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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물농장> 제작과정 추적기 [2]
사진 오계옥오정연 2006-03-03

흑, 나도 <TV동물농장> PD가 되고 싶다

4년 가까이 <TV동물농장>을 만든 최정호 PD는, 한번 타는 데 10만원이 드는 특급 사파리를 5천만∼6천만원어치는 탔을 거라고 말한다. 총각 PD들은 여자친구가 생길 때마다 에버랜드 특별 방문을 잊지 않는다. 원없이 특급 사파리 타기, 인공 포육실에서 깜찍한 새끼 동물과 대면하기 등의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기자는 대상을 알 수 없는 부러움에 휩싸인다. 나도 <TV동물농장> PD가 되고 싶다. 아니 아니, 나에게도 <TV동물농장> PD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제작진이 부러운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거짓말을 모르는 동물들과 함께한다는 점이다. 웬만하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소동물, 대동물, 유인원, 사파리 등 영역을 나누어가진 이들은 어떻게 하면 동물과 친해질 것인지를 고민하고, 때로 섬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섬과 개’)을 취재하기 위해 한달 가까이 꿈에 그리던 섬 생활을 경험하기도 한다. 제작진들은 뿌듯한 순간을 회고하며 한결같은 미소를 짓는다. 한 마리에 긴 시간과 노력을 쏟다보면 남들이 뭐라 해도 제 눈에 예뻐 보이는 동물이 생기고, 맹인견 후보를 어미 뱃속부터 2년간 밀착 취재한 끝에 제 몫을 하는 순간을 목격할 때의 뿌듯함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매주 초 3일간 진행되는 편집작업

더빙 중인 성우 홍승옥씨

동물과 사람의 교감을 다루는 <TV동물농장>의 특성상,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람은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말 못할 애환을 겪기로는 이들도 만만치 않다. 토끼를 찍으러 방문한 집에 엄격한 아버님(평소 자식이 토끼를 키우는 것이 아주 못마땅하셨다고)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쫓겨나기도 했다. 성장한 사자와 호랑이가 득시글거리는 우리 안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일상인 이들. 아무리 어릴 때부터 함께했던 사육사들이 곁을 지키고 꼼꼼하게 보호장구를 챙긴다 하더라도, 자신의 덩치를 망각한 채 뒤에서 장난을 걸어오는 사자들 등쌀에 옷이 찢겨 방송국으로 돌아오기 일쑤다. 게다가 화면으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동물원 특유의 향기(?)까지. 언제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동물과 가까워지기 위해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PD들의 일인지라 “<TV동물농장> PD들은 모두 자폐”라는 소문도 팽배하다.

<TV동물농장>은 계속되어야 한다

최정호 PD는 ‘유기견 프로젝트’를 촬영할 당시, 유기견 보호소에 가장 많은 견종이 시추와 코카스파니엘인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들은 모두 동물 시트콤에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의 견종이었던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TV동물농장>을 우리나라의 애완동물 시장을 키우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꼽는다. 그러나 <TV동물농장>이 동물들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있었지만, 이들과 함께 살아갈 때 필요한 책임감까지 완벽하게 전달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의인화가 많은 사파리 시리즈 등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맹수의 야생성을 잊는 것도 문제다. 에버랜드 동물원 사육사들의 휴게실 거울에는 “동물을 얕보지 말자”는 문구가 있다. 언뜻 웃음이 배어나오는 이 말은, <TV동물농장> PD들도 한결같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는 동물과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예쁠 때가 있으면 미울 때가 있고, 교감의 순간이 있다면 아쉽더라도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는 비단 동물만의 이야기가 아닌, 인생의 진리 아니던가.

새로운 동물 교양 프로그램의 모델을 제시했던 <TV동물농장>은 그간 원조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유기견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개가 버려지지 않기 위해선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나쁜 버릇을 교정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생각에 ‘개과천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웅자의 전성시대>에서 최초로 시도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플래시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무리한 의인화와 상업화의 우려가 있음을 늘 잊지 않으려 한다. 개성만점 꼭지들 사이사이에는 MC들의 진솔한 멘트를 배치해 교양 프로그램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려 한다. 제작진의 말처럼 “기준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TV 동물농장>이 낳은 스타들. 베스트6

참을 수 없는 식탐의 무거움/ 찌루 애견군단 <개성시대>의 간판스타. 하루에도 8번씩 애절한 눈빛 공격과 함께 이어지던 그의 간식 타령은, 시즌 갱신의 가장 큰 원인이었더랬다. 먹을 것을 위해 어울리지도 않는 미인계 구사하기가 특기요, 식탐 탓에 규율반장 고영욱(룰라의 래퍼)에게 혼나는 것이 버릇이다. 국내 애견업계에 불었던 시추 열풍의 원인 제공견. 정권 말기에는 충복이었던 뚱이에게 하극상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적과의 동침/ 금동이와 소프 견(犬)파와 묘(猫)파의 실감나는 심리·육탄전 <개와 고양이 청춘명랑드라마>의 양대 산맥. 고양이댁 키키와 시베리안허스키 샤샤가 낳은 장남들이다. 공이라면 환장을 하는 고양이 금동이와 실수연발로 군기반장 임정아(만화가)씨의 요주의 감시 대상이 된 얼떨리우스 소프. 고양이밥까지 넘보는 늘 배고픈 개들의 무식한 행태는, 이에 맞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고양이들의 살벌한 대처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범 무섭지 않은 원숭이들/ 미니와 킹콩 동물원의 새내기들이 모인 <인공포육실> 최고의 주역, 3개월 된 아기원숭이 미니와 그 동생 킹콩. 첫 대면에서는 앙숙관계였지만 곧이어 포육실에 들어온 아기사자 지니얼로 인해 절친한 남매가 된다. 사자를 전용 장난감 삼아 자가용처럼 타고 다니고, 호랑이 남매를 향한 사육사 아빠의 사랑을 질투하는 등 대범하기 이를 데 없던 이들이었지만, 만만하게 여겼던 맹수들이 본성을 찾으면서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열혈 다이어트의 추억/ 우탄이 살과의 전쟁으로 만인의 공감을 얻었던 오랑우탄 우탄이. 한 숟가락의 밥을 얻기 위해 그에 해당하는 운동을 해야 하고, 죽기보다 싫은 산책도 매일같이 가야 했던 그의 필살 다이어트는, 체면불구하고 개사료까지 넘보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극적으로 구조된 빨간원숭이에게 매일같이 대령되는 보양식에 불같은 분노를 표출하는 등 먹을 것을 향한 그의 열정은 늘 뜨거웠다.

웃기는 공주/ 웅자 소시지에 환장하는 개그 여왕, 코카스파니엘. 웅자와 함께라면 뭇 여성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두 노총각이 웅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늘 목을 맨다. 다른 개들을 워낙 싫어하는지라 자신의 딸인 웅실은 물론이고 손자까지도 멀리 두는 공주견. <TV 동물농장> 최초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가졌고, <웅자의 전성시대>가 간판시리즈로 자리잡으면서 일본과 미국까지 방문했다.

기묘한 우정/ 스모모와 골디 심부름의 달인 원숭이 스모모와 그의 파트너인 심신허약견 불독 골디. 볼펜 심부름부터 자판기 음료수 뽑아먹기, 왕복 5km 걸어 바나나 사오기, 시내에서 (자몽이 아닌) 오렌지 사오기 등 웬만한 인간 뺨치는 미션 수행으로 화제가 된 엽기커플이다. 운동을 싫어하는 골디가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고, 게으른 골디를 다독이는 똑순이 스모모의 진한 우정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