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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내한공연 [3] - 노엘 갤러거 인터뷰
박혜명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6-03-10

“좋은 곡이 많이 나왔을 때 좋은 밴드라 불러야 한다”

‘오아시스’의 멤버들이 입 거칠고 성격 괴팍하다는 건 익히 소문난 터다. 데뷔 12년 만에 처음 한국을 찾게 된 밴드 오아시스의 리더 노엘 갤러거와의 인터뷰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러므로 인터뷰룸에 모인 기자들 중 절반은 짐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1시로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맞춰 나타난 노엘 갤러거는 사뿐사뿐 걸어들어와 사뿐히 자리에 앉았다. 리엄 갤러거와 함께 일명 ‘숯검댕 눈썹 형제’로 유명했던 노엘 갤러거의 눈썹은, 나이 때문인지 이제 밝은 갈색을 띠고 있었다. 순한 것은 인상뿐만이 아니었다. 노엘은 자기 앞에 놓인 녹음기에 잡음이 녹음될까봐 왼쪽 손목에 찬 굵은 금팔찌를 오른손으로 붙잡아두고 인터뷰에 응했다. 귀찮은 질문이나 대답하기 싫은 질문을 피해가는 직설법은 여전해도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데뷔한 지 12년 만에 처음 한국에 왔다. 왜 이제야 오게 되었나. =뮤지션으로서 언제 어디서 공연할 것인지의 문제에는 크게 개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야 한국에 오게 되었다.

-한국에 온 소감은. =좋다. 한번도 와본 적 없는 곳을 방문한다는 건 정말 좋은 경험이다. 한국에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올 기회가 없었다. 지인들도 그렇지만 맨체스터에 살면서 한국을 방문할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싶은데, 음악을 해서 좋은 점 중 하나가 이렇게 전혀 와볼 일 없는 먼 나라들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제 도착했고 오늘 공연 뒤 내일 출국할 거라 한국을 많이 둘러보지는 못할 것 같다. 어제 저녁 잠깐 나갔다 왔는데 좋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 사람들은 맨체스터라는 도시를 축구선수 박지성 때문에 더 잘 알게 되었다. 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속해 있다. (노엘,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Ah, Yes”라고 대꾸.) 맨체스터 출신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맨체스터에 대해 말해달라. =음, 맨체스터는 인구가 100만명이고, 춥고, 비가 많이 온다. 큰 축구클럽이 두개 있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별로 안 좋아한다.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이 태어날 때부터 죽 그곳에 살았기 때문에 알다시피 고향이란 게…. 어쨌든 영국에서 가장 좋은 도시 중 하나다. 멋진 곳이다.

-‘오아시스’ 멤버들이 ‘메탈리카’ 멤버들과 절친하다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 그러한가. =그렇다. (너무 짧은 대답에 좌중 또 큭큭) 음, 거기에 라스라는 드러머가 있는데(라스 울리히를 말함), 그 친구가 별로 쿨하진 않다. (뚱한 표정으로 일관)

-현재 활동 중인 밴드 중 좋아하는 팀이 있다면. =영국 밴드로는 카사비안을 좋아한다. 미국 투어 때 5주간 함께하기도 했는데, 정말 좋은 밴드다. 미국 밴드로는 킹즈 오브 레온을 제일 좋아한다. 내 생각이지만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등장한 밴드들 중 가장 좋은 밴드가 아닌가 싶다. 영국 록신에서 좋은 노래를 만드는 밴드는 정말 많다. 그러나 좋은 밴드는 별로 없다.

-좋은 밴드의 기준이 무엇인가. =좋은 곡을 한두곡 쓰는 건 쉽다. 많이 써야 하지 않을까. 어떤 앨범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기에 들어보면 정말 좋은 곡은 한두곡에 불과하다. 영국에서는 너무 쉽게, 곡 한두개만 좋아도 바로 좋은 밴드로 취급하고 데뷔시키는 경우가 있다. 좀더 지켜보고 좋은 곡이 많이 나왔을 때 좋은 밴드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연 때 데리고 다니는 서포팅 밴드들은 ‘오아시스’가 직접 선택하나. =그렇다. (너무 짧은 대답에, 좌중 허무한 웃음)

-부연설명 좀 해달라. =오아시스가 워낙 대단한 밴드다보니 우리가 평소 좋아하고 맘에 들어했던 신인 밴드들에 연락해서 공연 같이 하겠느냐고 하면 대부분 “예스”라고 답한다. (너무 당당한 대답에 좌중 또 한번 웃음)

-지난해 콜드플레이의 신보가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는데, 콜드플레이의 약진과 관련해 오아시스가 느끼는 두려움은 없는지. (질문자, 약간 계면쩍어하고 좌중은 웃음) =겁먹냐고?(Scared?) (무슨 그런 소리를, 하는 표정으로) 아니. (통역이 다른 단어를 써서 다시 묻자) 위협을 느끼냐고?(Threatened?) 아니, 아니다. (좌중 웃음) 내가 왜 위협을 느껴야 하나? 물론 질문의 의도는 이해하는데, 콜드플레이는 콜드플레이이고 오아시스는 오아시스다. 우리는 경쟁하는 밴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종류의 음악을 하는 밴드다. 서로 다른 대중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므로 누가 더 성공했느냐를 비교할 수 없다. 난 크리스 마틴과 친한 사이이고, 콜드플레이가 그같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에 대해 같은 영국 밴드로서 자랑스럽다.

-왜 인터뷰 자리에 혼자 나왔나. =이런 것이 ’오아시스’에서는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멤버가 네명이나 되기 때문에 나눠서 인터뷰를 할 때도 있다. 내가 제일 많이 하는 편인데 그건 내가 작곡을 가장 많이 하기 때문이다. ‘오아시스’의 음악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으니까.

-지금까지 죽 노엘 혼자 곡을 써오다 이번 앨범부터 모든 멤버가 곡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진 것이 걱정스럽진 않나. =이번 앨범뿐 아니라 <Heathen Chemistry>에서도 앤디와 겜은 각각 한곡씩 썼다. 리암은 멤버 중에 제일 게으른 인간이라서 12년간 활동하면서 10년은 곡을 써본 적이 없다. 그나마 2년 전부터 곡을 쓰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내 입장에서는 모든 멤버들이 곡을 쓰게 되어서 안도되는 면이 있다. 그전엔 내가 다 써야 했기 때문에 부담도 없잖았다.

-그럼 그들의 음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좌중 웃음) 아니, 좋아한다. 앞으로도 모든 멤버들이 계속 그렇게 참여하지 않을까 싶다.

-이후 활동 계획을 말해줄 수 있나. =한국 공연이 끝나면 싱가포르, 홍콩에서 공연이 있고 이후 허리케인 때문에 취소됐던 미국 공연을 하러 간다. 캐나다를 거쳐서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멕시코에서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모든 투어는 3월 말에 끝난다. 3월32일부터 휴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