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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 소리쳐, 발산해!
2001-08-16

8월 23일 동대문 운동장, `메탈페스트 2001 여름 대공습`

헤비메탈은 오래 지속된다. 힙합의 그루브, 보이밴드와 미녀 보컬들의 세련된 팝의 물결 틈에서도. 림프 비즈킷처럼 힙합과 결합된 랩메탈의 형태로 대중음악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가 하면, 20년 가까이 된 메가데스 같은 밴드가 여전히 신보를 내놓으며 명맥을 이어가니까. 육중하게 포효하는 기타 사운드와 거친 목소리, 사정없이 격렬한 드럼 비트로 몰아가는 헤비메탈의 아드레날린 드라이브가, 오는 8월23일 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진다. 국내외 8개 메탈밴드가 라이브를 펼치는 ‘메탈페스트 2001 여름 대공습’이 열리는 것이다.

80년대 초반에 등장한 슬레이어부터 지난해 데뷔음반을 낸 톡식 스마일까지, ‘메탈페스트 2001’의 라인업은 꽤 쟁쟁한 헤비메탈의 신구세력들을 모은 축제다. 우선 눈에 띄는 이름은 20여년 가까이 장수하며 꾸준히 스래시메탈의 영토를 지켜온 슬레이어와 세풀투라. 캘리포니아 출신의 4인조 밴드 슬레이어는, ‘살해자’란 뜻의 이름만큼이나 단선적이면서 공격적인 사운드를 고수해온 스래시메탈의 선봉장이다. 얼터너티브를 비롯해 90년대 이후 록의 주류로 떠올랐던 여타 장르와의 타협을 지양하고, 머리를 격렬하게 흔드는 헤드뱅잉에 걸맞은 전통적인 메탈 사운드를 유지하면서 골수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90년대 중반 이후 드러머가 바뀌긴 했지만, 스래시메탈의 걸작이라 할 만한 그들의 히트작 <Reign in Blood>의 거칠고 맹렬한 음악을 라이브로 만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세풀투라는 거의 선율없이 가사를 내지르곤 하던 맥스 카발레라의 굵직한 음색과 묵직한 사운드, 특히 죽음과 운명 등 어두운 내용이 많은 데스메탈로 알려진 브라질 출신의 4인조 밴드. 이번 공연에서는 97년 탈퇴한 맥스의 목소리를 만날 수 없어 아쉽지만, 스래시메탈에 브라질의 토속음악을 접목한 그들 특유의 주술적인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머쉰 헤드는 슬레이어 같은 80년대 정통 스래시메탈 계보를 90년대에 이어온 밴드다. 스래시메탈의 파괴적인 사운드를 계승하는 한편, 3집 <The Burning Red>부터는 콘, 림프 비즈킷 등 하드코어 랩메탈 스타들의 프로듀서 로스 로빈슨과 작업하면서 리듬감이 좀더 풍부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슬레이어 등 선배 세대와 비전 오브 디스오더 같은 차세대 사이를 잇는 중견이랄까. 혹 샤우팅과 헤드뱅잉, 폭발적이면서 직선적인 스래시메탈 사운드의 폭주에 좀 지친다면, 비전 오브 디스오더를 비롯한 나머지 밴드들의 음악으로 한숨 돌려볼 수 있을 듯하다.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 5인조 밴드 비전 오브 디스오더는 좀더 본격적으로 스래시메탈과 랩메탈을 혼합한 음악. 독특하게 여성 보컬을 내세운 혼성밴드 아치 에너미의 데스메탈도 색다른 분위기다. 국내 헤비메탈밴드 미스테리 출신인 안회태가 활동하는 독일밴드 톡식 스마일은, 헤비메탈에 프로그레시브록의 실험적인 선율을 보탠 프로그레시브메탈로 공연을 변주한다. 탄탄한 스래시 사운드와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실험을 섞는 크래쉬, 사회비판적인 가사를 담은 스래시메탈과 랩메탈의 디아블로 등 국내밴드 두팀도 해외밴드들에 뒤지지 않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 뛰고, 소리치고, 발산하며 즐기는 이 헤비메탈의 과격한 축제는, 저녁 6시부터 약 5시간 동안 계속된다. 7만원이라는 입장료는 결코 싸지 않지만, 헤비메탈의 생생한 라이브가 그리운 팬들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공연이다(문의: 02-3141-3488, www.allAccess.co.kr).

황혜림 기자 blaue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