨겨놓지 않았는데도 재밌는 건, 다른 ‘알고 보니’가 있어서다. 그게 뭐냐면? 사람에 대한 ‘알고 보니’다. 알고 보면 별난 것도 없지만, 알고 보면 또 별 인간 다 있는 온갖 인간들의 아기자기 파노라마가 너무 실감나게 펼쳐지는 거다. 이러니, ‘드라마 찍고 자빠졌네’가 아니게 살아 있고, 지지고 볶는 재미가 얼마나 고소한지는 본 사람만 안다. 더구나 스리슬쩍 인간들이 예고도 안 하고 툭 내던지는 대사는 가끔씩 나타나 심장을 콕 찔러, 단단한 내 심장이 화들짝 놀라 3분의 2박자로 뛰게 한다. 너무나 친절한 이 필자씨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과거 돈 있게 살아봤으나 현재는 돈이라곤 쥐뿔도 없는 이모가 쓸쓸히 말씀하셨다. “근데 별거 없어. 별 사람 없다. 연숙아. 돈이 실수하게 해. 사람한테.” 티격태격하는 가족을 두고 태경이 말했다. “우리 가족은 싸우면서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는 거 같아.” 공부 가망성 제로인 은민이를 대안학교인 하자센타에 데려간 태경이 또 말했다. “서른살, 마흔살이 돼서도 뭘 하고 살아야 하는지 결정 못한 사람 수두룩해.” 수·목드라마나 월·화드라마였다면 분위기 깔아주고, 음악 확실하게 깔아주면서 폼 잡았을 저 대사는 일일드라마답게 일상적으로 슬쩍 지나갔다. 그거야말로 일상에서 아주 가끔 스리슬쩍 짠한 순간을 만나는 것과 닮았다. 이래저래, 이 드라마 왜 이리 귀여운 거냐? 뽀뽀를 마흔한개쯤 해주고 싶음이다.

특히 박원숙이 연기하는 철딱서니 없고 얄미운 그 엄마. 너무 귀엽다. 딸더러 찬밥 주며 이 ‘고귀한 모성’을 지닌 엄마, 말씀하셨다. “한살이라도 젊은 니가 찬밥 먹어야지. 그럼 이 나이에 내가 먹으리?” 그뿐 아니다. 고3 딸더러 대한민국 고3 엄마가 말씀하셨다. “나는 족탕을 할 테니 너는 공부를 하여라.” 으흑, 이 엄마, 너무 귀여워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이런 엄마, 정말 보고 싶었다. 고3 자식 뒀다고, 자식과 같이 밤새며 박박 기는 엄마만 엄마냐? 이 엄만 이랬다. “어머머 어머머. 12시가 다 돼가네. 피부관리 땜에 나 10시 이전에는 자야 하는데.” 만세다. 남의 엄마! 이 드라마 혹시, “사람은 아무도 못 말려”란 제목이었는데 오타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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