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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vs DVD] 코미디 대가의 영화인생, 그 뒤안길
이교동 2006-03-31

<버스터 키튼 65주년 컬렉션> vs <버스터 키튼의 상업영상>

올 들어 연달아 출시된 두편의 <버스터 키튼 컬렉션>은 무성영화 시대의 신화적 코미디언으로 기억되고 있는 버스터 키튼의 평탄치 않았던 인생을 새로이 뒤돌아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65주년 기념이란 부제를 달고 출시된 <버스터 키튼 컬렉션>은 그가 마지막으로 계약했던 컬럼비아 영화사의 단편 코미디 전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여기서 65주년은 컬럼비아와 키튼이 작업했던 1939년에서 1941년을 의미하고 있다. 당시 극장의 주 상영작 사이에 트는 막간극 형태의 이 단편들은 무성영화의 종말과 예술적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던 슬랩스틱코미디 대가의 영화인생이 왜 쇠락해갔는지에 대한 담담하면서도 가슴 아픈 기록이다. 시리즈 코미디 <세 얼간이>(Three Stooges)의 감독이자 제작자였던 줄스 화이트가 주도한 이 프로그램에서 키튼이 펼치는 ‘세 얼간이’류의 어설픈 개그와 과장되고 바보스런 몸짓에서 군데군데 애크러배틱한 키튼 특유의 슬랙스틱의 여운이 남아 있음에도 반가움보다 쓰린 연민이 느껴진다.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키튼의 대사와 노래와 춤이 색다르게 느껴지고 각각의 작품이 탄탄한 구성으로 이뤄진 코미디이긴 하지만, <장군>과 <셜록 2세> 등에서 보여주었던 천재의 재능이 어떻게 썩혀져 갔는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기에 작품과 상관없이 보는 이의 가슴은 편치 않다. DVD 타이틀은 당시 사용했던 각본 사본을 부록으로 수록한 깔끔한 디자인의 디지팩인데, 무엇보다도 매편 수록되어 있는 육성해설의 존재가 특별하다. 키튼이 어떻게 컬럼비아의 단편코미디에 참여하게 됐는지부터 작업과정 그리고 그 종말에 대해 차근차근 들려주는 전문가들의 설명은 천재 예술가의 씁쓸한 퇴장에 대한 의미심장한 기록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버스터 키튼 컬렉션>에 앞서 출시된 <버스터 키튼의 상업영상>은 현존하는 키튼 관련 영상을 모은 컴필레이션인데, 주로 기업의 홍보영상과 광고, TV 등에 출연한 기록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말년의 그가 출연한 1950∼60년대 광고, 홍보영상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채플린의 <라임라이트> 출연 이후 광고 모델로 생활인의 입지를 굳힌 노예술가의 단편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5시간 넘게 수록된 영상은 기록 면에서는 중요하지만, 작품으로 소화해내기에는 벅찬 감이 든다. 두 컬렉션 모두 버스터 키튼이란 코미디언의 예술적 정수를 체험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지만, 영화산업의 흥망과 함께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영화인생과 그 이면의 씁쓸했던 뒤안길을 인간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기록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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