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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TV외화 시리즈 [3] - <고스트 앤 크라임>
이다혜 2006-03-25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본다

영적 기운을 끌어들인 범죄수사물 <고스트 앤 크라임>

방영시간 | 월·화 저녁 6시·밤 11시(주 2회분 방영) (재방) 금 새벽 1시·2시, 토 저녁 7시·8시(폭스채널)

미국은 범죄수사물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시즌을 거듭하며 도시별 스핀오프 시리즈를 내고 있는 <C.S.I>는 물론이고, 실종자를 찾는 FBI 수사반 이야기 <위드아웃 어 트레이스>(<FBI 실종수사대>)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국 해군 범죄수사국 특수요원들의 활약상을 다룬 <NCIS>와 법의학자의 관점에서 본 사건 해결과정을 그린 <크로싱 조단>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당연히, 범죄에 접근하는 방법이 새롭지 않다면 리모컨을 쉴새없이 누르는 사람들의 눈을 잡아끌 수가 없다. <고스트 앤 크라임>은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 법의학적 근거가 최우선시되는 범죄수사물 장르에 영적 기운을 끌어들였다. 주인공 앨리슨 드부아는 유령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꿈을 통해 사건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포착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앨리슨은 ‘알고’ 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물리적 증거이다.

<트루 로맨스> <로스트 하이웨이> 등에서 섹시하고 신비로운 때로 파괴적이기까지 한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보여준 패트리샤 아퀘트가 <고스트 앤 크라임>의 여주인공 앨리슨 드부아를 연기한다. 가정적이며 따뜻한 남편과 아이를 셋이나 키우는 앨리슨은 영적 능력을 지닌 가정주부. 늦깎이 대학생으로 법학을 공부하는 앨리슨은 지방검사실에서 인턴으로 일하는데, 사건 정리를 하려고 사진들을 보면 사건의 개요와 진실이 그냥 ‘보인다’. 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도. 마치 TV를 보는 것처럼. 게다가 그녀의 꿈에는 죽은 사람이 등장해서 하소연을 하거나 가해자가 범죄를 과시한다.

객관적 증거와 이성적 판단만이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법계에서 앨리슨의 영적 능력이 쉽게 인정받는 건 어불성설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무속인들의 말을 믿고 갈팡질팡하다 수사를 흐리는 경찰이 우스갯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고스트 앤 크라임> 첫회에서는 앨리슨이 자신의 능력에 확신을 갖기까지, 주변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기까지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그린다. 꿈에서 깬 뒤에도 침대 발치에 늘어선 죽은 자들을 보는 앨리슨에게, 과학자인 남편은 꿈이 진실인지 확인해보자고 한다(이성적인 남편과 영적 존재를 믿는 앨리슨의 관계는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의 로맨틱한 버전으로 보이기도 한다). 앨리슨의 남편은 앨리슨이 꾼 꿈의 내용과 일치하는 사건에 관한 해석을 보내는데, 텍사스 레인저쪽에서 만나보고 싶다는 연락을 해온다. 앨리슨은 자신의 영적 능력을 증명해 보이지만 텍사스 레인저쪽에서는 오히려 의심하고 비웃을 뿐이다. 앨리슨은 영적 능력과 인간에 대한 통찰로 범죄를 해결하고, 자신이 일하고 있던 지방검사실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기회를 얻는다.

놀랍게도, 앨리슨 드부아는 동명의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다. ‘진짜’ 앨리슨 드부아는 드라마와 유사한 방식으로 일을 시작했다. 지방검사실에서 인턴십을 하던 중 애리조나주립대학에서의 마지막 학기 중 영적 재능을 세상에 알리게 된 드부아는 대학에서 실시한 여러 조사를 통해 자신이 지닌 영적 능력의 정확성을 인정받았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마음대로 끄고 켤 수 없는 라디오가 머릿속에 있는 것 같다. 어딜 보건 간에 죽은 사람들이 보인다”. 현재 그녀는 영매와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으며, 실종자와 피살자들을 찾는 일을 돕고 있으며, 배심원 선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스트 앤 크라임>의 컨설턴트도 겸하고 있다.

<고스트 앤 크라임>의 매회는 앨리슨의 꿈에서 시작한다. 끔찍한 몰골의 망자가 앨리슨의 침대에 들어와 누워 있어 보는 이를 오싹하게 하는 일도 있다. 그럼에도 귀신이 등장하는 깜짝쇼나 ‘무서운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 것은 앨리슨의 화목한 집안 분위기와 앨리슨이 함께 일하는 지방검사실 사람들의 이성적인 태도가 적절한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 패트리샤 아퀘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고스트 앤 크라임>에 등장하는 그녀의 ‘아줌마’ 역할이 낯설지도 모르지만, 아퀘트는 언제 신비의 섹시녀를 연기했나 싶게 능숙한 모습으로 아이들 셋의 치다꺼리를 해내고, 유령들과 대화를 한다. 아퀘트는 <고스트 앤 크라임>에서의 연기로 제57회 에미상에서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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